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요, 신앙(거창제일교회) 24-10, 주일예배와 편의점
늦은 저녁, 거창제일교회 김충일 목사님께서 직원에게 연락하셨다.
김성요 씨 주일예배 드리는 날에 직원이 알아야 할 일이 있어 연락했다 하셨다.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과 함께 어렵게 이야기를 꺼내셨다.
김성요 씨가 주일예배 드리는 날, 교회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값도 치르지 않고 물건을 가져갔다고 한다.
한두 번이 아니라, 교회나 전담 직원이 김성요 씨를 살펴주면 좋겠다고 가게 사장님이 연락하셨단다.
김성요 씨는 달콤한 간식을 아주 좋아한다.
작년, 거창제일교회 앞에 세계 각국의 간식을 판매하는 편의점이 생겼다.
김성요 씨가 참 반가워할 소식이었다.
그런데 한가지 변수가 있었다. 그 편의점이 무인편의점이라는 것이다.
가게 주인이 상주하고 있지 않기에 가게를 찾는 사람들이 물건을 골라 키오스크에서 직접 계산해야 한다.
김성요 씨는 마트를 이용하는 데 익숙하지만, 갖고 있는 돈에 적절한 물건을 고르기는 어렵다.
키오스크를 사용해 본 적도 있지만, 매장마다 사용하는 키오스크가 다르고,
요구하는 경우의 수가 많아 김성요 씨 혼자 키오스크를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누군가 옆에서 도우면, 마트를 이용하고 키오스크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거창제일교회에서 김성요 씨가 주일예배 드릴 때, 직원이 매번 동행하지는 않는다.
유리애 사모님과 성도들이 김성요 씨 곁에서 돕기는 하지만, 김성요 씨를 계속해서 따라다니기는 어렵다.
무인편의점이 거창제일교회 화장실 바로 앞에 있다 보니, 누구나 화장실 오가며 편의점에 들르기 딱 좋은 위치다.
김성요 씨가 편의점을 이용하고 싶다고 하시면 도울 수 있지만,
김성요 씨가 화장실 오가는 길에 말없이 혼자 편의점을 찾는 것을 막기는 힘들다.
김충일 목사님께 김성요 씨 사정을 말씀드리고 연락 주셔서 감사하다 인사드린다.
가게 사장님께도 상황을 설명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논하기 위해 연락 드린다.
“네, 사장님. 거창제일교회 김충일 목사님께 말씀 전해 듣고 연락 드립니다. 우선 죄송합니다.
저도, 교회에서도 살핀다고 살피는데 일이 이렇게 되었네요.”
“네, 선생님. 목사님 통해서 사정은 들었어요. 저도 너무 안타까운 게 가게 CCTV가 있잖아요.
CCTV를 보는데, 그분이 물건을 잔뜩 고르고 키오스크 앞에서 2천 원을 들고 계산해 보려고
여러 번 시도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기계를 사용하기도 어렵고, 간식은 드시고 싶고,
그렇다고 그 순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서요.
하필 또 저희 가게가 교회 화장실 앞에 있네요. 오가며 얼마나 눈에 잘 보이겠어요.
제가 가게에 내내 있을 수 있는 형편도 안 되고, 이렇게 매번 CCTV를 돌려보기도 어려워요.
아무래도 그분이 교회에 오실 때는, 누군가 꼭 함께 오셔야 할 것 같아요.”
가게 사장님 말씀이 참 감사하다.
그저 ‘왜 돈도 내지 않고 물건을 가져가요’ 하지 않고,
이 일이 ‘그 가게가 하필 무인편의점이어서, 키오스크 사용이 힘들어서,
무인편의점이 교회 화장실 앞에 있어서’ 라는,
김성요 씨 입장에서 힘들 수 있는 조건임을 이해해 주시고, 그래서 일어난 일이라 헤아려 주셔서 참 감사했다.
생활의 장애는 어떤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 상
황에서 생기는 현상, 곧 상황적 장애입니다.
이런 장애는 누구나 겪는 인간 보편의 현상입니다. 다만 몸의 장애가
있으면 그 사회 여느 사람에 비해 약하거나 불리한 상황을 만나기 쉽고
그런 상황에서 여느 사람이라면 겪지 않을 장애를 겪기도 합니다. 이러
므로 몸의 장애가 있는 사람이 겪기 쉬운 생활의 장애는 사회사업이 특
별히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문제이기는 합니다.
생활의 장애는 어떤 ‘일’을 할 수 없거나 하기 어렵거나 불편하게 되는
현상이므로 장애라는 말은 그런 ‘일’에나 붙여 쓸 수 있습니다. 예컨대
이동 장애, 학습 장애, 독서 장애…라고 하는 겁니다.
생활의 장애는 상황적 현상이지 사람의 속성이 아닙니다. 이러므로
‘장애’라는 말을 사람에게 붙여 쓸 수 없습니다. 이동 장애인이니 학습
장애인이니 할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장애개념(2024.03.09.) 8쪽
한덕연 선생님의 장애개념에서 사회사업가는 생활의 장애에 주목해야 한다고 한다.
