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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내편
방송일: 20050901
동영상 : 줄거리:
극본 : 박 해 영
씬1/ 몽한적인 광활한 우주 그림에
미자 (NA, 우울한 목소리) 여기는 태양계에서 제일 멀리 있는 명왕성. 태양 주위를 한바퀴 도는데 230년이 걸린다. 그리고 그 안쪽에 혜왕성... 천왕성... 띠를 두르고 있는 아름다운 토성... 그리고 푸른 별 지구... 그리고 그 안에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나 최미자...
씬2/ 미자방 (N)
책상에 앉아 눈감고 초췌한 얼굴로 자기최면 걸고 있는 중.
미자 (NA) 끝없는 우주를 생각하다 보면... 숨이 턱 막히고 막막해지면서... (숨 터지면서 눈 뜬다) 인생사 참 별거 아니란 생각이 든다.
미자 (침울하게 자기 위로) 그니까 최미자 지금 니가 인생의 최대 위기처럼 고민하는 건 아무 것도 아냐. 수억년 된 광활한 우주에... 수많은 사람들 중에... 지금 니가 고민하는 건 아무 것도 아냐... 아무 것도... (그러나 위로가 안된다. 여전히 우울)
씬3/ 거리 일각 (D) - ENG
[자막 : 그날 오후]
미자, 건물에서 나오며 해맑게 핸드폰 하는.
미자 (들고 있다가) 왜 이렇게 통화중이야?
씬4/ 방송국 / 부스 앞 (D)
현우, 낮은 목소리로 진지하게 통화 중.
현우 미자씨 정식으로 인사시키고 싶어서요. (듣고 있다가 굳은) 이모. (한참 그쪽 얘기 듣다가) 미자씨 말고 인사시키고 싶은 여자 없어요 저.
씬5/ 거리 일각 (D) - ENG
이모, 전화 받으며 있는데,
저 멀리 계속 현우와 통화 시도하는 미자가 보인다.
이모 (부드러우나 차가운) 그럼 나중에 생기면 전화해. (듣다가) 이모 바쁘다. 그만 끊자. 그래. (핸드폰 접는다. 핸드폰을 보는 표정)
미자 (그때야 통화되고) 누구랑 이케 오래 통화했어?
그때 미자를 보게 된 이모.
저 여자는?? 하는 표정인데,
미자 섭외? (하며 얼굴을 이모 쪽으로 정확하게 돌리고) 누가 우리 현우씨한테 그렇게 비싸게 뻐팅겨? 원빈? 장동건? 누구야 내가 혼내주께.
이모, 약간의 비웃음과 함께 맞구나 하는 표정.
모른 척 돌아서는데,
그제야 이모를 본 미자, 역시나 긴가민가하다가
미자 ..이따 다시 하께. (핸드폰 끊고 종종종 쫓아와) 저기...
이모 (어쩔 수 없이 멈춰서 보는)
미자 (꾸벅, 해맑게) 안녕하세요. 저 기억나세요? 현우씨... (여자친구)
이모 (건성인 미소) 네. 기억나요.
미자 (너무 반가워 호들갑) 이런데서 다 뵙구... 여긴 왠일이세요?
이모 일 때문에.
미자 직장이 이 근처세요? (해맑은 표정에서)
씬6/ 갤러리 (D) - ENG
부러우면서도 휑한 미자의 표정으로 넘어온다.
휘황찬란한 갤러리를 보고 있다.
미자 (NA) 현우씨 이모는.. 관장이다. 약 먹고 변을 뽑아내는 관장이 아니라 갤러리를 운영하는 관장
휘황찬란한 갤러리가 보이고.
미자 (NA) 갤러리 한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큰 줄은 몰랐다. 이 집안, 정말 사람 드럽게 맥빠지게 잘 나간다.
이모, 한쪽에 있는 테이블에서
이모 차 한잔 할래요?
여직원, 테이블에 차를 내려놓고 있다.
미자, 쭈뼛쭈뼛 그쪽으로 움직이는.
씬7/ 카페 (N)
그날 저녁. 미자(우울), 지영, 윤아, 있는.
지영 야! 성우도 어디 가면 부러움 받는 직업이야. 주눅 들지마. 어깨 힘주고 다녀도 돼. 뭐 그런 걸로 주눅 드니?
윤아 시댁 잘 나가면 좋지 뭘 그래. 허름한 집안보다 백배 낫다.
미자 그게 문제가 아냐.
지영 ..그럼?
씬8/ 다시 갤러리 (D) - ENG
차를 마주하고 테이블에 앉아있는 미자와 이모.
