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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불교의 대안
法顯 민 병도(동국대학교 불교학과 박사과정 )
목 차
Ⅰ. 연구의 방향
Ⅱ. 한국교육의 문제점
1.자주 바뀌는 입시제도
2.하향평준화로 떨어진 교육의 질
3.왜곡된 교육관과 빗나간 교육열
4.높은 학교교육 의존도와 사회의 요구를 수용 못함
5.지식위주의 교육
6.사회(평생)교육에 관한 무정견
7.소홀한 가정교육
Ⅲ. 불교의 교육사상 및 방법론
1.왜 가르치는가(교육의 목적)?
2.어떤 자세로 가르치는가(교육자의 자세)?
3.무엇을 가르치는가(교육의 내용)?
4.어떻게 가르치는가(교육의 방법)?
1)언어를 쓰지 않는 교육
2)언어를 쓰는 교육
3)눈높이 교육=수기설법(隨機說法)
Ⅳ. 불교적 가치관으로 본 대안
1.교육의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2.교육자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3.교육의 목표 또한 바르게 설정해야 한다.
4.다양한 방법론을 활용해서 수준에 맞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5.모든 존재와 모든 교육이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가르쳐야 한다.
6.교육을 통한 삶의 질 향상으로 승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7.윤리가치(倫理價値)를 구현(具現)해야 한다.
Ⅰ. 연구의 방향
한국인들이 느끼고 있는 사회적 문제의 가장 비중 있는 문제점 중의 하나인 교육문제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문제이며, 그냥 웃어버리거나 한 때의 분풀이 식 때리기로만 넘길 수 없다는 심각성이 있다. 따라서 각 분야의 전문가와 관심 있는 일반인들이 깊이 있게 연구해서 문제의 현실과 그 원인 및 바람직한 목표제시와 함께 방법론을 찾아서 바람직한 교육현장이 되게 해야 한다고 본다. 사회의 다른 문제도 그렇지만 교육의 문제는 특히 전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아주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그 교육의 혜택을 누리는 국민 각자가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나아가서는 세계인의 행복 누리기에 기여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문제로 돌아오면 교육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제 각각이어서 어느 것이 문제이며 그 대안은 있는가에 대해서 전문가마다, 국민마다 하나씩의 의견과 대안이 있는 문제가 바로 교육의 문제이다.
이러한 교육 안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 교육의 혜택을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하는 집단을 크게 셋으로 나누어 보는 재미있는 시각이 있다. 어느 정치지도자 앞에서 한 종교의 지도자가 했다는 이야기 중에서 의미 있는 부분을 음미해 보았을 때 한국의 교육문제를 해결하는데도 어떤 시사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사회를 가장 크게 움직이는 집단이 정치집단이며, 그 정치 집단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단체가 교육기관이고, 교육 기관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단체가 종교단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나라)이 어지러운 것은 정치가의 책임이며, 정치가가 혼탁한 삶 속에서 삶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헤매는 것은 교육자가 제대로 교육을 시키지 못한 탓이고, 교육자가 참교육을 시키지 못하는 것은 종교인이 제대로 교화활동을 펼치지 못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결국 종교의 역할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렇게 크나 큰 종교의 역할 속에서 바람직한 교육의 비전을 찾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서 이번 연구를 시작한다. 여러 종교의 사상을 총체적으로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연구의 한계도 있고 주어진 분야가 불교이므로 불교적 시각에서 교육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러한 문제가 일어난 원인을 분석한 뒤 불교와 교육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이상적인 사회형태 즉 교육의 이상향을 그려내어 우리 민족과 1천 6백년이 넘는 세월을 같이 해 온 불교의 교육사상이 현재의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져 본다.
