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를 일이다 앉아 있노라면
공중에서 공중으로 부유하는 먼지 같은
내 얼굴을 보게 된다
하늘에는 점점이 세월이 서고
작은 창이 조각배 되어
바다, 별빛을 받아가는 저녁
앉아 있노라면
망망히 떠오르는 네 얼굴
달 그림자 가리워진 네 눈빛
힘주어 부여잡던 손목이 저려옴은 모를 일이다
쏟아버려야지
잊으려 쏟아버려야지
내 가슴에 드리워준 향기와 잔영
지워지지 않는 입맞춤까지도 분사하여
밑 모를 저 어둠에 묻어버려야지
알 수 있어,
문밖을 서성이는 저 사내
걷다가 지나다가 가슴을 베이고
서리처럼 내려앉은 상처, 갈 곳 없는
설움, 지워버리자고
문밖을 서성이며 움켜쥔 속살
안으로 저며오는 기다림을 알 수 있어
그러나 모를 일이다 다시 또 다시
향수처럼 다가서는 이 그늘 아래
먹지 아니하고는 버틸 수 없어 몸을
세우듯 지워버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웅크리고 앉은 내 얼굴 되도는 까닭을
모를 일이다
처음부터 내가 그리하였다는 얘긴가 아니면
세상이 그렇다는 얘긴가 역사가 그렇다는
얘긴가 받은 만큼 꼬박꼬박 쏟아내는 나의
텅 빔, 너의 텅 빔, 우리의 텅 빔
알 수 있어 먼저 지나간 이의 체취
한세월 머물다 간 무대에서 그가 내게
넘겨준 이야기가 무엇인가를 알 수 있어
비우기 위해 채우고 채우기 위해 비워야 하는
먼먼 사람들의 공허한 욕망과 나
떠난 후 누군가 맛보아야 할
그 떨칠 수 없는 사연을 알 수 있어.
- 김포행 막차, 창비시선 85 -
(Deb Garlick, 'Pond Ho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