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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숙님
3월 26일
불법사드철거 김천평화촛불 900회
벌써 900번 째 촛불이 켜진다.
2016년 8월 20일 첫 촛불이 켜진 이래 우린 길바닥에 이렇게 앉아 저항해야 했다. 막연하게 우리 사는 인근에 어마무시한 무기가 들어와서는 안 된다, 그런데 할 수 있는 수단은 이것밖에 없다는 생각에.
그러는 동안 세월이 흘렀고, 박근혜가 탄핵당한 그 순간에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과 그 무리들은 사드를 기습적으로 들였다. 주민들을 집집마다 가둬놓고 소식 듣고 달려가던 사람들은 길목에서 다 막고! 그렇게 한밤중 그들은 유유히 작은 시골 마을길을 지나 갔다.
문재인 대통령 시절 다시 북핵 발사를 빌미로 다 못 들인 나머지 발사대가 추가반입되었다.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허망하게 당하지 않겠다고 사전에 철저히 탐지하고 들어올 것 같은 낌새에 김천, 성주를 비롯한 전국에서 많은 평화 활동가들이 달려왔지만 8천 병력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저항은 촛불로만 나타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촛불은 여전히 켜졌다.
2020년부터는 코로나로 인해 촛불을 잠시 접어야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들의 장비 반입은 여전히 계속되었다. 사드 업그레이드 장비도 이 무렵 대규모 경찰력을 동원하여(코로나 시국임에도!) 언론에다 대고는 공사장비라며 거짓말하고 들여보냈다.
2022년부터는 주 2회, 말에 가서는 주 3회, 그러다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즈음에는 매일 장비가 들어갔고, 그때마다 투쟁해야 했다. 장비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미군 출퇴근 차량과 유조차량들이 경찰의 호위와 주민들의 저항 속에 들어갔다.
어느 날 밤 지축을 흔드는 요란한 소리에 주민들이 깜짝 놀랐던 날이 있었다. 그날이 아마 사드 원격발사대 장비가 들어갔나 보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1085053.html
한·미 연합훈련 기간 첫 ‘성주 사드 원격발사대 훈련’
미 미사일방어체계 편입 우려
www.hani.co.kr
그렇게 저항은 늘 무력하게 끝나는 것 같았으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이 길에 버티고 있다. 단순히 버티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주권이 누구에게 있으며, 우리에게 안보와 평화란 무엇인지 우리가 물려주어야 할 일상이 어떤 건지 거듭 묻고 배워가고 있다.
오랜만에 김천역 평화광장이 북적거렸다. 조금 일찍 온 사람들은 어묵과 호떡으로 요기를 하고 인사를 나누느라 바쁘다. 광장 앞 무대 펄침막에는 7년 여 투쟁내용들이 펼쳐지고 있다.
이윽고 집회가 시작되었다. 오늘의 사회자는 건강상 떠났던 김덕기 전 YMCA 총장이다. 함께 구호를 외치고 묵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율동맘과 천사들이 나와서 율동 ‘처음처럼’을 했다. 라희가 많이 커서 사회자가 좀 놀랐다.
여는 발언은 박태정, 이동욱 공동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차례로 했다.
“사드 때문에 모였는데 오늘이 900회라니 참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사드는 업그레이드 되고 우리 평화는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전쟁 말고 평화다. 평화는 아무리 외쳐도 좋은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니 참담하기 그지 없다. 아시아에 하는 작태를 보면 미국놈과 중국놈이 백 년 동안 전쟁을 안하니까 몸이 근질거려 붙으려 준비하는 것 같다. 하면 저거 나라에서 하면 되는데 우리를 새에 끼워 넣으려 한다. 정말로 우리는 정신 바짝 차리고 어떡하든 막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힘은 힘이다 하는데 힘으로 평화를 얻을 수 있는가? 힘드시고 괴롭고 희망이 안 보이더라도 희망을 절대 잃지 않고 이땅의 평화를 이 목숨 다할 때까지 지켜야 한다. 절대로 이 땅에 동족상잔의 비극이 다시는 오지 않도록 우리가 계속 노력해야겠다.”
