오래 산다고 인생을 다 아는 것은 아니듯이 배를 오래 탄다고 해서
바다나 항해를 다 안다고는 할 수 없다.
우리가 대학을 다닐 때 교훈중의 하나가 '바다에 매골'이었다.
신라때부터 왜구의 노략질이 얼마나 심했으면 울산 대왕암 바다 밑에
유골을 묻어 해신이 돼서 해적질을 하는 왜구들을 물리치려고 했을까?
내 친구중에는 아직도 그 교훈을 지키려고 배를 타는 사람도 있다.
그도 졸업후 줄곧 배만 탄 것은 아니었다. 사업을 할 땐 큰 차를 타고
떵떵 그릴 때도 있었다. 바다가 잠잠할 때도 있지만 폭풍우가 칠 때도 있듯이
인생사도 마찬가지로 사업이 망해서 빈 털털이로 전락했을 때는 주변의
친구들이 십시일반 해서 삭월셋방을 얻어주기도 했었다.
몸이라도 성하니 '배운 도둑질'이라고 배를 탄다. 학교에서 배운 교훈을
따르자고 배를 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아무리 건강한 체질이라도 겨울철
바시찬넬에서 멀미 란하는 사람은 드물다. 또 북태평양에선 사흘이 멀다 하고
큰 저기압을 만난다. 요트나 크루즈를 제외하고는 배를 재미로 타는 사람은 없다
다 돈 때문이다. 년봉 1억이면 아이들 다 내 보내고 둘이서 한 이태는 족히 산다.
산전수전 다 걲은 이 친구와 술을 한 잔 하면 날 새는 줄을 모른다.
누군가 눈물에 젖은 빵을 먹어보기 전에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던가.
인생이나 술은 밋밋해서는 별로 깊은 맛이 없다.
삼월삼짓날 친구가 하선하면 술 한 잔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