Ⅱ. 한국교육의 문제점
1.자주 바뀌는 입시제도
어느 사회나 평가가 공정하고 예측이 가능해야 그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이 공정해지고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경쟁력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출범 때마다, 그리고 해당 정부기구 책임자가 바뀔 때마다 제도부터 바꾸고 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이는 교육의 본질보다도 제도를 중시하는 성향 때문에 오기도 한다. 현재의 교육제도나 과거의 교육제도에 중대한 결함이 있어서 오는 문제가 아니라 그 제도가 너무 자주 바뀌는 데서 오는 문제인 것이다.
2.하향평준화로 떨어진 교육의 질
우리의 교육은 70년대 중반부터 실시한 평준화 및 무시험 제도와 함께 한 가지만 잘 해도 대학에 가게 하겠다는 정책을 너무 단편적으로 강조한 나머지 학교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학생들 때문에 큰 문제이다. 그래서 3분의 1은 너무나 쉬워서 졸고, 3분의 1은 어려워서 졸고, 나머지 3분의 1만이 제 진도에 맞는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학원 및 과외수업과 인터넷에 매달리는 학생들의 성향상 정상적인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3.왜곡된 교육관과 빗나간 교육열
우리사회가 엄격한 신분사회에서 형식적 평등사회로 넘어 오면서 사회적 출세와 경제 능력 향유가 시험을 통해 신분 상승이 이루어지게 됨으로써 교육을 신분상승의 통로로만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신분상승을 위해 좋은 대학에 가야하고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좋은 학군에 들어가야 하고 좋은 학원에 다녀야 하기 때문에 강남으로 사람들이 몰려서 집 값 등 모든 기회비용이 과다하게 지출된다는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그러한 비용을 지출하고 현 상황에 적응하는 사람은 별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심한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4.높은 학교교육 의존도와 사회의 요구를 수용 못함
학교에서는 힘들여서 교육을 하지만 대학이나 사회에서는 별도의 교육을 통해 적응을 시키고 있다. 즉 학교에서는 가르칠 것을 가르치지 않고, 학생들은 배울 것을 배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19세기 건물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는 자탄보다도 훨씬 심각한 문제이다. 산업 현장에서도 같은 계열의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배운 학습내용이 쓸모가 없다고 판단하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것은 학교에서 제대로 커리큘럼을 운용하지 못하고 있고, 학생들도 전문화된 전공 학문을 이수하기보다는 당장 합격하는데 필요한 일반 전공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보니 3,4년 동안 공부하여도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5.지식위주의 교육.
1970년대 자주 국방을 꿈꾸고 있던 박 정희 대통령이 독일 등 과학 선진국에 나가 있던 학자나 관리 등 관계자들을 통해 미사일의 설계도와 부품 재료 등을 구하던 때가 있었다. 감시망을 피해 혁대에 넣어 오기도 하고 허벅지 등 몸에 넣어서 오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당시 그 나라의 지식수준은 고등학교 물리과 시간에 미사일 정도는 구조 뿐 아니라 설계에까지 진도가 나간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어느 시험에서 수석을 했다는 일이 그렇게 자주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교육수준은 박사가 고등학생을 따라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수석합격이 화제가 되고 있는 사회이며 그것이 바로 우리 교육의 수준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 사람의 특성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종합시험의 수석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6.사회(평생)교육에 관한 무정견