미자, 조그만 바구니에 예쁘게 담겨있는 버찌를 먹으며
어려운 분위기를 깨보려 미소지으며
미자 대단하세요. 디게... 멋져 보이세요. (눈으로 갤러리를 훑는데)
이모 (보다가 지나가는 여직원에게 버찌 가리키며) 이것 좀 더 사와요.
미자 (펄쩍) 아우 아녜요. 많이 먹었어요.
이모 ... (차가운 미소로 보다가) 그리려고 산 거에요.
미자 ... !! (입으로 가져가던 거 조용히 내려놓는다. / 민망함 떨치려) 중학교 때도 미술시간에 정물화 그릴 사과 먹다가 혼났었는데... 하하하.
이모 (차가운 미소)
미자 (웃음 뚝 끊긴다. 민망)
이모 성우면 돈도 잘 벌고, 얼굴도 이쁜데... 왜 아직까지 남자가 없어요? 내가 좀 소개시켜 줄까요?
미자 !!
씬9/ 카페 (N)
지영과 윤아, 황당한 표정.
윤아 이모는 몰라? 현우씨 너랑 사귀는 거?
미자 ... 알아.
지영 아니 알면서 왜...?
지영과 윤아, 서로의 표정으로 감 잡는다.
반대상황이라는 거. 순간 발끈!
지영 그 이모 오바하는 거 아냐?
윤아 신경 쓰지마. 이모가 튼다고 파토나는 결혼 없어. 엄마도 아니고 이모가 무슨. 신경쓰지마. 됐어.
미자 현우씨 이모가 거의 키웠잖아.
윤아 ... (주춤. 그러나 힘있게) 괜찮아. 됐어. 어디서 최미자 같은 조카 며느릴 얻는다구. 복 받은 줄이나 알라 그래!
지영 내 말이. 요즘에 여자들 얼마나 되바라졌는데. 얘(윤아) 같은 애 안 걸린 게 다행이라 그래. 웃겨~
윤아 ... (찌릿) 나 같은 애가 어떤 건데?
지영 ... (새초롬) 너... 같은 애...
윤아와 지영, 조용히 티격태격하는데
미자 (힘없는, NA) 그게 다가 아니었다.
씬10/ 다시 갤러리 (D) - ENG
미자, 기운 쳐져서 갤러리를 나오려고 하고,
이모, 그런 미자를 끝까지 미소로 배웅하는.
이모 반가웠어요.
미자 ... 네.
그때 한 직원이 이모 옆으로 와서는,
직원 (수화기 막고) 박선생님 전환데요, 박선생님 따님하고 피디한다는 조카분 선 볼 날짜요.. 금요일 저녁이 어떠시냐는데요?
미자 !!
이모 (!!) 전화 드린다고 해줘요.
직원 네. (인사하고 아웃)
미자 !!
이모 좋은 남자 있으면 연락해도 되죠? (싱긋 미소)
미자 (이모를 바라보는 표정에, 불끈한 NA) 그래. 참지마. 소리쳐 미자야. (제대로 대쎄게) ‘그래, 내가 드러워서 헤어져준다!’ 소리쳐 미자야. ‘내 드러워서!!’
미자 (OL) ...안녕히 계세요. (풀죽어 돌아서는 뒤통수에) (NA) ... 등신.
씬11/ 거리 일각 (D) - ENG
기운이 하나도 없는 미자, 터덜터덜 걷다가
멈춰서 뒤돌아본다.
미자 내가 이 취급받으면서 왜 지르지 못했는 줄 알어? ... 지현우 널 좋아하니까. 널 사랑하니까.
다시 힘 빠져 가던 길가는.
미자 (NA) 억울하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게 이렇게 눈물나게 억울할 줄은 몰랐다.
씬12/ 거실 (N)
미자, 식구들 틈에서 멍하니 TV를 보는데,
INS : 도도한 미소로 미자를 보던 이모 얼굴
미자 (NA) 한없이 아량을 베풀어도 모자랄 것 같은 어른이 자식 뻘 되는 날 보며 도리질 칠 때의 그 막막함이란.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 비벼댈 구석 하나 없는 천애의 고아가 된 기분, 드럽게 축 늘어지는 기분, 회복 불가능할 꺼 같은 기분.
TV를 보며 웃으며 미자에게 뭐라뭐라하는 식구들.
미자 (NA, 부록을 보다가) 내가 이런 대접을 받고 온 걸 알면, 우리 아버진 얼마나 슬퍼하실까...
#상상 : 부록, 고개 떨구고 울 듯 아랫입술이 떨린다.
