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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란 과연 무엇인가?
장병익
이미 살펴본 바대로 팝과 클래식을 능히 포괄하는 독자적 예술 장르이니, 매우 '심각한 예술 현상'이라는 것 정도는 이제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다.
아방가르드 재즈를 중심으로하여 예술 현상으로서의 재즈에 대해 깊이있게 논한 77년도 어느 명저의 제목 그대로이다. 즉, '당신의 삶만큼이나 진지한(As Serious As Your Life)' 그 무엇인 것이다.
그러므로 '재즈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일도양단할 수는 없다. 마치 '인간의 삶'을 단 몇 마디로 압축시키기 힘든 것 처럼. 그렇다면 질문을 다음과 같이 좁혀 들어가자.
지금까지 쭉 논해 온 바, 최근 범사회적으로 일고 있는 재즈 붐을 목도하고 있는 우리 한국인에게 있어, 그 재즈란 무엇인가? 우선, '재즈란 결국은 바다 건너 온 외래 문물'이라는 사실, 여기에는 눈꼽만치의 의심도 개입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 이게 도대체 어쨌단 말인가?
일단, 이렇게 한 번 예를 들어 보자.
만일 서양 사람들에게 우리의 민요 '아리랑'이 열화의 불길처럼 번졌다고 쳐 보자. 어느 시점에 가서 그들은 턱을 괴고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우리에게 있어 그 아리랑이란 음악은 무엇인가?'라고. 이러한 가정은 터무니 없는가?
만약 그렇다면, 결국 '재즈는 재즈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각각 따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시리즈가 의미를 지닐 수 있었다. 이제 어느 정도는 '재즈 맛'을 보았다고 할 수 있는 우리는 재즈에 깊숙이 내재되어 있는 본래의 의미망을 차근차근 걷어 올릴 때가 된 것이다.
이런 중요한 문제에 봉착했을 때, 확실한 비젼을 제공하는 것은 역사이다.
재즈가 하나의 음악 장르로서 굳어지기 이전, 그 생성기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재즈란 백인 인간 사냥꾼들에게 포획되어 졸지에 정든 고향으로부터 팔려온 아프리카 흑인들이 낯설디 낯선 미국땅에 결박되는 상황에서 자연히 우러나오게 된 새 음악이다. 참으로 엄청난 문화 충돌의 소산이었던 것이다.
그들을 반겨 준 것이 있다면, 가차없는 채찍질과 겁탈로 점철된 '길고도 뜨거운 여름날(long hot summer days)'뿐이었다. 그 노예들에게 주어진 음악적 도구라고는 목청 하나만이 전부였다. 그들의 상황은 너무나도 절망적이었던 것이다.
그들 노예들에게 남겨진 자유의 공간이라고는 그들의 일터이기도 했던 농장 들판이 다였다. 고향 아프리카에서의 생활 방식이 들판 속을 맘껏 달리던 활기에 찬 것이기도 했거니와, 졸지에 '말하는 짐승' 처지가 된 그들은 그 참담한 현실에서 달려 나가 뭐라고 고래고래 소리라도 지르지 않으면 미칠 지경이었던 것이다. 훗날 이것은 '목화밭 외침(cottonfield holler)'이라는 이름으로 통칭된다.
그들 (더 정확히는 '아프리카 미국인(Afro-American)')의 새 음악은 바로 거기서 연원했다. 먼저, '블루스'가 태어났다. 곧 이어 더 정교한 형태의 음악으로서 '재즈'가 생겨난 것이다.
'그런 게 뭐 그리 대단한 문제인가? 재즈라는 듣기 좋은 음악이 있어 우리의 생활을 윤택하게 해 주면, 그로써 족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할 법도 하다.
재즈란 음악은 어느날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다.
맨 처음, 흑인 노예들의 절망과 고통이 있었다. 분명 이것이 출발점이었다. 그들에겐 선천적으로 습득된 풍부한 음악 유산이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일상을 지배한 것은 유럽의 음악 유산이었다. 결국 그 둘은 불가피하게 만날 운명이었던 것이다.
그들 흑인들의 한과 절망을 뚫고, 한떨기 연꽃처럼 재즈가 피어 올랐다. 그리고 얼마 뒤, 그것은 열화의 불길처럼 번져, 세계 공통어가 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지금 그 당연한 사실을 굳이 강조하려는가?
