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견에서 시작한 브루나이·몰디브 여행 - 가족처럼 친구처럼 따뜻한 손길 내밀어 - 도시생활에 지친 삶 새로운 감흥 일으켜
- 생생한 현지 문화 오롯이 느낀 불가리아 - 축제 기간 주민들의 열정 잊혀지질 않아
- 우즈벡 실크로드서 만난 독일인 노부부 - 문명 뒤로하고 자연을 벗삼는 모습 감동
이제 브루나이 몰디브 불가리아 우즈베키스탄 여행을 마감하는 시간에 이르렀다.
브루나이 여행은 저가 항공사의 할인행사로 가게 된, 갑자기 찾아온 행운이었다.
그 행운은 무슬림에 대한 편견을 다시 벗어나게 했다.
신정(神政)일치, 왕정 체제와 권력 세습, 근본주의와 폭력, 테러, 일부다처제와 여성 억압 등의
이미지로 고착화된 편견을 처음으로 벗어나게 한 것은 말레이시아 여행이었다.
브루나이 여행은 그 편견이 맹목적인 것임을 재차 확인시켜주었다.
이번 여행에서 받은 것은 이슬람교뿐 아니라 불교든 기독교든 종교적 근본주의와 극단주의는
언제나 다른 종교를 타도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폭력과 테러를 정당화한다는 것이었다.
나아가 특정 종교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의 지도자들은
오히려 그 폭력을 미화하면서 부추긴다는 것이었다.
인도양 섬나라인 몰디브의 마푸시 섬에서 바라본 석양.
그 편견을 벗어나게 해 준 것은 일반 서민들이었다.
제루동 버스정류소를 안내해 주고 군것질 거리를 준 아주머니, 자메르
아스르 하사날 볼키아 모스크에서 소나기를 피하게 하고 길을 안내해 주고 편의를 제공해 준 경찰, 박물관에서 가이드를 자처하면서 자기 나라 문화와 역사를 설명해 주었던 젊은 대학생, 울루 템브롱 국립공원에서 트레킹 길과 쉼터를 가르쳐 준 젊은 친구들. 이들은 여행객에게 종교에 관해서는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고 단지 자기 집을 찾아온 손님으로, 길을 몰라서
헤매는 이웃 친구로 대해 주었다.
브루나이에서처럼 새로운 풍경이 아니라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한 것은 몰디브 여행이었다.
몰디브는, 브루나이에서와 달리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라 계획적으로 찾아간 곳이었다.
몰디브는 스리랑카를 둘러보는 가운데 무료로 중간 경유지로 선택할 수 있는 이점 때문에 간 곳이었다.
약 1200개의 산호섬, 200여 개의 유인도 몰디브는 여전히 부자들의 휴양지, 신혼여행, 고급 리조트 등의
이미지로 고정되어 있는 곳이었다.
그 고정적 이미지를 깨게 해 준 것은 우연히 만난 백팩커였다.
그는 몰디브에도 배낭여행자들이 모이는 마푸시 섬으로 가기를 권유했다.
그의 권유로 가게 된 마푸시 섬은 배낭여행자들의 휴양지였다.
그 섬에서 만난 게스트하우스 '물의 산들바람' 주인은 일본 도쿄에서 10여년 직장생활을 하다가
숨 쉴 시간조차 주지 않는 도시의 삶을 뒤로 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고향에서 그는 자신이 자기 삶의 주인임을 확실히 느끼며 산다고 했다.
백팩커들도 여행을 하는 동안 자신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바르나 여름축제의 민속축제에 참가한 노 인들이 합창 공연을 하고 있다.
비록 브루나이와 몰디브에서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배낭여행은 언제나 자기를 되돌아보게 한다.
도시의 삶은 환경이 만들어주는 편견과 시각을 벗어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서 언제나 바쁜 척하면서 스스로 길들여져 간다.
더구나 그 길들어짐을 안락하게 받아들이고 그 길에서 벗어남을
불안해 한다.
나의 삶은 내가 속해 있는 환경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벗어나자.
그래, 벗어나서 숨 쉴 시간을 갖자.
방구석에 내팽겨져 있는 배낭을 다시 메자.
가자 어디로든 가자.
그래, 최소한 우리나라가 속해 있는 G20을 벗어나서 가자.