미자 (NA) 우리 할머닌 또 얼마나...
#상상 : 영옥, 고개 숙이고 눈물짓는 듯하다가
영옥 (고개를 번쩍 들고 카메라 보며) 염병 땀병에 가다죽을 년 같으니, 어디 남의 귀한 손녀를 에라이- 쌍화차야!
미자 (살짝 업 돼서, NA) 우리 할머니한테 잡히면 죽지. 그래. 나에겐 든든한 가족이 있다.
미자, 살짝 뜨는 듯하다가 이내 다시 시무룩해지는.
미자 (NA) 아... 하낫두 위로가 안된다.
씬13/ 카페 (N)
현우, 시무룩하게 앉아있고,
정민과 동직, 그런 현우를 보고 있다.
정민 (현우 보다가... 씁쓸하게 맥주 마시는)
동직 우리가 도와줘?
정/현 (어떻게?? 하는 시선)
동직 야, 미자 좋아하는 남자가 한둘이었냐. 그 남자들 죄다 긁어모아서 이모님 찾아가는 거야. 최미자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여잔 줄 아냐?
정/현 (됐다 싶은데)
동직 (업돼서 계속) 미자 좋아하는 남자들 진짜 많았어. 얘(정민)도 좋아했고!
정/현 (황당)
동직 나두 좋아했어!
정/현 (더 황당)
동직 아 정말루! 아주 잠--깐, 아주 쪼--끔이었지만, 진짜 좋아했어.
정민 그만해 임마.
동직 정말-(이래니까)
정민 (OL) 아--이씨! (눈빛으로, 지금 그런 얘기야??)
동직 ... (뻘쭘. 입 다문다)
정민 ... (현우에게) 그런 얘기 들어서 맘 안상할 여자 없어. 가뜩이나 주눅 잘 드는 미자씨, 더 겁먹어. 남녀들 그런 문제로 헤어지기도 하잖아. 자존심 상해서. ... 미자 모르게 해.
현우 ...
동직 (휙 일어나 가버린다)
정민 어디 가?
동직 몰라 나 삐졌어.
정민 (동직 뒤통수 보며) 지영이두 차암 속 좋아.
술 마시는 현우. 그런 현우를 보는 정민.
씬/ 동네 외경 (D)
씬14/ 마당 +거실 (D)
//영숙, 평상에 걸터앉아 널어놓은 빨간 고추를 만지는 중.
그때 바람이 살랑 불어 영숙의 머리칼을 흔들자
(선풍기로 효과가 나려나 모르겠습니다만)
손 놓고 먼 산을 바라본다. 뭔가 마음이 출렁인 듯한.
//거실 쪽. 영옥과 혜옥, 마늘을 까고 있는데,
바람이 불어 영옥과 혜옥의 옷자락도 살짝 날리자
영옥 어이구, 이제 바람이 제법 서늘-하네.
혜옥 밤이면 으슬으슬 춥더니, 낮 바람도 차지네.
영옥 보름 있으면 추석인데 차질만 하지.
하다가 영옥, 넉놓고 있는 영숙을 본다.
이전과 다른 영숙의 센치한 기운에,
영옥 ... 왜 먼 산은 보구 있어?
영숙 (여전히 먼산 만 본 체) ... 찬바람이 부니... 마음도 선선-한 게... 그냥... 이상하네요. ... (의미있게) 누가 보고 싶은 거 같기도 하고...
혜옥 (작게 궁시렁) 또 미영이 타령이지.
영숙, 쓸쓸하니 먼 산만 보고 있고,
바람에 살랑이는 머리.
씬15/ 방송국 / 회의실 (D)
현우와 미자, 아무렇지 않게 각기 대본보다가...
미자 이모님이 무슨 말씀 없으셨어?
현우 응? (하다가) 응..
미자 (NA) 날 봤다는 얘긴 아예 꺼내지도 않으셨다. 얘기할 가치도 없는 상대란 건가? (ON) 오늘 금요일인데... 뭐 할 거야? (떠보는)
현우 (대본 보며) 어, 특집 잡혀서 그거 준비해야 돼.
미자 ...늦어?
현우 (대본 보며) 응.
미자 (표정)
씬/ 고깃집 외경 (N)
씬16/ 고깃집 (N) - ENG
부록 회사 회식 자리. 사장과 사원들 모두(열댓명 정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왁자하게 떠드는데,
걔중에 어울리지 못하고 조용히 앉아있는 부록.
사장 (뒤늦게 부록을 보고) 한잔 받게나.
부록 네.
사장 이번에 애썼네. 알아서들 나가 주면야 자네나 나나 그런 짓 안하고 얼마나 좋겠나.