사회교육의 중요성은 날로 늘어나는데 비해 우리의 교육은 오히려 문제점투성이인 학교교육에만 의존한다고 할 정도로 사회교육의 정도나 질이 낮다고 할 수 있다. 유럽이나 아메리카 등에서는 가정에 책이나 교육도구를 별로 준비해 놓을 필요가 없을 만큼 사회에 많이 비치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밖에 나가도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가정 안에 책이며 기타의 교육도구를 산같이 쌓아 놓지만 그 활용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그리고 사회교육 자체가 평생교육이며, 사회교육과 학교교육이 서로 연기적(緣起的) 관계임을 인식하지 못해서 서로의 문제점이나 찾아낼 정도이지 보완하거나 장점을 활용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에 관해서 올바르게 배우고 익히며 사용해서 좋은 방향으로의 효과를 창출해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7.소홀한 가정교육
가정의 기능에 관해 학자들마다 다양한 견해가 있으나 대략 생각하면 다음의 몇 가지로 요약될 것이다. 가족들의 휴식기능, 부부간의 성적기능, 일용품을 함께 만들고 같이 쓰는 경제기능, 아들딸을 낳아 기르는 양육의 기능, 나랏말을 배우고 예의범절 등 가치 기준을 배우는 교육기능 등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의 기능이 있는 가정의 교육은 모든 교육의 기초가 된다. 그래서 몇 살 이전에 평생 배울 것 다 배웠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산업화, 정 보화 시대의 가정 형태가 대가족에서 소가족 내지 핵가족형태로 변하면서 위의 여러 가지 기능이 조화를 이루지 못해서 오는 문제점이 많이 대두하였다. 19세기말의 개방에 따른 개념의 혼란과 20세기의 조국광복 및 한국전쟁과 같은 국가 사회의 크나 큰 변동이 가족 구성원들의 사고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고,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 및 박정희 군부정권에서 준비되지 않은 서양의 자유, 민주 사상과 시장경제를 도입함으로써 소비를 자극하고 탐욕을 부추기는 시장경제의 논리에 가정이 흔들리게 된 것이다.
Ⅲ. 불교의 교육사상 및 방법론
1. 왜 가르치는가(교육의 목적)?
평생을 교육활동으로 보낸 붓다에게 왜 이 세상에 나왔느냐고 물었을 때 제자들에게 한 답(答)이 있다.
여래(如來)는 하나의 큰 인연(一大事因緣)이 있어서 세상에 태어난다. 그 하나의 큰 인연이란 일체의 중생들에게 부처님의 아는 바(佛之知見)를 열어서(開),가르치고(示),도리를 알게 해서(悟),부처님과 같이 부처가 되도록(入) 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오셨다.
대승불교(大乘佛敎)의 경전인 『법화경(法華經)』의 「방편품(方便品)」에 나오는 유명한 이야기다. 여래의 자리에 교사를 넣어서 생각하면 잘 맞아떨어진다. 초등학교 어린이가 선생님에게 왜 선생님은 학교를 졸업하고도 계속 학교에 나오느냐?고 묻는다면 선생님이 알고 있는 지식을 있는 대로 잘 가르쳐서 학생 여러분이 선생님만큼 많이, 그리고 바르게 알게 하기 위해서 선생님은 학교를 졸업하고도 학교에 있는 거야.라고 대답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점도 부처님의 교육 방법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할 것이다. 불교에 있어서 교육의 목적은 바로 이런 것이다. 일반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중생들을 불교적으로 교육시켜서 불교 교육의 최고 목표를 이룩한 인격체인 붓다의 지위에까지 오르게 하는 것이 바로 불교 교육의 목적인 것이다.
이와 같이 일반교육의 목적도 또한 교사만큼 아는 학생을 길러내는 것이다.
2. 어떤 자세로 가르치는가(교육자의 자세)?
붓다는 자신이 깨달음을 얻은 뒤 처음으로 제자들에게 중도(中道)와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라는 뜻의 사성제(四聖諦)를 가르치고 난 뒤 일정한 수준에 오르는 것을 지켜 본 뒤에 그들에게 교육하는 자세에 관해서 알려주었다.