그렇게 불가리아와 우즈베키스탄 여행이 선택되었다.
값싼 항공료, 동서양의 관문 터키 이스탄불에서 육로로 갈 수 있는 발칸 유럽 국가를 키워드로 선택한 것이
불가리아와 우즈베키스탄이었다.
우즈베키스탄 항공을 타고 간 뒤 이스탄불에서 내려 육로로 불가리아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불가리아에서는 대도시들마다 있는 프리워킹 투어에 참여해 그 삶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올 때는 육로를 통해 이스탄불로 들어가서 비행기를 타고 타슈켄트를 중간 경유지로
우즈베키스탄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중앙아시아 유목민족들의 이슬람 문화와 천산북로의 실크로드에 있는
오아시스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브루나이 수도 '반다르세리베가완'의 옛 도 심이자 수상마을인 캄퐁 아예르. 마을(캄 퐁)과 물(아예르)의 합성어이다.
이스탄불에서 육로로 불가리아에 가는 여행자들은
대체로 플로브디브, 벨리코 타르노브, 소피아, 바르나 등으로 간다.
그 여정은 새로운 풍물과 풍경을 볼 수 있는 코스이긴 하지만
불가리아 바르나 여름축제를 놓치기 쉽다.
바르나 여름축제를 여정의 첫 순위에 놓으면, 일반 여행자들과는
반대 코스로 가게 된다.
바르나 여름축제는 전문 예술가들의 축제와 일반 시민들의
민속축제가 함께 열린다.
전문 예술가 축제에서는 세계 3대 콩쿠르라고 불리는 발레 콩쿠르,
민속 축제에서는 우리에게 이미 잊혀진 유고슬라비아, 체코슬로바키아를
중심으로 동유럽 민속공연이 열린다.
또 그 축제에서 거리예술가들, 거리 화가들, 행위예술가들, 청소년이나 청년들의 레게와 배틀 공연,
중년들과 노년들의 합창 공연 등이 열린다.
온 시민들이 참여하는 축제의 열기는 여름 햇살보다 더 뜨겁다.
바르나 여름축제를 경험한 뒤, 벨리코 타르노브 차레베츠 성(요새)에서는 불가리아 동방정교의 역사 문화를,
소피아에서는 로마 가톨릭 교회, 불가리아 정교회, 오스만 이슬람, 러시아 정교회 등 종교의 변천 과정을,
플로브디브에서는 불가리아 역사에 숨어져 있는 과거의 흔적과 종교적 충돌을 경험하게 된다.
독일에서 지프차를 타고 출발해 중앙아시 아, 중국, 동남아를 거쳐서 싱가포르로 가 는 중인 독일인 노부부. 실크로드를 세 번 째 방문하던 중 히바에서 필자(오른쪽)와 만나 기념사진을 찍었다.
플로브디브를 끝으로 이스탄불에서 우즈베키스탄으로 들어간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여행자들은 대체로 타슈켄트, 사마르칸트, 부하라,
히바로 가는 여정을 선택한다.
그 여정은 도시들을 이어주는 가장 편리한 수단인 기차를 타고 가는 것이다. 그 도시들 여행에서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것은 중앙아시아의
이슬람 문화와 유목 문화 그리고 천산북로를 따라서 가는 실크로드에
위치한 오아시스 문화이다.
이런 문화의 틀에서 어느 도시이든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융성함과 쇠락함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미 이슬람 문화를 경험했던 여행자들에게 우즈베키스탄의
역사적 문물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여행은 새로운 문물과의 만남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그 만남이 히바에서 이루어졌다.
독일인 노년 부부는 지프차를 타고 독일에서 출발해 실크로드를 세 번째
방문하는 중이었다.
그 부부는 중앙아시아, 중국, 동남아시아를 거쳐 싱가포르로 가는 중이었다. 그 부부는 질식할 것 같은 문명과 혼란스러운 경쟁에서 벗어나서 자연을
벗 삼아 여행을 한다고 했다.
그 부부는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됨을 느끼는, 푸른 하늘을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여행을 하기를 권유하기도 했다.
과연 가능할까?
여행은 근접하지 못할 세계를 근접하게 하는 것이며, 먼 미지의 세계를 가까운 이웃으로 만들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