부록 ....
사장 (심각해지는) 아무리 봐도... 더 정리해야 될 듯 싶은데...
부록, 지잉---. 불길함 엄습한다.
사장 걱정 마~ 내 또 최부장한테 그런 몹쓸 부탁은 안 할테니.
직원 (OFF) 사장님 제 잔도 받으셔야죠!
사장과 직원들은 그쪽 분위기로 휩쓸리고.
부록 (E) 또? 또 자른단 말인가... 이번엔... 나도 예외일 수 없다...
부록 공황상태다. 슬로우로 거칠게 가면서
부록 (E) 난 왜 항상 당하기만 하는 걸까? 내 청춘을 다 바친 직장에서 이런 식으로 밀려나야 한단 말인가. (씁쓸하게 마시는)
씬17/ 고깃집 안 + 밖 (N) - ENG
(식당내 전체가 좌식인 곳- 신발 섞이게)
얼추 파하는 자리. 사람들 나오고 화장실 가고.
그런데! 부록, 아무리 이리저리 뒤져봐도 신발이 없다.
찾기를 포기하고 허탈하게 서 있는 부록.
부록 (E) 한두 번도 아니고... 벌써 세 번째. (불끈) 벼룩의 간을 내먹어라 이눔들아. 어디 훔쳐갈 신발이 없어서 내껄.
시무룩하게 있다가, 음흉하게 돌아가는 눈빛.
부록 맨날 나만 당하라는 법 있나.
부록, 눈으로 스윽 신발들을 훑더니
걔중에 제일 괜찮고 맞을 법한 걸 집어 든다.
내려놓고 신으며 아무렇지 않게 단추 여미는.
부록 (카운터에) 수고하십쇼.
//고깃집 밖
부록, 음식점을 나서며
부록 (애써) 착하게 살아왔으니까...
이 정도쯤이야 하는 심리.
씬18/ 고깃집 (N) - ENG
사장, 부릅 뜬 눈으로 내려보고 있다.
화장실 갔다 온 듯 슬리퍼 신고 있는 사장.
직원들 다들 신발 신고 일렬로 서 있는.
손님들도 하나 없는 파할 시간
사장 (부르르) 누가 감히 내 신발을!
사장, 눈으로 장내를 훑다가
신장 맨 위에 있는 하나의 신발에 꽂힌다.
사장, 마치 범인을 잡았다는 듯 그 신발을 바닥에 쾅! 던지듯 내려놓고.
덩그라니 놓여있는 허름한 부록의 신발.
그러나 부록이꺼라는 걸 알리 만무한 사람들.
씬19/ 방송국 앞 (N) - ENG
미자, 벤치에 앉아서 입구를 노려보고 있다.
미자 일한다고 했으니까 일해. 나가다가 들키면 오늘, 끝이야!
그러나 그때! 현우가 나오는 게 보이고.
미자, 떠덩! 얼른 신문을 펼쳐들고 얼굴을 가리는데,
현우, 핸드폰하며 어디론가 간다.
미자 (벌떡 일어나서 노려보며) 어디 가는 건데? 가면 끝이야. 선보러 가면 끝이야 지현우!!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안 들리는 상황.
미자, 씩씩거리며 보다가 종종종 몰래 쫓아간다.
씬20/ 거리 일각 + 커피숍 (N) - ENG
#미자, 뒤에서 현우를 몰래 쫓아오는데,
현우, 커피숍으로 들어간다.
미자, 유리창에 딱 달라붙어 안을 보고.
그런데 왠 여자 앞에 앉는 현우.
가려서 여자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는다.
미자, 절망이다. 돌아서는데 눈물나기 직전.
고개 떨꾸고 힘 빠져 그냥 간다.
그러다가 휘릭 돌아서며,
미자 난 니 이모한테 그 무시를 받으면서두 꾸욱 참고 예의바르게 인사까지 하고 왔는데! 니가 알면 신경쓸까봐 나 혼자 끙끙 앓고 있었는데! ... (뚜벅뚜벅 가며) 나쁜 놈.
냅다 안으로 뚜벅뚜벅...
#커피숍. 미자, 뚜벅뚜벅 들어오다가
현우의 앞에 앉은 여자가 지영이란 게 보이자
그대로 획 돌아서 나가버리는. 거의 일사천리 동선.
#거리 일각.
미자 (빠르게 가며) 뭐하는 거냐 최미자...
#커피숍.
마주 앉아있는 현우와 지영
현우 동직씨한테.. 얘기.. 들으셨죠?
지영 ......
