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와 비데 렌탈은 이미 국내에서는 흔한 일이다. 직접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데다 본사직영기사의 방문설치와 정기적인 관리서비스까지 이어지고 있어 국내서 인기몰이가 한창이다.
이에 탄력을 받은 글로벌 환경가전기업 웅진코웨이는 지난 5월 23일부터 4일간 상하이에서 개최된 상하이 주방, 욕실용품 박람회에 참가해 세계최고 수준의 비데를 선보였고, 여기서 웅진코웨이는 중국 내 시판 채널 확대와 브랜드 마케팅을 본격화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동 박람회에 참가한 이후 로컬업체들과의 계약 체결로 베이징을 비롯한 화동지역에 시판채널을 구축한 데에 이어, 올해는 본격적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들이 중국서 선보이는 판매전략은 국내의 그것과는 조금 달라 보인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규모의 ‘상하이 주방 욕실용품 박람회’(KBC 2012)에 참가한 웅진코웨이의 한재규 중국법인 마케팅본부장은 올해부터는 렌탈 사업을 더 이상 확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웅진코웨이는 왜 국내의 성공적인 렌탈 마케팅 모델을 버리려 하는 것일까?
최근 일각에서는 웅진코웨이의 매각설에 국내 대기업은 물론 광둥 메이디와 하이얼 등 중국 내 여러 가전기업의 이름이 수 차례 거론되면서 웅진코웨이의 중국 현지 전략을 중국기업에 대한 매각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정보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 매각과는 별개로 웅진코웨이의 중국 시장 마케팅 전략에는 한번쯤 주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웅진코웨이는 지난해까지 중국 베이징에 현지법인을 세워 정수기 렌탈과 주문자상표부착(OEM) 위주로 중국 사업을 전개해왔다. 지난해 국내 본사에서 OEM사업차 중국으로 직수출해 얻은 매출액은 약 300억원인데 이에 반면 중국 현지법인에서 자체 브랜드 파워로 올린 매출 규모는 그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한국과 동일한 방법으로 중국시장에 접근해 보았으나 결과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한국의 렌탈 전략의 효과 크게 발휘되지 못한 원인은 중국사람들 사이에서는 정수기, 비데 제품의 인지도가 낮은 편이며, 또한 물건을 빌려 쓴다는 개념 자체가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물이라면 대부분 사서 마시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중국인들에게 정수기란 제품은 생소한 개념이다. 국내에서 정수기는 한쪽 벽면에 세워 두고 사용하는 ‘스탠드 형’이나 식탁 등에 올려 놓는 ‘카운터 탑형’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흔히 주방 싱크대 아래에 두고 사용하는 직수 정수방식의 ‘언더싱크 형’ 제품으로 인식되어 국내와 인식 차이를 보이고 있다.
비데는 더욱 그러하다. 2010년 기준으로 중국에는 약 50만대가 보급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일본의 토토(TOTO), 파나소닉(Panasonic) 등의 제품이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상하이 등 1선급 도시에서 일부 부유층을 중심으로 판매되어 이제 막 붐이 일기 시작한 단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변기 보급이 국내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과 비데에 대한 필요성 부재(일부 부유층 제외)는 웅진코웨이의 중국 마케팅이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져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제품 특성상 베이징을 비롯한 대도시를 필두로 시장 확장에 나선 것은 옳은 일이나 사용법조차 모르는 이들에게 이를 하나하나 설명하고 가르치는 데에 드는 비용 역시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익숙치 않은 제품에 익숙치 않은 렌탈 서비스까지, 생소한 것들을 비싼 가격을 주고 사용할 만큼 수요가 많은가에 대한 1차적인 문제에서부터 중국시장에 대한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사람들도 이제 배불리 먹고 살만하다 보니 점점 고차원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하며 자신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투자 역시 늘려나가고 있다. 웅진코웨이의 주종목이라 할 수 있는 정수기와 비데 역시 중국에서는 이제 막 그 문이 열리는 시장과도 같다. 하지만 중국인에 대한 올바른 선행학습 없이는 시장의 성공 역시 보장할 수 없다. 그리고 중국시장 공략 없이는 내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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