“김천 촛불이 시작된 이래 8년 여 지난 것 같다. 그동안 많은 세월도 지났고 많은 동지들도 이 자리를 스쳐갔다. 지금까지 이 자리를 지켜준 동지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김천 촛불이 유지된 것은 많은 동지들의 도움 덕분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성주 소성리와 더불어 끝까지 사드 뽑는 그날까지 항상 함께 할 수 있도록 도움 주시고 저희들도 열심히 하겠다. 다같이 함께 하자.”
운영팀은 농소 농민회 사람들이 대다수다. 평소 무대 뒤에 보이지 않게 일하던 그들이 무대에 올라가 '농민가'를 불렀다. 얼마나 멋진지!
“양곡관리법 전면 개정 농민생활권 쟁취하자!”
대부분 40대나 50대인 젊은(?) 청년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다음으로 연대단체인 사드철회 성주대책위 이종희 공동위원장, 원불교 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승타원 박형선 교무, 사드배치반대 대경대책위 김찬수 대표가 무대에 올라 차례로 인사했다.
“벌써 900회인가? 축하한다는 말이 이상하지만 지치지 않고 굴하지 않고 지금까지 온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오늘은 또 113번째 안중근 순국기념일이다. 그 갖는 의미가 평화라는 방점에 메시지가 있는 것 같다. 안중근 의사는 평화를 위해 적장을 죽였다. 우리는 사드가 침략이라는 걸 알고 국가가 책임을 방기한 것을 몸으로 사수한 그 점은 안중근 의사와 동일하다. 다만 그 상대가 일본이고 우리는 미국일 따름이다.
미국놈들이 북핵 핑계를 대나 우리는 사드가 있음으로 해서 동북아 안전이 파괴되고 미중 전쟁의 한가운데서 순식간에 잿더미가 된다는 것을 8년 전부터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한반도, 동북아에 진정한 평화의 일꾼이 아닌가 싶다.
노무현 서거 10주년에 부시 전대통령이 봉하마을에 와서 한국민이 평화롭게 거주하고 존엄성이 인정되고 인권이 신장되고 통일된 한국을 지지한다고 했다. 웃기는 말! 소성리가 평화롭게 거주하도록 놔뒀나? 이게 미국의 모습이다. 인권, 민주주의 이야기 하지만 우리나라 반도체 저거 나라 뭐같이 투자하니 중국에 투자하면 안된다 하고 손도 안 대고 반도체 기술을 싹 훔쳐갈려 하는 것 보이는데 속수무책이다.
국무회의하면 전부 거수기다. 옛날 왕조시대에도 민심은 천심이라 했고, 전하 아니되옵니다. 했는데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 이게 한국의 실상이다. 하는 거라고는 야당과 북한, 전 정권만 때려 잡는 것이다. 그거 말고는 한 게 없다. 민생, 경제? 경제가 전 세계 박살 나고 있지만 월가 고용률에 비해 우리 고용률이 곡소리가 나도 아무 대안도 안 낸다. 세비 아까워! 국가의 책임은 없고 국가를 위해 희생만 요구한다.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우리는 21세기 진정한 역군, 평화의 역군임은 분명하다. 그 자긍심만은 역사에 길이 남는다. 미국이 덤비면 덤비고 배짱이 있어야 지도자인기라. 미국만 얘기도 하기 전에 일본 가서 대가리 숙이는 이거는 일본서 살지 왜 비행기 타고 왔는지 모르겠다.”(3분 하랬더니 길게 했다.)
“김천 900회, 진밭교 2207일차, 미군기지공사저지 내일이 302일차. 강변공원에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어 맨 뒤에서 쭈볏거리면서 천천히 앞으로 가다 보니 무대가 보이는 곳에 갔다. 그렇게 하는 동안 시간이 걸렸다. 오늘 많이 오신 것 같아 좋다.
김천 하면 함께 할 수 있는 곳, 김천이 있어 소성리나 원불교 외롭지 않게 함께 가는 사람이 있다는게 좋은 거구나. 함께 해주어서 감사하고 함께 하게 되어 기쁘고 영광이고 고맙다.”