현우 제가 알아서 할게요. 미자씨 모르게 해주세요.
지영 근데 그거! (미자도 아는데)
현우 (보면)
지영 (얼른) 말하지 말아야겠죠? 그죠. 알면 기분 나쁘죠.. 디--게 나쁘죠. (어색한 표정)
씬21/ 허름한 술집 (N) - ENG
우울해 혼자 술잔 기울이는 미자.
미자 (NA) 허름한 술집에서 여자 혼자 술잔을 기울이다니... 뭔 드라마 찍냐... (한숨) 하지만 오늘은 정말이지 맨정신으론 집에 못 들어갈 거 같다.
혼자 술잔을 기울이는 미자 뒤로
60대 노인과 젊은 남녀가 있는 모습이 보인다.
남자 긴장 빡해서 노인 앞에 있고, 여자 안절부절.
남자가 결혼을 반대하는 여자의 아버지한테
허락을 받아내려고 애쓰는 상황.
남자, 뭐라뭐라고 예의 바르게 말하는데,
노인 시끄러!!
미자 (??, 돌아보진 않고)
노인 아무 것도 없이 결혼은 무슨! 데려다 고생시키겠다는 게 그게 무슨 사랑이고 나발이야?
묵묵히 시선 내리깔고 있는 남자.
그런 남자를 힐끗 보는 미자 모습에
미자 (NA) 내 니 기분 안다.
씬22/ 술집 앞 (N) - ENG
여자, 눈물을 찍고, 남자, 여자의 어깨에 손은 얹어놨는데,
적극적으로 위로하고는 싶지 않은 표정.
남자도 엄청 맥빠지는 상황이라.
씬23/ 술집 (N) - ENG
미자, 계산하고 나가려다가 노인을 본다.
그냥 가자 싶어 돌아섰다가.. 결국 노인에게 간다.
미자 (어렵게) 저... 아버님...
노인 (뭐야? 하는 시선)
미자 제가 저쪽에서 대충 들었는데요... 아버님, 생각 잘 하셔야 될 꺼 같애요. 반대하셔서 둘이 헤어지면 따님 눈에 피눈물나는 거고, 그래도 결혼하면, 아버님 바로 찬밥 되시는 거에요.
노인 ???
미자 아무리 장인이래도 자길 그렇게 무시했는데 상처가 쉽게 가시겠어요. 저 남자도 남의 집 귀한 아들인데... 너무 그러지 마세요. 저 둘 결혼하는 순간, 아버님은 바로 찬밥이에요. 그니까 아버님 짱구 잘 굴... (!!) 머리 잘... (!!) 현명하게 판단... 하셔야 될 꺼 같애요. (표정에서)
씬24/ 술집 앞 (N) - ENG
미자, 술집을 나와
울고 있는 남녀 옆을 지나쳐가며.
미자 (NA) 이모님, 머리 잘 굴리십쇼. 나 결혼하는 순간, 이모님 바로 찬밥 됩니다.
씬25/ 주방 (N)
부록, 물 따르며 전화 통화중이다.
직원 (F, 짜증+불안) 또 자른대요? 아 이거 조마조마 해서 살수가 있나.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데요?
부록 (씁쓸) 말 나오기 전에 미리 고민할 필요 있나. 더 두고 보자구...
직원 (F) 아~씨, 하필 이럴 때 신발까지 잃어버려갖구. 지금 사장님 약 바짝 올라있잖아요.
부록 (떠덩!) 신발을... 잃어버려?
씬26/ 부록방 (N)
부록, 멍하니 책상 앞에 앉아있고,
우현, 이불 깔고 있다.
부록 (E) 평생에 주제에 없는 배짱 한번 부렸다가 이 꼴 날 줄이야.
우현 (눈치 보고 있다)
부록 그깟 신발 얼마나 한다구... 사장씩이나 되갖구...
우현 (신발?) 매형! 그 신발 어디서 난 거에요? 그거 물어보니까.. 볼린가? 백만원도 넘는 구두래요~
부록 (허억) 백...!! (더욱 암담 한숨 E) 명퇴의 복선이 진하게 드리워진다.
씬27/ 거실 (N)
신발장 앞. 부록, 사장의 신발을 들고 보고 있자니
억울해서 울화가 치민다.
부록 직원들이 뼈 빠지게 번 돈으로 백만원짜리 신발이나 사 신구... 난 이거 땜에 가슴 졸이구... 그렇게 열심히 일해줬건만, 고작 보답이 명퇴? ... 내 물광을 내주마~ 퉤! (거칠게 마구 분지르는. 마치 사장에게 하듯)
씬/ 동네 외경 (D)
씬28/ 마당 (D)
영숙 계단에 앉아 여전히 먼산만 보고 있는데,
그때 영옥과 혜옥, 베란다 창문 열고 서서
영옥 들어와, 국수 말았어. 들어와 먹어.