그대들은 이미 해탈(解脫)을 얻었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들의 이익을 위하고 많은 사람들의 안락(安樂)을 위하여 전도(傳道)의 길을 떠나라. 다른 마을로 갈 때 두 사람이 한 곳으로 가는 일이 없도록 하라. 그대들은 많은 사람을 연민하고 섭수(攝受)하여 이치에 맞게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하라.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나중도 좋게 연설(演說)하라.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의 이 말씀은 두 사람이 한 곳으로 가지 말라는 것은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전하라는 의미가 담긴 말이며, 일반적으로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로 알려져 있는 붓다의 전도 선언(傳道宣言)이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전도 선언인데도 예수의 그것은 ‘혼자서 가지 말고 둘이 가라’고 했음에 비해 부해 붓다는 반대로 ‘둘이서 가지 말고 혼자서 가라’고 했다는 점이다. 붓다의 것은 제대로 아는 이는 붓다가 아는 것과 같으니 여럿에게 전하라는 의미가 있고, 예수의 것은 아무래도 인간은 그 기억이나 해석력이 부족해서 잘못 전할 위험이 있으니 같이 가서 증명하고 보충해 주라는 의미가 있다. 전도 선언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나중도 좋게 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붓다는 결과가 좋으면 다 좋다고 하는 성과주의(成果主義)의 발상을 경계하고 과정(過程)도 중시하라는 것이며, 언어와 표정 등 교육수단의 중요성도 강조한 것이다. 그리고 『법화경』「법사품」에서는 여래의 방에 들어가 여래의 옷을 입고 여래의 자리에 올라서(入如來室着如來衣坐如來座)교육을 하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여래의 방에 들어간다는 것은 일체의 중생을 대자비심(大慈悲心)으로 대하는 것이고, 여래의 옷을 입는다는 것은 부드럽고 화합하며 참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며, 여래의 자리에 앉는다는 것은 고정 불변하는 실체가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공(空)의 정신에 입각해서 가르친다는 것을 뜻한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 가지는 자세에 관해서 이렇게 자세히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학생을 평등하게 사랑하는 교사, 어떤 상황에서도, 어느 학생에게도 좋은 말로 부드럽게 참아가며 가르치는 교사, 항상 모든 정보의 유용성을 생각해 새로운 정보의 수집 즉 교육 준비에 열심인 교사가 붓다가 제시하는 바람직한 교사상(敎師像)인 것이다.
3. 무엇을 가르치는가(교육의 내용)?
붓다는 중생들이 자신과 같은 수준에 오르기 위해서는 중도(中道)를 실천해야 하는데, 이는 모든 존재와 현상들이 서로가 의지하고 모여서 된 것(緣起)이여서 그 실체가 없기(空)때문이라고 가르치며 교육적 차원에서 사성제(四聖諦)를 가르쳤다.
“네 가지 법이 있다. 그것을 성취하면 큰 의왕(大醫王)이라 부르나니 어떤 것을 네 가지라고 하는가? 첫째는 병(病)을 잘 아는 것이요, 둘째는 병의 근원을 잘 아는 것이며, 셋째는 병을 잘 알아 다스리는 것이요, 넷째는 병을 다스릴 줄을 알고 장래에 다시 도지지 않게 하는 것이니라. 여래가 큰 의왕이 되어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四聖諦)를 성취하여 중생의 병을 고치는 것도 또한 그와 같다. 어떤 것을 넷이라 하는가? 이른바 여래는 아나니, 즉 이것은 괴로움의 진리(苦聖諦)라고 참답게 알고, 이것은 괴로움의 모임의 진리(集聖諦)라고 참답게 알며, 이것은 괴로움의 멸함의 진리(滅聖諦)라고 참답게 알고, 이것은 괴로움이 멸하는 길의 진리(道聖諦)라고 참답게 아느니라.”
『잡아함제15권389』「양의경(良醫經)」에 나오는 이야기다.
여기서 병은 교육의 문제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연구가 바로 의왕처럼 교육의 문제점을 잘 알고, 교육문제의 근원까지도 알아서, 올바른 교육을 실시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붓다의 설교방식 중의 하나가 중생들이 처해 있는 현실을 먼저 인식하도록 가르치고, 그 현실이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라면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 지를 분석하고, 스스로 원하는 바람직한 세상을 그리며 그것을 이룩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논리적 귀결이 분명하고 알기 쉽게 말함으로써 가르침을 접하는 중생들이 쉽고도 확실하게 붓다에게로 향할 수 있도록 한다.
