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의 대의
춘추(春秋)는 공자가 쓴 책으로, 오늘날 신문지상에 보도되는 국내외 큰 사건의 핵심만을 기록한 것과 같은 책입니다. 그 속의 큰 제목은 공자가 어떤 사건에 대해 내린 정의(定義)가 되는데, 그는 정의를 어떻게 내렸을까요? 핵심은 미언대의(微言大義)에 있습니다. 미언(微言)은 겉으로 보아서는 큰 상관이 없거나 그리 중요하지 않은 말로서, 문학적으로는 글을 늘이거나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춘추의 정신에서 보면 한 글자도 쉽게 움직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한 글자마다 그 속에 큰 뜻이 담겨 있어, 아주 심오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후대 사람들은 “공자가 춘추를 쓰자 난신적자(亂臣賊子)가 두려워했다.”고 했는데, 왜 두려워했을까요? 역사에 난신적자라는 오명이 남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미언’ 가운데 큰 뜻이 있는 점이 춘추를 읽기 어려운 원인이기도 합니다.
공자가 지은 춘추는 ‘제목’과 ‘요강’(要綱)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요강’ 속에는 어떤 내용들이 들어 있을까요? 춘추삼전인 좌전(左傳), 공양전(公羊傳), 곡량전(穀梁傳)을 보아야 합니다. 이것은 세 사람이 각각 춘추를 연역(演繹)한 것인데, 그 중에 좌전은 공자의 제자이자 친구였던 좌구명(左丘明)이 쓴 것입니다. 좌구명은 춘추에 나오는 역사상의 사실을 더욱 상세하게 서술하고 좌전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당시에 좌구명은 이미 양 눈을 실명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가 구술(口述)한 것을 학생이 기록한 것입니다.
공양전 ․ 곡량전도 일가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가 춘추의 정신을 연구하는 데는 삼세설(三世說)이 있습니다. 특히 청말 이후 중국에는 혁명 사상이 일어났는데, 춘추에 대한 공양학이 상당히 유행했습니다. 강유위(康有爲)․양계초(梁啓超) 같은 학자들은 공양전 사상을 크게 받들었는데, 그 중에서 춘추 삼세설을 제기했습니다. 소위 ‘춘추 삼세’란 바로 세계 정치 문화에 대한 세 가지 분류입니다. 그 하나는 ‘쇠세’(衰世)입니다. 이는 다시 말하면 난세(亂世)인데, 인류 역사에는 쇠세가 많았습니다. 중국사를 연구해 보면, 이삼십 년 동안 변란과 전쟁이 없었던 시기를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단지 큰 전쟁이냐 작은 전쟁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크고 작은 전쟁이 곳곳에서 수시로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인류 역사를 정치학적으로 보면, 미래의 세계가 결국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정치 철학을 배우는 사람은 이런 문제를 연구해야 합니다.
서양의 철학자 플라톤의 정치 이상인 소위 이상국가(理想國家)를 예로 들어 봅시다. 우리가 알다시피 서양의 많은 정치사상은 다 플라톤의 이상국가에서 온 것입니다. 그러면 중국에는 이와 유사한 이상이 없을까요? 당연히 있습니다. 첫째, 예기 속의 예운대동편(禮運大同篇)에서 볼 수 있는 대동사상(大同思想)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가 평소에 보는 대동사상은 예운편 중의 한 단락에 지나지 않으므로, 대동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예운편 전체를 연구해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도가의 사상인 화서국(華胥國)이 있는데, 이것은 소위 황제의 화서몽(華胥夢)으로서 역시 하나의 이상국가입니다. 플라톤의 사상과 비교하면 중국 문화가 그보다 나았으면 나았지 못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류 전체가 진정으로 그러한 이상 시대에 도달할 것인지 못할 것인지는 정치 철학적인 큰 문제로서, 절대적으로 완전한 답안을 내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자, 이제 춘추 삼세설로 돌아와 살펴봅시다. 삼세설에 의하면, 인류 역사에는 ‘쇠세’가 매우 많으며, 쇠세가 변란이 일어나지 않는 수준까지 진보하면 ‘승평세상’(昇平之世)이라 부릅니다. 마지막 가장 좋은 것은 ‘태평’(太平)으로서, 곧 중국인들이 말하는 ‘태평성세’(太平盛世)입니다. 중국 문화를 역사적으로 관찰해 보면, 진정한 태평성세는 하나의 이상국가와 같은 것으로 실현되기가 거의 어렵습니다.
예운편의 대동사상이 곧 태평성세 사상으로, 진정한 인문 정치의 최고 목적인 이상국가 사상입니다. 역사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태평성세란 춘추 삼세의 관점에서 보면 일종의 ‘승평세상’입니다. 중국 역사상으로는 한(漢)나라와 당(唐)나라 두 시대가 가장 훌륭한 시기로서, 굳이 말하자면 승평세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상 표방되었던 태평성세는 어디까지나 표방에 지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는데, 표방인 이상 표방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춘추대의로 논한다면, ‘승평’이 될 수 있을 뿐 ‘태평’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에서 다시 아래 등급으로 내려가면 ‘쇠세’가 됩니다. 중국의 국부(國父) 손문(孫文)이 제창한 ‘삼민주의’(三民主義)의 최종 목표는 세계대동(世界大同)인데, 이 역시 춘추대의의 이상입니다.
역사와 인생을 말한다에서
첫댓글 고맙습니다 지심귀명 아미타불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