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최근 초등학교 국사교과서에 실린 도깨비 그림이 일본의 오니를 옮겨놓은 것이란 설이 나와 말들이 많은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도깨비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래서 제 별명도 도깨비인데 마침 이 카페에 가입하려고 보니 이미 도깨비라는 닉네임을 쓰는 분이 계시더군요. 결국 기파랑이라는 이름으로 가입을 했다가 생각 끝에 '낮도깨비'로 바꾸었습니다.
저는 경주사람이다 보니 어린 시절부터 박물관에서 귀면와를 자주 보면서 자랐습니다. 감은사지, 사천왕사지 등의 귀면들은 제가 자주 만나본 귀면와들이었습니다. 물론 귀면와가 도깨비를 형상화한 것인지 어떤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그 영향으로 도깨비는 으레 뿔이 둘 달린 좀 무서운 모양의 얼굴을 한 인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도깨비의 원형을 비형랑설화에 나오는 두두리라고 하는 설도 있는데요. 그렇다고 두두리에 대한 형상을 삼국유사가 정확히 기록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한 편으로 도깨비가 일상생활에 사용되던 절구공이나 빗자루 같은 것이 변형된 것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두두리설화에는 두두리의 형태나 발생 근거를 기록하고 있지 않더군요.
우리 나라 도깨비가 뿔이 없고 털이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근거들이 어디서 출발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들어본 바가 없습니다. 그리고 도깨비의 다른 이름인 독각귀를 중심으로 보면 다리가 하나 밖에 없는 것이 도깨비의 모습이라고 할 것인데 또 이런 독각귀의 출처도 정확히 어딘 지 알 수 없습니다.
문제는 일본의 귀면와인데....일본의 귀면와가 우리 나라 귀면와와 다소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뿔이 둘 달린 모습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일본의 오니가 뿔이 두 개 달려있습니다. 일본 오니가 뿔이 둘 달린 것은 바로 이 귀면와에서 따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고대의 일본문화가 우리나라의 영향을 상당히 받았다는 것을 토대로 본다면 결국 오니 자체도 우리의 귀면과 무관하지 않아보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도깨비가 일본의 오니와 비슷하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도 없지 않으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우리 도깨비의 영향으로 오니가 만들어졌다고 보는 것이 귀면으로 유추할 경우는 훨씬 근거가 있어 보입니다.
우리 나라의 귀면와를 도깨비가 아니라고 하면 이것은 좀 더 복잡한 문제를 유발할 듯합니다. 그 귀면와가 도깨비가 아니라면 결국 우리의 귀면와가 설자리도 없어지게 됩니다. 다리가 하나거나 둘이라는 문제는 일단 접어두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독각귀를 정확히 도깨비와 일치시키는 것도 무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독각귀가 도깨비의 한 형태일 수도 있으니가요.
이렇게 본다면 우리 교과서에 실린 도깨비 그림을 일부러 일본의 오니라고 걱정하는 것도 좀 지나친 우려는 아닌지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무엇이 무엇을 닮았다는 표현은 자칫 어린이들에게 지나친 흑백논리를 일삼게 할 우려도 있습니다. 확연한 근거가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도깨비를 그저 친근한 우리의 이웃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도깨비가 생활속의 물건들에서 진화한 것이라면 도깨비에게 억지로 어떤 특정한 형태를 지워 놓다는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한 편으로는 어차피 정확한 유추가 힘들다면 귀면와를 도깨비의 원형으로 삼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혹시 이와 관련하여 좀 더 자세한 말씀을 들려주실 분이 계시면 참으로 고맙겠습니다.
