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보면서 자꾸만 떠오른 영화와 TV시리즈가 있는데..
영화는 <배트맨 비긴스>입니다..
1800년대 런던의 우울하고 음침한 분위기는,왠지 고담시티의 그것과 비슷한 느낌이었고..
시대를 앞서간 엄청난 기계장치를 이용해 국회의원들을 몰살하려는 후반부는..
배트맨 비긴스 후반부에서 초대형증발기를 통해 사람들을 광기로 몰아넣는 라스 알굴의 전술과 유사했죠..
영화속 셜록홈즈의 느낌도 그렇구요..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셜록 홈즈의 이미지는 전형적인 영국신사의 모습에 천재적인 탐정의 모습이 더해진,
전형적인 '착한 편'의 모습이지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이 역할을 맡은 것부터 충분히 전해지겠지만..전형적인 셜록홈즈의 모습에선 많이 벗어나있죠..
다소 엉뚱하고 기인적인..천재라기보단 광인에 가까운..선과 악 사이의 정체성이 대단히 모호한..
'배트맨(크리스챤 베일)'과 유사한 캐릭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TV시리즈는 '맥가이버'..
타이틀음악과 '우리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지'대사만 있으면,딱 맥가이버가 생각날 장면이 많았어요..
2.셜록홈즈의 원맨쇼인 원작 소설에서 조수로 느껴질만큼 상당히 왜소한 비중을 차지하던 왓슨..
어쩌면 전형적인 셜록홈즈의 이미지에 적합할 주드 로가 이 역할을 맡으면서..
셜록홈즈와 거의 대등한 인물로 재탄생했습니다..
<셜록홈즈>의 기본적인 틀은 '버디 무비'입니다..
홈즈와 왓슨..두 친구가 티격태격하면서,자신 앞에 찾아오는 수많은 고난들을 이겨내고,결국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는..
물론 그 목표와 해결과정이 지극히 블록버스터적이긴 하지만..
원작 소설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왓슨의 격상..그리고 두 남자의 끈끈한 우정일겁니다..
3.다른 분도 얘기하셨지만..
예고편은 이 영화의 진정한 재미를 상당부분 삭제하고,그냥 블록버스터,킬링타임 무비처럼 보이게 포장했습니다..
원작 소설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 영화가 추리 소설의 재미를 축소시키는 것에 상당한 반감을 드러내었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절대 아닙니다..
왓슨이 결혼할 여자를 소개하는 장면부터..특유의 예리한 시선과 관찰을 통해 완벽한 이야기를 창조해내는 능력..
과학과 생물학,기타 등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동원한 추리..
셜록홈즈 소설 자체가 이미 범인은 다 밝혀놓고,나중에 그 트릭들을 셜록홈즈의 입을 통해 하나하나 밝혀나가는 것처럼..
이 영화도 결말은 셜록홈즈의 해설을 통해 마무리짓습니다..
원작을 통해 느꼈던,'이게 추리소설이야'하는 느낌은 영화 곳곳에 잘 베어 있습니다..
4.도무지 꼬일대로 꼬인 복잡거대한 사건을 마무리지을 것인가..하는 관객을 비웃듯이..
마치 꼬인 실타래의 끝가닥을 정확히 잡아 한방에 풀어내듯이 마무리 짓는..가이리치 특유의 스타일..
어쩌면 셜록홈즈의 내용구조와 가이리치의 스타일은 근본적으로 일치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잘 만난거죠..
말로 표현하기 힘든,가이리치 특유의 '영국냄새'도 여전하구요..
5.재미,볼거리...
말이 필요한가요..
6.<배트맨 비긴스>의 마지막에,배트맨이 조커 카드를 꺼내면서 후속편을 예고한 것처럼..
<셜록홈즈>도 후속편과 새로운 악당을 간략하게 소개해놓았습니다..
속편도 기대되네요..정말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