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13 연중제13주일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4,26-34
그때에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26 말씀하셨다. “하느님의 나라는 이와 같다. 어떤 사람이 땅에 씨를 뿌려 놓으면,
27 밤에 자고 낮에 일어나고 하는 사이에 씨는 싹이 터서 자라는데, 그 사람은 어떻게 그리되는지 모른다.
28 땅이 저절로 열매를 맺게 하는데, 처음에는 줄기가, 다음에는 이삭이 나오고 그다음에는 이삭에 낟알이 영근다.
29 곡식이 익으면 그 사람은 곧 낫을 댄다. 수확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30 예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하느님의 나라를 무엇에 비길까? 무슨 비유로 그것을 나타낼까?
31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땅에 뿌릴 때에는 세상의 어떤 씨앗보다도 작다.
32 그러나 땅에 뿌려지면 자라나서 어떤 풀보다도 커지고 큰 가지들을 뻗어,
하늘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수 있게 된다.”
33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이처럼 많은 비유로 말씀을 하셨다.
34 비유를 들지 않고는 그들에게 말씀하지 않으셨다. 그러나 당신의 제자들에게는 따로 모든 것을 풀이해 주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사람들이 참 좋다. 서울 가면 사람들 구경하는 것이 좋다. 우리 식구들 뿐만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좋다. 사제 서품을 받고 첫 4년동안 로마 유학 시절에 전세계 우리 수도회에서 유학 온 30여명의 젊은 수도자 공동체 글라렛띠아눔에서 4년 동안 60여명의 우리 수도회 형제들과 만나 함께 살았던 때가 너무 좋았다. 6년마다 로마 총본부에서 한달동안 열리는 총회에도 두번 참석하면서 매번 백여명의 관구장들과의 만남도 참 좋았다. 서로 생긴 것도 다르고 말도 다르고 사고방식도 다르고 다 달랐지만 그냥 사람으로서, 특히 Clatetian Missionaries로서 금방 친형제처럼 가까워지고 좋았다. 기회가 되면, 전세계 63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 수도회 공동체들에서 몇일동안씩 형제들과 살고싶다. 콜롬비아 원주민 지역 쵸코 공동체로부터 짐바브웨 좀바 미션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식구들과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이미 이태리, 스페인 등 유럽 공동체들과 일본, 필리핀, 타이완, 홍콩, 인도네시아, 미얀마 공동체들은 방문했다. 만난 형제들이 그립다. 바쁜 와중에도 틈이 나면 설레는 마음으로 보는 티브이 프로그램들이 있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와 <세계 테마 기행>이다. 비록 간접적이지만, 부탄 산위의 마을들 사람들로부터 알래스카 원주민들까지 만날 때마다 너무 설레고 좋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러 오셨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는 사람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간다. 회개, 곧 하느님을 향해 돌아서서, 복음, 곧 예수님이 바로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고 사랑하는 사람은 하느님의 나라에서 구원의 삶을 산다. 참된 행복과 기쁨, 평화와 자유를 산다. '소풍가듯' 즐겁게 산다. 죄와 죽음에서 해방되어 영원한 생명의 구원의 삶을 산다.
예수님께서는 온갖 구마기적들과 치유기적들로 이 하느님의 나라가 당신과 더불어 다시 열렸음을 보여주신다. 그리고 비유들을 통해 이 하느님의 나라를 보여주신다. 하느님의 나라는 뿌려진 씨가 자라나 열매를 맺는 것처럼 성장함을 보여주신다.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이 작지만 온 세상 사람들이 그 안에서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을 살도록 자라난다.
이 하느님 나라의 구원의 삶의 살아있는 비유는 초대교회의 새로운 하느님 백성, 그리스도인들의 삶이었다. 초대교회는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이루며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면서 살았다.'(사도 2,42) 초대교회 공동체는 말씀, 친교, 성체성사, 기도에 전념하면서 기쁘게 하느님 나라의 구원의 삶을 살았다. 그리고 오늘날 봉헌생활, 곧 수도생활이 초대교회의 공동체 생활을 그대로 따름으로써 '하느님 나라의 비유로서의 삶'이라 불리고 있다. 수도생활은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의 나라를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때문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앗시시를 처음 방문하셨을 때, 수도자들에게 기쁨, 미소와 유머감각, "소풍가듯 웃으며 행복하게" 사는 삶을 강조하였다.
초대교회와 수도자들의 삶은 오늘날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느님 나라의 복음의 기쁨과 희망을 준다.
초대교회와 수도생활의 하느님 나라의 비유로서의 삶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시작된다.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사람의 거룩함과 존엄함과 아름다움의 인식으로부터 시작된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는 사랑의 계명으로 시작된다. 사랑의 계명은 공감과 연대와 나눔의 실천이다.
우리 생태복지마을 공동체는 공감과 연대와 나눔의 이웃 사랑의 실천으로 발견하게 될 하느님의 나라를 지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