4. 어떻게 가르치는가(교육의 방법)?
1)언어를 쓰지 않는 교육
붓다의 교육방법론을 크게 나눈다면 언어를 통하지 않는 교육과 언어를 통한 교육으로 나눌 수 있다. 언어를 통하지 않는 교육은 침묵(沈黙)을 지키는 방법과 함께 표정이나 행동을 통한 교육이 있는데 이는 위의 교화(威儀敎化)라고 할 수 있다. 표정이나 행동을 통한 교화, 교육은 뒤에 선종(禪宗)에서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았는데 붓다는 깨달음을 얻기 전에도 상당한 효과를 보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출가해서 수행을 지도할 스승을 찾아가고 있는데 그 단아한 모습에 감동한 국왕이 귀의하겠다고 청하는 것이 경전에 보인다. 그리고 침묵을 지키는 방법은 대화를 통하거나 대답을 해서 교육에 좋은 효과를 얻지 못할 경우 오히려 말없음으로 해서 더욱 좋은 효과를 거두는 방법으로 대략 두 가지의 활용 예가 있다. 첫째는 『아함경(阿含經)』에서 보이는 현학적(衒學的)이고, 교육 또는 대화 상대의 수준으로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을 때 말장난을 피하고 목적 없는 대화를 피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침묵이다. 불교에서는 그러한 침묵을 무기(無記)라 하고 그와 같이 행동하는 것을 묵빈대처(黙嚬對處)라고 한다. 아함경에는 14가지의 무기가 나온다. 두 번째는 『유마경(維摩經)』에서 보이는 쓰임새인데 침묵으로써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나타내는 유마거사(維摩居士)를 보고 문수보살(文殊菩薩)이 참으로 둘 아님의 가르침에 드는 것(是入眞不二法門)이라 한 것이 그것이다.
2)언어를 쓰는 교육
언어를 통한 교육은 붓다의 말씀을 담은 경전의 종류 속에 시사점이 있다. 십이부경(十二部經) 또는 12분경(十二分經),십이부선(十二部線)이라고 표현되는 것이 그것이다. 붓다의 가르침을 서술하는 형식 또는 내용에 따라 12가지로 분류하는 것을 말한다. 12부경은 (1)수다라(修多羅,sutra),(2)기야(祈夜,geya),(3)가타(伽陀,gatha),(4)니다나(尼陀那,nidana),(5)이제목다가(伊帝目多伽,itivrttaka),(6)사다가(闍多伽,jataka),(7)아부달마(阿部達磨,adbhutadharma),(8)아파타나(阿波陀那,avadana),(9)우바제사(優婆提舍,upadesa),(10)우타나(優陀那,udana),(11)비불략(秘佛略,vaipulya),(12)화가라(和伽羅,vyakarana)이다.
그리고 초기불교의 교육 형태를 가장 가깝게 지키고 있는 스리랑카 승가(僧伽)의 교육 방법론에서 활용 가능한 제도가 있다. 그들은 기원전 1세기 경(經),율(律),론(論)의 3장(三藏)이 문자화되기 전까지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불교교육은 주로 경전을 암송(暗誦)하는 방법을 썼다. 암송교육은 현대의 교육에서 잘 하지 못하고 있는데 세계의 모든 교육시스템과 종교 교육에서도 가장 오래된 시스템이다. 가장 오래된 시스템이라는 말은 가장 오래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3)눈높이 교육=수기설법(隨機說法)
붇다가 학생을 가르치는 방법을 한 가지로 이야기한다면 눈높이 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 수기설법(隨機說法) 곧 대기설법(對機說法)이다. 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수준과 관심의 분야에 맞게 교육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을 활용했는데, 이 다양한 방법을 불교 용어로 방편(方便)이라고 한다. 방편이라는 말은 산스크리트어로 우파야(upaya)에서 유래한 것인데, 우파야는 다가가다,접근하다,도달하다는 뜻이어서 목표점에 이르기 위해 또는 그 과정에서 쓰는 방법론을 말한다. 12가지의 경전 종류는 그야말로 언어를 통한 교육의 방법론을 총괄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볼 수 있다.