“이곳 김천역 광장은 평화광장이라 이름붙이고 평화촛불을 든지 900회다. 투쟁하면서 많은 분을 만났다. 박근혜 정권은 알박기한 사드를, 문재인은 대못을 박고 윤석열은 미국과 일본 동맹이 되어 쇠말뚝을 박으려 한다. 2025년 봄은 되어야 1000회가 될 것이다. 그 사이에 윤석열이 끝장나는지 우리가 끝장나는지 한 번 해봐야 하겠다. 많은 평화 동지들이 함께 하고 사드 투쟁의 불씨를 지펴왔다. 이 손 놓지 말고 함께 가자.
걱정은 소성리 어머니들 흰 머리는 어떻게 카바되는데 갈수록 굽어지는 허리, 느린 걸음걸이는 어쩔 수 없다. 우리 한 살이라도 젊은 우리가 어머니들 눈물을 닦아주고 농민들이 편하게 농사지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겠다.
지난 7년 투쟁해온 사드 철거 투쟁의 역사를 기억하고 앞으로 사드를 철거하고 이 땅에 평화를 이루는 그날까지 힘차게 싸우도록 하자. 올해는 휴전 70년이 된다. 한반도 평화의 봄을 이룰 수 있도록 김천에서 성주에서 평화의 촛불 높이 들었으면 좋겠다. 사드 가야 진짜 평화!”
“제약회사 판매사원은 제약 약품을 팔지만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 윤석열은 대한민국을 팔고 있다. 대못 박기 전에 이 사드 뽑아야 한다.”는 사회자의 덧붙임.
“한반도 평화위협 전쟁 연습 중단하라!”
대구와 경산에서 활동하는 박성운 민중가수의 노래.
'아침 이슬'
'타는 목마름으로'
'죽창가'
어느 해 연속 흉년이 들어 빚을 갚지 못한 농민들은 양반 지주집에서 눈물로 호소했다. 그러나 양반은 완고했다. 절대 곡식을 꾸어줄 수 없다 했다. 농민들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 눈물방울이 맺혀 땅에서 나무가 삐죽삐죽 나와서 순식간에 커졌다. 대나무였다. 농민들은 그 끝을 날카롭게 해서 창을 만들어 양반들에게 저항했다.(조정래, 태백산맥에서)
'불나비'
'내 가는 이 길이 험난하여도'
내 가는 이 길 험난하여도 그대로 인하여 힘을 얻었소.
희망을 잃은 아픈 내 맘에 기쁨의 세상 알려주었소.
그대의 우정 변치 않음에 기쁨의 뜨거운 눈물 흘리오.
진실한 마음의 두 손 맞잡고 고난의 이 길 함께 가리오.
이 어둡고 외로운 길을 우리 함께 이겨내려오.
저 자유롭고 밝은 세상에 힘차게 달려가려오.
무엇이 두려우리오. 그대 곁에 내가 서 있소.
우리 가는 길 외롭지 않소. 푸른 산이 저기 보이오.
아직도 투쟁의 끈을 놓지 못하고 싸우고 있는 우리에게 위로가 되는 노래다. 그 어느 때보다 호응이 좋은 오늘의 분위기... 그만큼 우리는 불안했다.
이기은 청년 평통사 회원의 발언과 율동. 평통사는 김천과 성주의 촛불에 끈기있게 진심을 다해 함께 해준 우리 식구 같은 연대단체이다.
“누군가는 ‘사드가 배치된 지 벌써 6년이 다 되어 간다. 이제 다 끝난 일이다’라고 이야기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지금이 가장 힘 있게 투쟁할 때라고 생각한다.
당장 한미 당국은 이르면 7월 이른바 ‘사드기지 정상화’를 완료해 사드를 정식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또 미국은 지금 이 순간도 사드 성능개량을 지속하고 있고, 며칠 전에는 성능개량의 일환으로 사드 원격발사대 전개훈련을 최초로 시행했다고 한다.