첫댓글 관련 지식 없이 주제넘게 나서는 것 같습니다만 문명이나 문화의 출발점이 같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의도적,비의도적으로 나름대로의 특질을 얻어 변화하게 됩니다. 귀면의 문제 역시 고대인들의 생활문화적 형태가 유사했더라 하더라도 이후의 생활 문화적 발달과정에서 서로 다르게 변화하였고, 현재 문제되고 있는 도깨비 그림은 일제시기 일본정부의 의도적인 대중문화 동화주의에 따라 동요나 민담, 풍속에 일본 고유(고대와 연관성이 적은 중세 문화기의 형성된)의 특질이 스며들었습니다. 이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출발점이 같다고 가정하더라도 끝이 다르다고 할까요? 현재는 일본의 오니는 그 특질이 정형화되어 있습니다만 우리
의 도깨비는 그 의미나 특질이 부정확합니다. 민담이나 전설이 당대 일반 대중의 의식 변화와 사회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그 변화과정을 통해 역사를 이해해 볼수 있기에 역시 우리 고유의 도깨비를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단순한 생각을 말씀드리는데 글이 길어져 버렸습니다. 관련 자료는 까페 고수님들께 떠넘깁니다. ^^;;
도깨비의 어원이 '독각귀' 라는 말도 있기는 하나, <석보상절> 에 '돗가비' 라는 단어가 나오는것으로 보아 독각귀 어원설은 별로 신빙성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익의 <성호사설> 에는 도깨비를 세상에서 '독각(獨脚)' 이라고 부른다는 표현이 있기는 한데, 이는 독각귀를 지칭한다기보다 도깨비라는 발음을 한자로 옮긴 것이 아닐까 합니다) '돗가비' 라는 단어는 '돗ㄱ + 아비' 로 짐작되는데, 허수아비에서 보듯 '~아비' 형태의 조어법은 우리말에서 흔히 나타나는 것이지요. (돗가비의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습니다)
여타 기록들의 내용을 읽어 보면, 글쓴이나 김태화님의 지적처럼 도깨비는 한 종류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남자를 홀릴 정도로 아름다운 '여성' 도깨비까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양한 도깨비가 존재한다는 점으로 볼 때, 뿔 달린 도깨비가 있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다만, 오늘날 우리가 상상하는 뿔 달리고, 가죽 옷 같은 산적복(?)을 입고, 뿔이 잔뜩 난 방망이를 든 도깨비의 이미지는 일제시대에 일본의 '오니' 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것이라고 봅니다.
문헌에서 모은 한국 도깨비의 특징은 이런 것들입니다. 1. 본래 '도깨비'의 모습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이 인간의 형태로 변하는 것이다. (따라서 도깨비는 인간형태) 사물(초목, 흙, 돌, 기타 물건)에 정(精)이 오랫동안 스미게 되면, 그것이 변하여 사람도 귀신도 아닌 존재가 되는데, 그것이 도깨비. (정도전, <삼봉집>) 2. 거울을 싫어하며, 햇빛을 싫어한다. (홍봉한, <산림경제>) 3. 폴터 가이스트 현상(사물이 갑자기 날라다니는 것)은 도깨비의 장난이다. (이익, <성호사설>) 4. 도깨비들은 모두 자신의 성씨를 김(金)씨라고 한다. (이익, <성호사설>) 5. 도깨비는 거지같이 남루한 옷을
입고 다닌다고 생각한 듯 합니다. 다음과 같은 표현이 있습니다. '남루한 옷과 벙거지 차림이 귀신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꼴이 마치 도깨비처럼 우습게 보인다' (박지원, <열하일기>) 6. 도깨비(鬼魅)는 사람을 가위눌리게 하기도 한다 (윤근수, <월정만필>) 7. 일본의 오니와 달리 한국 도깨비는 콩을 좋아한다. 일본 오니는 콩을 극도로 싫어하여 오니에게 콩을 뿌리는 '절분' 이라는 명절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도깨비 방죽' 이야기에 보면, 도깨비에게 방죽(둑) 공사의 보답으로 콩을 나눠줬는데, 콩을 받아먹지 못한 도깨비가 심술을 부린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덕무, <청장관전서>)
두 분의 지도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