Ⅳ. 불교적 가치관으로 본 대안
1.교육의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붓다의 교육 목적은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모든 존재들을 불교교육의 최고 목표를 이룩한 인격체인 붓다의 지위에까지 오르게 하는 것이다. 일반교육의 목적 또한 붇다와 같은 위치에서 활동하는 교사 같은 인격체를 양성하는 것이다. 깨달음을 이루고도 중생들에게 가르침을 펴서 중생들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중생들과 같이 살고 있는 보살(菩薩)처럼 교육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살이 실천하는 네 가지 한량없는 마음(四無量心)의 실천이 요구된다. 바로 베풀며(布施), 좋은 말을 쓰고(愛語), 도움 되는 행동을 하고(利行), 같이 행동하는(同事)는 것이다. 동사는 바로 사제동행(師弟同行)과 같은 말이다.
2.교육자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붓다가 제시한 교육자의 자세는 많은 이의 이익과 안락을 위하며,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으며 나중도 좋은 언어와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일체 모든 학생을 친아들처럼 자비스러운 마음으로 대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부드럽고 화합하며 참는 마음으로 교육에 임하며, 어떠한 것도 고정 불변하는 실체가 없음을 알아서 바른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인격을 성숙시켜 나가야 한다.
3.교육의 목표 또한 바르게 설정해야 한다.
붓다가 인생의 현실태(現實態)인 고통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그 원인을 분석했으며, 고통의 원인을 제거한 바람직한 상태를 괴로움이 없는 니르바나로 예시하고, 니르바나를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8정도를 제시한 것과 같이 우리교육에서도 8정도의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바른 견해, 바른 사유, 바른 말,바른 행동, 바른 활동, 바른 노력, 바른 기억, 바른 명상의 여덟 가지 어느 하나도 현재의 교육문제를 해결하는데 유용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교육방법이다. 그 중에서도 요즈음 문제되고 있는 예절과 관련해서는 바른 말의 사용이 쓸모가 크고, 봉사활동 등과 관련해서는 바른 행동 및 바른 활동이 적용되며, 통신수단의 발달로 인해 사고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서는 바른 사유, 바른 기억, 바른 명상이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항목이다. 바른 기억은 바른 마음 챙김 이라고도 번역되는 것으로서 공부하는 이의 자세를 일깨워 주는 것이다. 특히 피드백이 없는 교육을 통해 양산되는 현대의 무사고적 병태를 치유하는 방법은 사유체계를 확립하는 명상교육이 필수적이라고 본다.TV와 인터넷 등 영상 매체시대에는 확인을 빨리 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 기억이 오래 가지 않으며 TV시청이나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할 경우의 뇌파 활동은 잠을 잘 때와 거의 비슷하다는 연구 보고를 생각하면 사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사유의 출발은 책을 읽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특정한 정신과 관계없이 사유를 촉발하고 지속시키는 명상교육이 필수적으로 전개되도록 해야 한다. 이는 과거 물질을 다루는 과학과 종교의 영역이 다르고 상반되는 것으로 간주되던 시기에서 이제는 마음이 물질이고 물질이 마음이라는 마음의 과학인 신과학운동(新科學運動)이 활발하게 학문과 여러 가지 분야에서 적용되어 일반화된 개념이다.