최근 한일정상회담에서 윤석열 정권은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철저히 짓밟으며 굴욕, 굴종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치욕적인 한일정상회담에 대해 미국 바이든 정권은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한일, 한미일 동맹 구축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한미일 3국이 서두르고 있는 한미일 동맹 구축의 중심에는 바로 사드가 있다. 주한미군 사드는 한미일 MD 구축을 토대로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드 투쟁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한반도와 동북아, 세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선도적 투쟁이며, 이것은 앞으로도 변함없는 사실이다.
사드를 철거하는 투쟁은 미국과 일본을 지켜주기 위해 우리의 생명과 자산을 담보로 잡는 부조리와 부정의에 맞서는 투쟁이다. 때로는 그 끝이 언제일지 아득하기만 하고, 무자비한 폭력에도 부딪히지만 결코 물러설 수 없는 강고하고 절박한 투쟁이다.
무엇보다 우리의 투쟁은 지금껏 승리한 투쟁이고 그 끝에도 역시 승리가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사드 배치의 허구성과 위험성, 불법성을 알려 여론을 형성하고, 공사 장비와 자재를 온몸으로 막아서며 사드 배치를 지연시키고, 한미 당국이 마음대로 사드를 배치, 운용할 수 없도록 견제하고, 기만적인 환경영향평가와 주민 건강실태조사를 거부하는 등 우리는 연이어 승리해왔다. 성주와 소성리 주민들의 줄기찬 투쟁, 절대 꺼지지 않는 김천의 평화촛불이 바로 그 승리의 징표이다.
저희 평통사 청년들도 사드 문제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며, 알리고, 현장 실천에도 참가하고 있다. 앞으로 더욱 더 중요해질 사드 투쟁에 끝까지 함께 하겠다. 900회를 맞은 김천평화촛불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함께 '바위처럼' 율동을 했다. 역시 젊음 그 자체가 눈부신 아름다움이다.
맨 앞에서 온몸으로 경찰에 저항하시는 우리들의 소성리 어머니들 '민들레 합창단'이 부른 첫곡은 '사드야 가라'
열화와 같은 앵콜 요청에 다음 곡은 '민들레 청춘'
소성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소야훈과 소야몸짓패의 율동 '불나비'
그리고 김천 율동맘, 율동천사들과 함께 '내일의 노래'
https://band.us/band/62923373/post/39902
불법사드철거 김천평화촛불 900회 못다 실은 그림과 동영상이 있어서 한 란을 마련했다. 민들레 합창단 '사드야 가라' 사드야 가라 사드야...
[BAND] 사드배치반대김천시민대책위
band.us
민들레 합창단 노래가 끝나자 공지를 장재호 사무국장이 나와서 했다.
1) 4월 1일 소성리 벚꽃장터 후원행사에 많이 참여하기를!
2) 우리 집회와 함께 늙어온(?) 앰프는 한 이벤트 회사를 하는 분의 장비를 빌려쓴 것인데 코로나로 더이상 이벤트를 할 수 없어 샤인포도농사를 한다고 우리에게 아예 기증했다고 한다. 부부에게 열렬한 감사의 박수를 보냈다.
이렇게 900회는 환하게 밝혀졌다. 설령 인원이 줄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꿋꿋이 우리는 촛불을 밝힐 따름이다.
원불교에서 7년의 투쟁기록을 담은 '정의어든 죽기로써' 책이 나왔다.
그 기록 중 정우진 교도님(여주교당)이 쓰신 글,
"우리가 소성리와 진밭을 지킨다고 사드가 철회될까? 영구배치 될까?" 답은 똑같이 '모른다! 다만 할 뿐이다!"는 말이 가장 가슴에 와닿았다. 그 말씀처럼 그냥 나아갈 따름이다. 내 아이들이 살았으면 하는 세상을 오늘 내 몸으로 살려고 노력할 따름이다.
첫댓글 '문재인 대통령 시절 다시 북핵 발사를 빌미로 다 못 들인 나머지 발사대가 추가반입되었다.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허망하게 당하지 않겠다고 사전에 철저히 탐지하고 들어올 것 같은 낌새에 김천, 성주를 비롯한 전국에서 많은 평화 활동가들이 달려왔지만 8만 병력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에서 8만이 아니고 8천입니다. 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