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기준으로 중국의 기업 부채는 GDP 대비 168%다. 이 중에서 2/3 이상은 국유기업 부채로 유럽(105%)과 미국(72%)보다 월등히 높다. 게다가 중국 1000대 기업의 16%가 사업 수익으로 대출 이자도 감당할 수 없는 좀비기업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이자를 충당할 방법으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부동산 투자와 주식 투자에 크게 의존해왔다. 자산시장에 충격이 가해지기 시작되면 이들도 퇴로가 막히게 된다.
2009년 기준으로 보면 국무원 직속의 5대 전업은행(건설, 투자, 농업, 공상, 교통)은 금융권 대출 자산의 70%를 점유한다. 따라서 구조조정에 실패해서 파산을 하거나,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부채 디레버리징으로 공기업의 장부상 부실채권이 현실화되면 중국 5대 전업은행은 충격을 받는다. 중국 건설은행이 고정자산 분야에 대출한 금액이 3조 2,700억위안(약 588조원)으로 이 은행 전체 대출의 82%다. 보다 체감하기 쉽게 계산해보자. 한국의 인구가 중국의 1/30이라는 비율을 반영하면, 한국의 한 은행이 약 20조원을 대출해 준 셈이다. 한국 GDP가 중국 GDP의 1/7이라는 비율대로 계산하면, 한국의 한 은행이 84조원을 대출해 준 셈이다. 과연 안전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지방정부 채무의 80%가 은행 대출이다. 5대은행 대출의 82%가 공기업 대출이다. 지방정부와 공기업이 파산하면 은행 및 금융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은행의 여신(대출) 계정에는 포함되지 않는 신용중개인 그림자금융의 규모는 연평균 35%씩 빠르게 증가했다. 2018년 기준, 중국의 그림자금융 규모는 62조 9천억 위안(한화 1억 조원)으로 2013년 30조 5,000억위안보다 2배 증가했다. 그림자금융의 대부분은 중국 은행들의 자산관리상품과 투자신탁사의 신탁상품이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 내 경제성장률 하락이 지속되면 그림자금융의 증가 추세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자산시장이 폭락하는 순간 그림자금융의 큰 한 축이 무너지면서 중국 경제를 강타할 수 있다.
중국 정부도 이런 위험을 감지했다. 그래서 2016년부터 2~3년 동안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한다며 선제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부동산 버블을 잡기는 쉽지 않다. 산업 구조조정 역시 쉽지 않다. 구조조정의 대상에 국영기업과 공산당 지도자 친인척들이 소유한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국영기업의 구조조정은 금융이 주도해야 한다. 하지만 국영기업과 금융권은 모두 중앙정부, 지방정부와 밀착한 공생관계에 있다. 은행과 정부, 국영기업의 공생관계가 깨지지 않는 한, 공산당 간부의 부정부패를 척결하지 않는 한 구조조정은 지지부진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내수가 부진한데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수출에까지 문제가 생기자 중국 정부는 구조조정의 속도를 늦추면서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내려 경기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돈을 풀어도 외부 상황이 계속 악화되면 위험만 더 커진다. 풀린 돈이 원금을 갚는 데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적자분을 메우고 이자 비용을 감당하는 데 사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 부채, 지방정부 부채, 기업과 가계의 신용대출 규모, 부동산 버블, 주식과 환율시장의 불안정성 등을 따로 떼어 놓고 GDP 규모와 외환보유액 규모를 비교하면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아직은 안전한 수위이다. 하지만 외부 상황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는 조건에서, 중국 경제의 약점들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부작용이 한꺼번에 터진다면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