4.다양한 방법론을 활용해서 수준에 맞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누구나 다른 환경과 출발선에서 시작한 공부를 일정한 수준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학생의 수준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한다. 그것을 불교에서는 대기설법이라 함을 살펴본 바 있다. 근기 즉 수준에 맞는 교육을 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쓰는 것을 방편이라고 한다. 교육의 방편으로 침묵 등 언어 이외의 방법을 쓰기도 하고, 언어를 쓰는 방법이 제시되기도 한다. 언어를 쓰는 방법으로 불교경전에서 제시한 12분경이라고 일컫는 12가지의 방법론은 참으로 유용한 것이다. 아울러 주의를 환기 할 것은 스리랑카의 교육제도에서 확인한 바 있는 암송방법을 관심 있게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암송법은 초기불교의 전통이었으며, 지금도 불교 전통 교육기관에서는 최고의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5.모든 존재와 모든 교육이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가르쳐야 한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기대문에 만물을 지배하라는 등의 논리는 이제 수정되어야 한다. 만물과 함께 인간은 동등한 존재로서 같이 즐기며 같이 슬퍼하는 존재임을 깨닫게 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네’라고 무상을 읊는데 한 곳에서는‘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라고 읊는 것은 이러한 관계적 존재를 모르는데서 오는 것이다. 사람이 자연에서 배워야 한다는 식의 교육 또한 분명한 관계를 알지 못하면 지금과 같은 왜곡된 교육 속에서 익힌 왜곡된 표현을 잘된 것이라고 오해해서 쓰게 되는 것이다.
6.교육을 통한 삶의 질 향상으로 승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화엄경(華嚴經)』에서 선재동자(善財童子)가 스승을 찾아 공부하면서 창녀까지도 스승 삼는 노력은 이(e)시대의 귀감이다. 어떠한 것도 정해진 방향이 없으며 그를 대하고 활용하는 이의 방향성에 따라 그 정보의 방향도 정해진다는 점을 십분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과거에 자리나 지위가 갖는 포지션파워(positionpower)가 능력이라고 했던 것이 이제는 그가 가진 전문성과 능력인 엑스퍼트파워(expertpower)가 능력이라고 하는 시대의 이미지와 걸 맞는 것이다. 이제 어느 단어에나 이(e)를 붙여서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시대에 학습도 e를 'electronics'의 의미에서 벗어나 'everything'을 지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e-learning시대를 바르게 열고 이끌어 가는 것이다. e-learning은 언제나(anytime),어디서나(anywhere),누구나(anyone) 쌍방간 교육이 가능한 교육을 뜻한다. 이는 ‘일체중생이 다 부처이며(一切衆生 實有佛性)’ 삼라만상이 나의 스승(頭頭物物是我師)라는 붓다의 가르침과 상통한다.
7. 윤리가치(倫理價値)를 구현(具現)해야 한다.
모든 교육이 대중의 안락(安樂)과 바른 법이 영원히 존재하기를 바라는 목적에서 붇다가 계율(戒律)을 제정한 것과 같이 높은 수준의 윤리가치(倫理價値)를 구현(具現)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다 있는 인터넷과 마찬 가지로 교육 자체에도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이미지의 자료가 다 교육재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자칫 윤리의식이 해이해지기 쉽다. 윤리의식의 제고는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존재가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고 있다는 온생명, 생태의식을 가진 교육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다. 이는 모든 존재의 가치를 확인하고 거기의 일부분인 나의 가치 또한 확인하는 기쁨을 주는 교육을 해야 한다.
1. 참고문헌
『열반경(涅槃經)』
『법화경(法華經)』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잡아함경(雜阿含經)』
『유마경(維摩經)』
『대안반수의경(大安般守意經)』
정원식, 박성수 『한국교육문제론』, 교육과학사, 1999
『미래사회를 향한 불타의 가르침』, 대한불교진흥원,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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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2002. 12
중앙일보, 2003. 8. 20
머니투데이, 2003.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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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S불교방송 토론프로 철학과 현실, 200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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