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5년간 47개社, 네이버 30개社 사들여… M&A 톱3 모두 IT기업
[기업들 M&A 생존게임]
1위 카카오, 계열사 118개로 늘어… 게임-패션-교육 등 분야 안가려
삼성전자, 5년전 하만 인수 이후… 과감한 베팅 사례 나오지 않아
정보기술(IT) 공룡 카카오는 2016년부터 올해 상반기(1∼6월)까지 5년 6개월간 47곳의 기업을 사들였다. 국내 매출 500대 기업 중 인수합병(M&A) 건수 기준으로 1위다. 카카오의 M&A 투자액은 2조5900억 원에 이른다. 5년간 총 인수 금액 기준으로는 삼성전자 등 주요 그룹보다 적지만 전체 건수와 최근 1, 2년 새 집행된 규모로 보면 카카오가 M&A 선두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26일 동아일보가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와 함께 국내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5년 동안의 M&A 현황을 분석한 결과 카카오, 네이버, NHN 등 IT 기업들이 M&A 건수 1∼3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는 성장성만 있다면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음원(멜론), 게임(엑스엘게임즈), 교육(야나두), 패션(지그재그) 등 서로 다른 분야 기업들이 속속 카카오 우산 속으로 들어갔다. 카카오 계열사 수는 2019년 84개에서 2020년 105개, 2021년(5월 기준) 118개로 늘었다. IT 업계 관계자는 “구글, 애플 등 글로벌 IT 공룡들이 본업의 틀에 구애받지 않고 M&A 투자를 통해 회사 범주 자체를 확장해 나가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네이버(30건), NHN(20건)도 M&A로 업(業)의 경계를 넓혀 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폭발하는 콘텐츠 시장에 주목한 네이버는 올해 5월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지분 100%를 6500억 원에 인수했다. 최종 인수전에는 불참했지만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검토하는 등 쇼핑 시장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게임 회사로 출발한 NHN은 1월 미국 클라우드 기업 ‘클라우드넥사’를 인수하며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반면 M&A 큰손이었던 삼성전자는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최근 5년간 M&A 현황에서 삼성전자는 건수 기준으로 5위(14건), 금액 기준으로는 1위(약 10조1100억 원)를 차지했다. 그러나 2016년 9조4000억 원 규모로 이뤄진 하만 인수 이후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M&A 건수에서도 6건을 기록했던 2016년을 제외하면 이후로는 매년 1∼3건에 그쳤다.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을 쥔 채 숨을 죽이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유동자산 총액은 1분기(1∼3월) 말 기준 209조1600억 원으로, 지난해 말(198조2200억 원)에 비해 10조9400억 원이 늘었다.
그사이 글로벌 반도체 판도는 대형 M&A와 투자 발표로 출렁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인텔의 낸드 사업부문 인수를 발표했고, 인텔은 세계 3위권 파운드리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 소식을 전했다.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자인 대만 TSMC도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4월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약 115조 원)를 투자해 미국에 6곳의 신규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이르면 2023년부터 일본에서 반도체 생산을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2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류더인 TSMC 회장은 이날 폭스바겐·다임러 등 주요 고객사가 있는 독일에도 반도체 공장 신설을 검토 중이라고 주주들에게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산업 지평의 변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M&A가 미래를 준비하는 필수 전략이 된 상황에서 과감한 베팅에 나서지 않으면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