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세월 3
2020. 8. 금계
동부시장 안의 내 단골 횟집 ‘태영수산’.
나는 이 집에서 광어, 농어, 감성돔, 참돔, 갯장어, 갑오징어, 연어 등을 회로 떠다가 ‘우연포차’에 가서 먹는다.
자주 가니까 조금 싸게 준다. 탕거리도 푸짐하게 싸준다.
동부시장은 항상 손님들로 바글거린다.
삼학도. 가을의 전령 코스모스가 벌써 환하게 피었다.
요즘은 번식력이 강한 신품종 ‘금계국’이 등장하여 예전에 코스모스가 차지하던 자리를 많이 잠식하고 있다.
소삼학도 ‘어린이 바다과학관’ 뒤에 시에서 지원하는 ‘항구포차’가 새로 생겼다. 기독치과 김 원장이 한번 가보지 않겠느냐고 꾀었다.
포차 사장이 김 원장 아는 사람이라고 친절했다. 민어회가 먹을 만했다. 게다가 비조차 부슬부슬 오락가락 술맛을 돋우었다.
우리 같은 로타리보다 젊은이들이 훨씬 많았다.
귀로에 삼학도 산책로를 걸었다. 세모꼴 다리 난간이 파란빛으로 밝게 빛났다.
갓바위에서 영산강 하굿둑 쪽. 새벽 구름이 장엄하게 펼쳐졌다.
해양유물전시관 앞바다에 전시된 돛단배.
목포의 희망찬 미래를 상징하는 청년상.
우리 집 옥상 화분.
무화과 1, 가지 2, 블루베리 1, 방울토마토 4, 매운 고추 2, 안 매운 고추 3. 이 정도면 한여름 찬거리로는 충분하다.
구 목대 너머 장마철 운무에 휩싸인 양을산. 신선이라도 노닐 것 같다.
비 갠 뒤 뭉게구름.
새벽에 자전거를 타고 구 청호시장 부근 골목길을 지나다가 분꽃을 발견했다. 예전에는 보지 못한 것 같은데 노란색과 빨간색이 섞인 꽃송이들이 눈에 띄었다. 옛날에 어머니 젊었을 때 저 분꽃 까만 씨를 까서 하얀 가루를 얼굴에 찍어 발랐던지 기억이 아리송하다.
서울 사는 셋째 동생과 영산포 사는 당숙께서 놀러오셨다.
우연포차에서 갯장어회에 점심을 먹고 당숙 차로 고하도에 가서 해변을 산책했다. 고하도에서 바라본 유달산.
60대, 70대, 80대가 찍은 사진에 ‘기쁜 우리 젊은 날’이라는 제목을 붙여 카톡에 올렸더니
광주 사는 막내동생 왈, ‘노인분들의 기쁜 날’이라나.
고하도의 어떤 초보 낚시꾼.
삼학도 공원.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꽃밭 가득 예쁘게 피었습니다.’
장마철. 유달산에 안개가 어른거리는 목포항.
장마철. 비 쏟아지는 새벽 거리. 비 오는 날이면 나는 비옷을 걸치고 자전거로 새벽 거리를 달렸다.
삼학도.
가로수의 왕자 배롱나무. 옛 분들은 배롱나무가 꽃을 세 번 피우고 나면 쌀밥을 먹는다 했다.
삼학도 공원 푸른 하늘. 코로나 때문에 좋아진 오직 한 가지가 맑아진 공기란다.
“야, 코로나 잠잠해질 때까지 우리도 광주 안 갈란께 니기들도 목포 오지 마라, 잉?”
그렇게 다짐을 주었더니 벌써 서로 얼굴 못 본 지가 넉 달이 넘었다.
“안 되겄네. 광주 한 번 가세.”
아내를 졸라서 김치 좀 담아가지고 광주로 갔다.
내 둘째아들은 나와 서른 살 차이, 민기는 나와 예순 살 차이. 아이들이 안 본 사이에 부쩍 컸다. 장마에 오이 크듯이.
내가 166인데, 벌써 민기가 168이고 민하가 162라 한다. “야, 고기랑 뭐랑 잘 먹고 어떡하든지 180 넘겨라, 잉?”
송 선생의 초대로 ‘코끼리떼’ 회원 넷이 만나 압해도로 들어갔다.
압해면 소재지에 ‘왕꽈배기’ 집이 있는데 배짱을 튕기며 장사한단다.
한 사람한테 몇 개 이상은 안 팔고, 몇 시까지만 판단다. 얼마나 맛있는지 궁금했는데 막상 먹어보니 그저 그런 맛이었다.
압해면 소재지에서 송공리 가는 길에 조금 돌아가면 밭 가운데 서 있는 ‘선돌’을 구경할 수 있다.
선돌 : 기념물 또는 신앙 대상물로 세운 돌.
천사대교의 저 비탈진 문은 마치 천국의 문으로 들어서는 느낌이다.
신안군 자은도 동북쪽 둔장 해수욕장 산책로 ‘무한의 다리’
송 선생 단골이라는 팔금도 고산의 ‘팔금 회 맛집’에서 사장이 하루 전에 직접 낚았다는 농어회에 소주 한 잔.
회 맛이 유별나게 싱싱하고 부드럽고 고소했다.
귀로.
밤이 되자 천사대교는 시시각각 색깔을 달리했다.
‘바비’ 태풍주의보. 평소에는 볼 수 없는 큰 어선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
바보 태풍이 지나간 하늘. 어쩌면 코로나는 인류더러 오만하지 말고 좀 더 겸손해지라는 경구인지도 몰라.
주의보가 해제된 아침, 큰 바다를 향하여 힘차게 출항하는 어선들.
코로나를 잘 견뎌내고 극복하면 저 새처럼 다시 자유롭게 창공을 비상하는 날이 오겠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