생활의 장애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보편적 현상이다.
장애를 생활의 장애로 바라보지 않으면, 장애를 그 사람의 속성이라 잘못 이해할 수 있다.
김성요 씨의 일도 자칫하면,
그 일이 김성요 씨가 장애인이라서 벌인 김성요 씨 만의 잘못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박현진 선생님께도 상황을 말씀드리고 의논했다.
박현진 선생님은 당분간 직원이 주일예배에 동행하더라도, 더 근본적인 것을 바라보고 궁리하면 좋겠다 하셨다.
김성요 씨가 키오스크를 사용하기 편리한 방법을 찾는 것
(예를 들면, 현금보다는 카드 사용이 계산하기에 더 수월하니 주말에만 사용하는 카드를 따로 만드는 것),
교회에서 김성요 씨의 편의점 사용을 도울 만한 사람을 찾는 것
(김성요 씨가 편의점을 주로 사용하는 시간대나 상황을 살펴서 그때 잘 도울 수 있을 만한 분들에게 부탁하는 것)
등을 고민하면 어떨까 제안하셨다.
장애 개념이 사회사업 실제를 얼마쯤 규정합니다. 장애를 어떻게 보는
가에 따라 지원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장애개념(2024.03.09.)』 3쪽
1) 주로 생활의 장애를 봅니다.
청소 세탁 취사 요리, 도배, 세면 양치 목욕, 미용 화장, 산책 운동, 생일
잔치, 쇼핑, 여행, 구직, 취미 활동, 독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활용, 금
전이나 물품 관리, 주택 관리, 환기, 문 여닫기, 출입 통제…
둘레 사람과 서로 연락하고 만나고 문안 축하 위로 격려 응원 칭찬 감
사 선물하기, 함께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고 놀고 산책하고 운동하고 여
행하고 쇼핑하고 영화 보기, 손님을 맞이하고 대접하고 배웅하기…
공연 영화 전시회 관람, 도서관 이용, 놀이터 공원 이용, 카페 식당 호
텔 이용, 교통수단 이용, 투표, 교육 기관 또는 평생학습 기관 이용, 종
교 활동, 동아리 활동, 축제 토론회 발표회 집회 따위의 행사 참가…
몸의 장애가 있는 사람이 이런 일을 할 수 없거나 하기 어렵거나 불편
하게 되는 현상에 대응합니다. 이런 일을 할 수 있게 돕습니다. 쉽거나
편하게 또는 자연스럽거나 평범하게 할 수 있게 돕습니다.
2) 주로 생태 관점으로 보고 대응합니다.
어떤 일을 하는 데 당사자 쪽 조건과 환경 쪽 조건이 맞지 않아서 장애
를 겪는다고 보고,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당사자 쪽 조건이나 환경 쪽
조건이나 일의 조건을 바꾸어 장애를 예방 해소 완화하고 더불어 살게
도우려 합니다.
이렇게 돕다 보면 당사자는 다른 장애에도 대처할 수 있는 강점이 생겨
납니다. 이렇게 돕다 보면 지역사회는 몸의 장애가 있는 사람을 배제하
거나 차별하는 일이 줄어들고 수용적인 환경이 되어 갑니다. 생활의 장
애가 생기지 않거나 덜 생기는 환경이 되는 겁니다.
다만, 사람과 사안에 따라 개인 관점이나 사회 관점으로 보고 대응하기
도 합니다. 원인이나 책임의 소재에 따라 대응하되, 사회사업가의 처
지와 역량, 가용 자원과 기회비용 따위를 헤아려 변통합니다.
『장애개념(2024.03.09.)』 11쪽
박현진 선생님 역시 김성요 씨 일을 ‘생활의 장애’로 바라본다.
더해서 생태관점에서 이 일을 어떻게 지원하면 좋을지 함께 궁리하고,
그렇게 지원해야 하는 이유와 그렇게 지원해야 하는 필요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만약 김성요 씨를 장애인으로 바라보고, 이 일이 김성요 씨가 장애인이어서 벌어진 일이라 생각한다면 어땠을까.
우리가 방안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폭이 아주 좁아지지 않을까?
가령 김성요 씨에게 금전 교육을 하고, 키오스크 이용 훈련을 하는 식으로….
방안의 폭이 좁아진다면, 그만큼 돕는 직원도 힘들지 않을까.
‘생활의 장애’로 보고, ‘생태관점에서 대응할 방법’을 궁리하니 김성요 씨의 상황이 더욱 잘 이해된다.
상황을 풀어나갈 실마리도 더 풍성하게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사회사업하는 우리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여긴다.
2024년 4월 23일 화요일, 신은혜
편의점 사장님 말씀이 고맙네요. 신아름
목사님의 조심스러운 말씀, 가게 사장님의 말씀,
그 말씀들 안에 이미 ‘문제 삼지 않고’ 어떻게든 도우려는 뜻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강점’을 정리할 때 ‘지역사회 탄력성’이라는 게 있었죠.
저는 이런 지역사회의 유연함, 선한 마음과 뜻이 탄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장애 개념을 다시 살핍니다. 월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