영숙 (가만있는)
영옥 아 안 먹어?
혜옥 (알면서 얄밉게) 누가 보고 싶은데애? 말해봐.
영숙 ... (가라앉은) 나도 모르겠다. 누가 보고 싶은지. 이렇게 바람이 선선해지면... 자꾸 누가 올 것 같기도 하고, 와줬으면 좋겠기도 하고.
영옥 어이 곰! 안 어울려. 그만하고 언능 들어와.
영숙 (화도 안내고 여전히 그 분위기로 젖어있는)
영옥 아 국수 뿔어!
영숙 (미동도 안한다)
씬29/ 주방 + 마당 (D)
식탁에 잔치국수류 세 그릇 차려져있고,
영옥과 혜옥, 들어와 앉는데
혜옥 갈수록 고단수야. 대놓고 미영이 보고 싶다구 하면 구박이나 받으니까 둘러치긴. 신경 쓰지마. 저 눔의 고질병은 툭하면 도져, 툭하면.
영옥 (뭔가 걸린다) 미영이 애비 기일이 언제냐?
혜옥 (멀뚱멀뚱)
영옥 미안하다. 니가 깜빡인 걸 나도 깜빡 했다 (한쪽 벽에 달력 보고) ...멀었네.
말없이 묵묵히 먹는 영옥의 표정.
마당//쓸쓸히 먼 산 만 보고 있는 영숙.
씬30/ 부록의 회사 (D) - ENG
부록, 커피를 타면서 힐끗힐끗 사장쪽을 본다.
부록 (E 조마조마) 지레 겁먹고 불 필요 없다. 정치인들 봐라. 코앞에서 탄로 나도 일단은 끝까지 오리발. 최부록, 얼마나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왔던가.
그때 직원, 옆으로 와 커피 타며,
직원 (낮게) 사장님 범인 잡겠다고 난리라면서요?
부록 (떠덩!했다가 짐짓 무심한척) 어떻게? 설마... 국과수에?
직원 그날 식당 온 사람들 일일이 다 조사했대요. 근데 범인이 우리 직원중에 있을 거라든대요?
부록 (떠덩!)
직원 (OFF) 놓고 간 구두로 일일이 대조해 볼거래요. (턱짓으로 한쪽을 가리키는데)
보면, 한쪽 구석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부록의 낡은 구두.
부록, 떠덩!! 슬쩍 빠져나와
숨죽여 우현에게 전화를 한다.
부록 처남! 어제 그 신발 있지? 그거 좀 빨리 갖다 주게~ 사무실로.. 빨리~
불안한 부록의 표정
씬31/ 방송국 / 회의실 (D)
미자, 침울한 얼굴로 대본만 보는데,
현우와 성우들 즐겁게 잡담한다.
미자 (E, 현우 보며) 뭐가 그렇게 즐거우니? 오늘 따라 현우씨... 디게 남 같다.
SE) 현우 핸드폰 벨소리.
현우 (받으며) 여보세요. (여전히 미소) 아, 예. 그렇지 않아도 전화 기다렸어요. (웃으며 핸드폰 하며 나가는)
미자 (우울한 표정인데)
영진 미자 너 얼굴이 왜 그르냐? 지피디랑 싸웠어?
미자 (휘릭) 싸우길 바래?
영진 왜... 나한테 도끼눈이야?
미자 싸우길 바라면 싸워주고! 바라냐구?
성우들 (황당)
씬32/ 자판기 앞 + 갤러리 (D)
현우, 웃음끼를 띄며 나와서는 정색되는.
현우 (목소리 낮춰서) 만나기 싫어서 안 나갔어요. (듣다가) 이모, 저 미자씨한테 청혼 할꺼에요. 이젠 그렇게 아세요, 라는 말 밖에 못해요. 저두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죄송해요. 키워준 보람 없단 말씀은 하지 마세요. 인생 길게 봐야죠. 보람 있나 없나, 나중에 봐주세요.
//이모, 테이블에 앉아서 전화하고 있다.
이모 예의 없다. 어른한테 그렇게 말하는 거 아냐.
