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서로 사랑했다. 두 사람은 결혼에 골인했고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그런데 아내는 아이가 태어나고부터 뭔가 서운한 기분이 든다. 밤마다 아이가 몇번씩이나 깨서 우는데, 남편은 꿈쩍하지 않고 자는 것이다. 남편은 남편대로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달려가 집안일을 도왔는데, 만나는 사람마다 아내 잘 챙기고 많이 도와주라고 말한다. 둘 다 최선을 다했는데 서운하고 억울한 마음이 든다. 어쩐지 육아의 부담이 한쪽으로 기운다는 느낌 때문이다. 오죽하면 ‘독박 육아’라는 말이 나왔을까. 육아라는육중한 무게를 견뎌내는 힘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으려는 배려, 나란히 잡고 서서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에서 시작한다. 그게 공평하다.
PART 1 오늘도 독박 육아 중?
부모들은 대부분 아이를 키우며 공평한 육아의 필요성을 절감하지만, 막상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물으면 대답을 망설인다. 정말 할 일을 반으로 나누는 것이 정답일까? 설문조사를 통해 공평 육아를 꿈꾸는 엄마 아빠들의 생각을 들여다봤다. 우리 집 공평 육아 지수는 얼마일까?
우리가 생각하는 공평함
‘공평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고르다 는 뜻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공평하다는 의미를 다르게 받아들인다. 생각해보자. 정말 육아를 ‘공평’하게 할 수 있을지. 자람가족학교 이성아 대표는 공평의 의미에 대해 3가지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1 공평의 기준은 내가 정한다
주변을 돌아보자. “우리 남편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요”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는지. 심지어 “너희 집 남편만큼만 하면 바랄게 없겠다”는 이야기를 듣는 엄마들 조차도 “공평하지 않다”고 이야기 한다. 남편이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이야기’를 보면 도적이 사람을 잡아서 다리가 침대보다 길면 잘라버리고, 침대보다 짧으면 다리를 늘려서 죽였다는 내용이 나온다. 세상을 자기 기준대로만 움직이려고 할 때 비유하는 이야기로 공평함을 내 기준에만 맞춰 남편을, 아내를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보자. 남편과 아내는 예전보다 훨씬 많이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2 방법과 타이밍이 같아야 한다
‘공평하다’는 단어가 들어가면 ‘똑같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예를 들면, ‘그가 쉰다면 나도 쉬어야 해’ ‘내가 일을 하고 있으면 너는 일을 해야 해’처럼 실제로는 어려울지라도 방법과 타이밍이 똑같기를 원하는 시각이 있다.
3 팀 의식을 가지고 있나요?
축구를 생각해보자. 각자 맡은 역할이 다른데, 미드필더가 골키퍼에게 가서 “나는 죽어라 뛰어다니는데, 골키퍼 너는 멀뚱이 서 있다 골 한번 막고 나랑 연봉이 똑같잖아”라고 이야기한다면 과연 진정한 팀플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제대로 된 팀이라면 구성원의 역할과 기능, 그 사람 나름의 방법을 존중해야 한다. 만약 부부가 대화를 하다 화가 난다고 ‘너만 돈 벌어오냐? 그럼 나도 돈 벌어올게’라고 한다면 이는 수비수가 ‘내가 슛 할게’와 같은 상황인 것. 부부가 각자 맡은 역할과 육아를 하는 방법을 존중해줘야 한다.
Q 우리 집은 부부가 공평하게 육아를 분담하고 있다?
부부가 공평하게 육아를 분담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60% 이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남자보다 여자가 더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엄마들이 불공평하다 생각하는 건 일한 것에 대한 충분한 가치를 배우자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어떻게 하면 상대방과 친밀해질까를 고민하다 보면 생각보다 불만이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Q 우리집의 육아 공평도는 5점 만점에 몇 점인가?
