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 동네에는 매주 화요일 임시 장날이 선다.
아파트에도 상가가 따로 있지만 주민투표로 결정되어 농수산물과 각종 먹거리를 판다.
그 중에는 가마솥에 끓인 국물을 파는데 선지국, 추어탕, 순대국, 그리고 논고동 들깨국도 있다.
선지국은 몇번 사다 먹어봤으나 논고동국은 아직 맛을 보지 못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한그릇에
만원했는데 지난주에 값을 물어보니 만2천원이라 했다. 다른 물가가 오르니 덩달아 올린 모양이다.
우리가 어릴 적 시골에 살 때는 그냥 고동이라 했는데 표준어는 고둥이며 연체동물문 복족강의
동물을 통털어 이르는 말이다. 갈고둥, 총알고둥처럼 대개 말려 있는 껍데기를 종류이다.
본래는 우렁잇과의 고둥을 통털어 이르는 말로서 껍데기는 원뿔형이며 색깔은 어두운 녹색이다.
무논이나 웅덩이 개울 등지에 산다.
봄에 못자리를 내어 하지 전에 모내기를 해 놓고 한여름 벼가 자랄 때는 잡초를 뽑기 위해 논매기를
한다. 무논에 들어가 엎드려서 맨손으로 풀을 뜯고 논을 매고 나면 허리가 두 동강 날듯이 아팠다.
논 맬때 보면 논고동이 여기 저기 기어 다니고 있어 주워담아 집에 와서 불에 구워먹거나 삶아 먹었다.
황새나 왜가리들도 논에 들어가 성큼성큼 걸어다니면서 고동을 잡아 먹기도 하였다.
얼마 전 지인이 보내온 카톡에는 우렁이는 자기 몸 안에 40~100개의 알을 낳고 그 알이 부화하면
새끼들은 제 어미의 살을 파 먹으며 성장하는데 어미 우렁이는 한 점의 살도 남김없이 새끼들에게
다 주고 빈 껍데기만 흐르는 물길따라 둥둥 떠내려 간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본 새끼 우렁이들이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우리 엄마 두둥실 시집 가네" 실제로 모성애가 그리 강한 동물인지는 몰라도
아마도 지어낸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한여름 뙤약볕에 세벌논을 매고 나면 나락이 무럭무럭 자라 가을이 되면 누렇게 이삭이 영근다.
나락을 베고 나면 마른 논에 들어가 논고동을 잡았다. 논에 물이 많이 갇혀 있을 때는 물밑으로
논고동들이 먹이 활동도 활발하게 하지만 늦가을 타작때가 되어 물을 빼 버리면 돌아다닐 수가 없어
땅을 파고 들어가 숨는다. 땅 속에서 다음해 여름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땅 속으로 파고 들어간
자리가 약간 움푹 들어가 있어 꼬챙이로 찔러 보면 금방 알 수 있어 고동잡기는 식은 죽먹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