// 현우 (씁쓸) 여기 사람들은, 그냥 싸가지 없다 그래요. 회사 사람들 전부 나보고 싸가지라 그랬어요. 근데... 미자씨랑 만나면서 이젠 싸가지란 소리 안 들어요. ... 미안해요 이모. (표정에서)
씬33/ 부록의 회사 (D) - ENG
#부록, 자리에 앉아 가슴 졸이며
우현의 전화를 기다리는데, 이때!
사장 (부록의 낡은 구두를 내팽겨치며) 이것도 신발이라고! 갖다 버리게 생긴 걸, 감히 내 꺼랑 응! 한 10년은 신은 거 같네. 에으!
사장, 더럽다는 듯 손을 탁탁 털고
손냄새를 맡고 에으! 사장실 쪽으로 가버린다.
부록, 멍하니 그 광경을 보고 있다.
부록 (E, 씁쓸) 산지 육개월밖에 안됐다. 육개월동안 밑창 세번 갈았다. 그거 신고 서울시내 서점을 발바닥 불나게 돌았다. 근데... 갖다버리게 생겼어? 그래. 이젠 나도 갖다버리게 생겼냐?
부록, 천천히 걸어가 구두를 집어든다.
부록 (구두를 보며) 불쌍한 놈...
부록, 사장이 사라진 쪽을 보는데,
더 이상 미련이 없는 듯한 표정.
#부록, 침울하게 고개 숙이고 앉아 있다.
책상위엔 낡은 부록의 구두 놓여있다.
부록, 모든 걸 포기한 듯.
부록 내가 명퇴 안 당할라구... 얼마나 가슴 졸였는데... 이런 식으로... (눈물나게 억울하다)
종이 한 장 꺼낸다.
INS// 사직서라고 위에 크게 쓰는.
부록 (E) 명퇴가 명예 퇴직의 준말이었던가...
씬34/ 부록의 회사 앞 (D) - ENG
쓸쓸하게 회사를 나오는 부록.
손에는 낡은 구두 들려있다.
돌아서 회사를 본다.
부록 (E) 과연 이것이 명예로운 퇴직인가. (구두 물끄러미 내려다 본다)
구두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다시 천천히 걸어가는데
우현 구두 들고 급하게 온다.
우현이 들고 온 사장의 구두 바라본다.
부록 (E) ...젊음을 불살랐던 사회에서 퇴장하는 내 뒷모습에, 박수소리가 얹히길 바랬다.
자기의 낡은 구두 한번 보다가
그냥 우현 지나쳐 가는 부록 뒷모습에
부록 (E) 박수를 받고 싶었다...
쓸쓸하게 멀어지는 부록의 뒷모습에서.
씬35/ 마당 (N) *외경 없이 분위기 이어서
영숙, 평상에 멍하니 쪼그려 앉아있다.
구슬픈 분위기도 아니고, 센치한 걸 즐기는 분위기.
영옥, 옆으로 와 앉는다. 말이 없다가...
영옥 그렇게 보구 싶으면 미영이 보구 전화해서 데릴러 오라구...
영숙 미영이 아냐.
영옥 그럼... 미영이 애비?
영숙 (도리질)
영옥 그럼?
영숙 ... 꽃다웠던 나이에 내가 보고 싶어. (울컥)
영옥 ... !!
영숙 나도 몰랐수. 누가 이렇게 막막하게 그리운지, 누가 보고 싶은지. 선선한 바람이 불면, 가슴이 뛰는 게 누가 눈물나게 그리운데, ... 생각해보니 꽃다운 나이에 내가 제일 그립구, 제일 보구 싶구...
영옥 ... !!
영숙 나도 미자였던 적이 있었고, 나도 예뻤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내가 제일 보구 싶어. ... 왜 꼭 찬바람이 불면 그러는지.
영옥 ... 한 살 더 먹으니까 그는 거 아니냐. 생이 다 해 가니까. (씁쓸) 그르네. 나도 이상하게 찬바람 불면 맘이 찡-했는데, 그래서 그랬나부네. 꽃다웠던 내가 그리워 그랬나부네.
영옥과 영숙, 쓸쓸히 앉아있는 모습에
바람이 살랑 부는데서.
씬36/ 여자 원룸 (N)
주방. 지영,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오고,
미자, 젓가락으로 반찬 들다가 지영을 보는.
미자 ... 현우씨도 알어?
지영 (약간 눈치 살피며) 동직이 오빠가 그러더라구. 너 알면 기분만 상하니까 어떻게든 혼자 해결할라구 그런다고.
미자 ...
지영 너두 현우씨한테 말하지 말라지, 현우씨도 너한테 말하지 말라지, 그래서 가만있을까 하다가, 괜히 두 사람 사이만 멀어질까봐...
