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아파트도 달라져야한다
군 숙소만족도 조사 - 군인아파트는 왜 모델하우스가 없을까 ?
미 육군은 지난 3월부터 ‘2024 군인과 가족들 대상 정례 숙소만족도 조사’ (Tenant Satisfaction Survey)를 진행하고 있다. 육군이 아닌 외부의 중립적인 기관이 이메일 설문으로 진행하며, 부대아파트와 민간 임대아파트 등 다양한 숙소품질, 주거 서비스 및 지역사회 편의시설 등 모든 생활여건을 포함하고 있다.
매년 친절한 설문조사를 하는게 대단하지만, 사실 부러운 것은 따로있다.
“우리 군인들과 그 가족들은 가능한 최고의 생활 조건을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우리 군인들의 건강과 복지는 육군 준비태세의 기초입니다"
군인과 가족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각별한 마인드가 존경스럽다.
30여년 군생활 동안, 결혼이후 거쳐온 아파트를 대략 떠올려봤다.
국방대 수색아파트(연탄보일러), 상무대 마륵아파트, 35사단 충경아파트, 수방사 방공단아파트, 2사단 보배아파트, (구)동빙고 아파트, 6사단 청성아파트, 동빙고 푸르지오아파트, 자운대 서희아파트 등...지역마다 애틋한 추억이 많지만, 아파트의 첫인상이 난감했던 경우도 적지 않았다.
대부분 해당부대가 시설을 보수하고 관리했는데, 예산을 비롯한 제한사항이 많아서 근본적인 개선이 어려웠다. 그러다가 전출을 가게되면, 또 다른 후배군인과 가족들에게 불비한 숙소를 인계하는게 관례였다. 현재 군숙소관리를 지역단위 통합운용으로 변경했다는데, 거기에도 다양한 불편함이 있다고 들었다.
우리 군도 연 1회 제3의 기관이 만족도 조사를 진행하면 좋겠다. 담당분야 실무자 또는 정책입안자의 판단보다 숙소거주 당사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반영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후진 숙소의 부끄러운 모습들이 커뮤니티와 언론을 통해 노출되는게 안타깝고, 현재의 군인들과 가족들에게 더욱 미안하다. 숙소만족도 향상은 각 군 참모총장님들도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군 숙소문제 관련, 꼭 한가지 희망사항이 있다. 민간아파트처럼 군대아파트에도 모델하우스를 보고싶다. 민간아파트 분양을 신청할 경우 당연히 모델하우스를 방문하여 집의 내부구조와 편의수납시설 등 가족들이 함께하는 공간을 상상하게 된다. 건설사가 가족들을 위하여 얼마나 고민하고 상상했는지를 느낄수 있다. 만약 모델하우스가 수준이하라면 그냥 분양신청을 하지 않으면된다.
군에서도 그런 모델하우스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신축되는 부대아파트마다 설치하기는 어렵겠지만, 군인가족들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중심으로 모델하우스를 만들어서 군인과 가족들의 의견을 듣자. 군인가족, 즉 거주자가 선택권을 행사하는건 당연하다. 미흡한 건설사는 군대숙소 사업에서 배제시켜야 한다. 군대아파트는 100% 분양을 전제로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일은 절대 아니다.
물론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이 있다. 국방부는 최근 군사시설기획관실 산하에 민군복합타운기획과를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민군복합타운은 전국 각지에 흩어진 군사시설을 권역별로 통합하고, 주거·의료·교육시설 등 여건을 충분히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민군복합타운' 실현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민군복합 타운 건립시, 반드시 숙소관련 설계공모전 또는 모델하우스 공모전을 열어서 군인가족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면 좋겠다. 현재 대구시가 도심 군부대 이전 사업과 맞물려 추진 중인 '대구 밀리터리타운'이 첫 번째 사례가 될 수 있다.
”YOUR ARMY WANTS TO HEAR FROM YOU“
미 육군의 숙소만족도 조사 슬로건이다. 군 숙소의 고객인 군인과 가족들의 목소리를 차분히 경청하는게 ‘군 숙소복지’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