(공평하지 않을수록 1, 공평할수록 5)
Q. 육아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나?
육아에 대한 책임은 주로 엄마에게 있다는 의견이 40%로 가장 많았고, 똑같이 반반씩 부담한다는 의견이 38%로 뒤를 따랐다. 반면 아빠가 주로 주도하고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의견은 각각 1% 미만으로 아직까지는 육아의 책임은 엄마에게 있다는 의식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성아 대표는 부모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영유아의 경우 모유수유와 같이 직접적인 행동으로 섬세한 관리가 필요한 시기이므로 엄마가 주도할 수밖에 없다. 아빠는 유모차를 들거나 자원을 만드는 환경에 더 최적화되어 있다. 아이의 기저귀를 갈지 않는다고 해서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안 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당신은 이것밖에 못해?”라는 지시나 명령 대신 나와 아이에 세계에 남편을 초대해보자.
Q 다음 중 가장 공평하게 육아를 분담한다고 생각되는 가정은?
가장 공평하게 육아를 분담하는 방법은 무조건 반씩 분담하는 것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육아와 집안일을 대부분 아내가 맡고 남편이 조금 도와준다는 의견이 뒤를 따랐다. 아내와 남편 모두 육아를 나눠서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지만, 비중은 아내가 더 커야 한다고 생각했다.
응답자의 30% 이상이 육아뿐 아니라 집안일도 대부분 아내가 맡고, 남편이 조금 도와주는 것이 가장 공평한 육아 분담이라고 답했다. 답변자 중 여자의 비율이 훨씬 높았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조금’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엄마들의 공평은 내가 원하는 수준을 전제로 한다. 지금보다는 남편이 ‘조금’ 더 잘해야 하지만, 실질적으로 남편에게 주도권을 넘기고 싶지 않는, 남편에 대한 못 미더운 마음이 숨어 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오마이베이비>와 같은 육아예능 프로그램에서 아빠의 육아 참여에 대한 긍정적인 의식 변화를 가져오고 있지만 기대치를 높여 환상을 주는 게 사실이다. ‘송일국은 애 셋을 보는데 남편은 왜 아이 하나도 못 보지?’처럼 TV에 나오는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보편적인 기대가 아닌 환상을 꿈꿔서는 안 된다. 송일국 주변에는 수많은 스태프가 숨어 있다.
Q 공평한 육아 분담을 위해 가장 노력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공평한 육아 분담을 위해서는 부부가 함께 육아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답변이 과반수다. 육아에 참여하는 시간과 행동도 중요하지만 먼저 함께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공평한 육아를 위해서는 억울해하지 말아야 한다. 각자의 역할에 대해 억울해하지 말고 상대방의 영역을 존중해주자. 공평은 기준을 협상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다. 공유된 사람들은 공이 날아왔을 때 누가 받아야 할지를 직감적으로 아는 축구선수와 같이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의중을 알 수 있다. 서로 공을 향해 몸을 날려 부딪히면서 알게 된 것이다. 부부도 부딪히는 과정을 거쳐야 공유할 수 있다. “못 살겠어” “당신 때문에 미치겠어” 라고 화가 나기 전에 서운하다는 이야기를 나눠 보자. “나는 이런 점이 서운해” “나는 이런 도움이 필요하고, 이런 부분에서 인정을 받았으면 좋겠어. 이걸 해준다는 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야.” “당신이 이렇게 했을 때 나를 사랑하고 우리 가족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라고 감정을 공유하는 대화를 시도해보자.
★ 여성 포털사이트 이지데이(www.ezday.co.kr)에서 3월 3~16일에 2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글·진행 한미영, 윤세은, 우수정 기자 사진 송상섭 어시스트 정지안 사진제공 홍기웅, 홍창욱, 김용호, 신성현 소품협조 피플풋웨어, 티엔씨의 감성소품, 케즈, 펀앤키즈 헤어 메이크업 제갈경, 박성미
[출처:맘&앙팡]
http://enfant.designhouse.co.kr/magazine/type2view.php?num=73614&pageNum=1&cate=&subjecttype=1&cse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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