미자 (표정 위로)
지영 (OFF) 현우씨도 혼자서 힘들었던 거 같더라.
미자 (NA) 그 얘길 듣는데, 왠지 울컥했다. 고마운 것도 아니고, 슬픈 것도 아니고, 그냥 울컥했다.
씬37/ 거리 일각 (N) - ENG
미자, 땅만 보며 혼자 왔다갔다
미자 (NA) 감동도 뭣도 아니고 왜 자꾸 울컥하는 거지? 왜?
그때 달려오는 현우를 노려보며
미자 (NA) ... 왜 자꾸 이단옆차길 날려주고 싶을까? 왜 자꾸 꼬집고 때려주고 싶을까?
미자, 현우가 웃으며 가까이 오자 가방으로
냅다 현우의 등짝을 내려치는.
현우 !!
미자 누구 편이야? 누구 편이냐구??
현우 !!
미자 내가 왜 현우씨랑 결혼하랄구 하는데! 평생 내 꺼, 내 편이 생긴다는 게 든든해서! 내 평생 내 아군이 있다는 게 든든해선데! 그래서 현우씨랑 결혼할라구 하는데!
현우 (허무하다)
미자 그런 일이 있었으면 둘이 한편이 돼서 싸웠어야지, 왜 각개전투야? 색깔 분명히 해. 회색 분자 젤 싫어. 누구 편이야? 이모 편이야, 내 편이야? 왜 대답을 못해? 깍뚜기냐--?
현우 미치겠다 최미자. 어떻게 청혼할까 몇날며칠 고민했는데, 그렇게 허무하게 먼저 청혼 하냐?
미자, 응? 하는 표정에 플래쉬로,
‘그래서 현우씨랑 결혼할라구 하는데!’
미자, 황망한 표정.
미자 리..와인드 어떻게 안될까?
행동으로 리와인드 해보려는 닭짓.
씬38/ 벤치 혹은 아무데나 걸터 앉을만한 곳 (N) - ENG
나란히 앉아 있는 미자와 현우.
미자, 괜히 민망해서 고개 숙이고 있고.
현우 내가 미자씰 사랑한다는 건, 미자씨 편이라는 거야. 무조건 사랑한다는 건, 무조건 미자씨 편이라는 거구... 내가 사랑하는 거, 몰랐어?
미자 (삐진 듯 뚱하니) 내가 할려구 한 말, 왜 자기가 다 해? 내 머릿속 훔쳐봤지?
현우 (미소)
미자 (현우의 한손을 자신의 양손으로 잡고) 이모가 뭐라 그러든 상관없어. 내가 현우씨 편이고, 현우씨가 내 편이면 돼. 난 현우씨 편이니까 이모가 뭐라고 하든 이모님한테 잘 할 꺼고, 현우씬 내 편이니까 우리 아빠가 현우씨 곱게 안 봐도, 우리 아빠한테 잘 할꺼구. 그지?
현우 (미소)
미자 사랑한다는 건 편이 되어준다는 거야. 배신하면, (현우 애끼 손가락 긋는 시늉하며) 스윽- 알지?
현우 (손에 움찔 힘들어가자)
미자 겁먹긴. 힘 빼.
#손잡고 밝은 얼굴로 걸어가는 현우와 미자.
미자 청혼은 나중에 근사하게 해줘.
현우 알았어.
미자 (NA) 오늘에서야 알았다. 난 단순히 사랑하는 남자를 원했던 게 아니라, 내 편을 원했던 거란 걸. 이 광활한 우주에, 무조건 내 편인 한 사람이 있다는 게, 이렇게 든든할 줄이야. (현우 보며) 눈물나게 고맙다, 무조건 내편.
두 사람 해맑게 웃으며 걷는 모습에서.
씬39/ 마당과 거실 (N) - 에필로그
#마당.
영옥과 영숙, 여전히 나란히 앉아 먼산 보는.
영숙 누구도 안 믿을 꺼야. 우리같은 늙은이한테 꽃다웠던 적이 있었다면. 미자도 안 믿을꺼야.
영옥 늙은이 종자 따로 있고 젊은이 종자 따로 있남. 그걸 몰라. ... 그립네, 내 꽃다웠던 시절...
#거실.
어두침침한 거실에 아주 사악한 표정으로
밖을 보며 앉아있는 혜옥.
혜옥 (낮게) 쌍으로 그짓말들은. 지들이 꽃다웠던 적이 어딨었다구. (도도하고 사악하게 손거울을 보는) 꽃은 여?지. 시들지 않는 꽃, 조화! (해놓고 스스로 갸웃하는 듯 천장 보는) 조화? (하는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