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하느님과의 합일과 완전한 순수함에 도달하려면
나는 지고하고 영원한 순결이므로 항상 사랑을 통해서만 네 자신을 나와 합일시켜야 한다.
나는 영혼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불이다. 그러므로 영혼이 나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만큼 더 깨끗해질 것이요, 나에게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그만큼 더 더러워질 것이다. 속세 사람들이 그토록 사악해지는 것은 그들이 나를 떠났기 때문이다. 반면에 나와의 사이에 아무런 장애물이 없는 영혼은 나와 직접 결합하고 내 순결을 함께 나누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합일과 순수함에 도달하려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또 하나 있는데, 그것은 네가 어떤 사람에게서 보거나 듣는 어떤 일에 대해서도 절대 인간적인 언어로 심판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너에게 관계되든 다른 누구에게 관계되든 마찬가지로 말이다. 네가 중시해야 할 것은 오로지 너와 그들에 대한 나의 의지뿐이다.
혹시 네가 어떤 죄나 허물의 증거를 보았다면 그 가시나무에서 장미를 재빨리 낚아채라. 바꾸어 말해서 그런 것들을 거룩한 연민의 정으로 내게 바치도록 하라. 너에게 쏟아진 비방에 대해서는 내 의지가 너와 내 다른 종들 안에 존재하는 덕행을 증명하고자 이를 허용한 것으로 간주하고, 그 비방자는 그런 일을 하게 만든 나의 의지의 도구로 쓰였다고 판단하도록 하라.
나아가서 그렇게 분명해 보이는 죄인이 흔히 선한 의도를 지니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하는데, 이는 사람의 은밀한 마음을 판결할 수 있는 자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네 눈으로 보지 못한 경우 그것이 외부에 공개된 치명적인 대죄일지라도 마음속에서 판단하지 말아야 하고, 나의 의지 외에는 너 스스로의 판단을 위해 아무것도 보아서는 안 되며, 말한 바와 같이 거룩한 연민으로 대해야 한다.
이런 방법으로 네 영이 완전한 순수함에 도달하게 되는데, 그렇게 행동함으로써 너의 마음이 내 안에서 혹은 네 이웃 안에서 분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네 이웃의 마음속에서 활동하는 신의 의지 대신에 너를 향한 그들의 악의를 판단하는 데 집중한다면 너는 그들을 경멸하게 될 것이다. 그러한 경멸이나 수치심은 신으로부터 영혼을 괴리시키고, 영혼의 완성을 방해하며, 어떤 경우에는 이웃에게 품게 되는 혐오감이나 증오심의 비중에 따라 은총을 빼앗아 간다.
오로지 너의 미덕만을 바라는 나의 의지를 깨닫는 영혼에게는 다른 보답이 주어진다. 이는 너에게 주거나 허용하는 모든 것이 네게서 이루어지고, 내가 너를 창조한 목표에 도달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 영혼은 언제나 이웃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내 사랑 안에 머물며 나와 늘 합일된 상태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네가 순수함에 도달하려면 반드시 세 가지를 이루어 달라고 나에게 간청해야 한다.
우선 나에게서 받은 축복을 너의 기억 속에 간직하면서 사랑으로 나와 합일하는 것을 허락해 달라고 간청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성의 눈으로 내가 너를 말할 수 없이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달라고 간청하는 것이다.
끝으로 인간의 의지와 관련해서 고려해야 할 것은 사람의 사악한 의지가 아니라 바로 나의 의지를 깨닫게 해 달라고 간청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을 심판하는 자는 네가 아니라 나이기 때문이다.
이런 간청을 통해 너는 완전함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시에나의 카타리나『신과의 대화』 (누멘 출판사) p.12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