그것은 최근 한국의 재즈붐은 그같은 '절망과 자유의 변증법'을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 문제점으로서 종종 눈에 띠기 때문이다.
한국이라는 이역만리에서 일단 살아 남는 데 확실히 성공한 재즈는 이제 '확대 재생산'을 준비해야하는 때로 접어 들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재즈 속을 관류하고 있는 그러한 '논리'에 대하여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 다음, 우리는 '진정한 전망'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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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란 무엇인가?
이태진
재즈는 20세기 초 미국 남부의 흑인들이 아프리카의 토속음악과 유럽의 서양음악을 혼합하여 탄생시킨 새로운 장르의 음악입니다. 그 후 1920~1970년도까지 대중적 음악에서 고차원 음악으로 발전 단계를 거치며 대중과 까다로운 음악 애호가들을 열광하게 한 현대 음악 장르 중 하나입니다.
재즈는 북미에서 남미, 유럽, 아시아로 전파되며 그 곳 뮤지션들에 의해 전통 음악과 어우지며 자연스럽게 새로운 음악을 창출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재즈는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여지며 전 세계인들이 새로운 문화에 관심을 가졌고 따라서 다양한 음악과 활발히 교류하며 새로운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재즈는 현대인들이 즐겨 듣는 음악 입니다. 따라서 현대의 여러 대중매체 속에서 등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어떤 음악을 재즈라 하는지 잘 모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매체에서 어떤 음악을 "재즈"라고 알려줘야 그것이 재즈음악인 줄 알게 됩니다.
사실 어떤 음악이 재즈이라다고 정확히 정의하는 데에는 재즈 애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는 사람들이 각기 저마다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재즈"를 정의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단순히 음악에 색소폰과 드럼이 있으면 재즈라 말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스윙감(swing feeling)'만을 보고 재즈라 하는 사람이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어떤 악기를 사용하든 '스윙감'과 '임프로바이제이션(improvisation)'이 음악에 있어야 재즈라 정의합니다.
John Coltrane & Lee Morga
저 개인적으로는 재즈를 어떤 악기를 쓰느냐와 상관없이 블루스(blues), 스윙감(swing feeling), 임프로바이제이션(improvisation), 이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 음악을 "재즈"라 정의합니다. 물론 현재 전 세계적으로 레코드 가게나 레이블 사이트 혹은 음악 사이트에서 어떤 음악을 재즈 장르로 분류하여 소개 하는 데 있어서 저와 같이 까다로운 기준으로 구분하지 않고 있습니다. 보통 음악에 단순히 색소폰과 드럼만 있으면 재즈 장르로 분류해서 소개하고 있죠. 그러나 많은 재즈 애호가들은 단순히 재즈음악에서 많이 사용하는 색소폰이나 트럼펫과 같은 대표적인 악기를 사용했다 해서 모두 재즈라 보지 않고, 위에서 설명한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 음악 만을 재즈라 말하며 저와 생각을 같이 합니다.
그럼 여기서 '블루스'와 '스윙감'과 '임프로바이제이션'이 무엇인지 설명드리겠습니다. 먼저 첫 번째 요소로서의 '블루스(blues)'란 소울풀(soulful)한 느낌이 깊게 배어든 미국의 흑인들 특유의 화음체계와 리듬과 연주 방법으로 이루어진 리드미컬한 멜로디라고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기존 유럽의 클래식 음악에서의 화성체계와 리듬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의 리듬감 있는 멜로디라 말할 수 있습니다. R&B, Soul, Funk와 같은 흑인음악에서의 느낌을 상상하시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Art Blakey & Hank Mobley
두 번째 요소로 '스윙감(swing feeling)'이란 리듬감(感)을 말합니다. 스윙감은 재즈에서 뿐 아니라 다른 음악 장르에서도 빈번히 나타납니다. Hip-Hop, Funk, House, Break beat, Big Beat, Bossanova 등, 음악이 진행될 때 반복성과 강조를 통해 일정한 박자의 흐름이 나타나 듣는 이로 하여금 고개를 끄떡이게 하고, 발을 테핑하게 하고, 춤 추게 하는 등, 이러한 그루브(groove) 분위기를 스윙감이라 합니다.
제가 여기서 사용하는 단어 '스윙'이란 ' 분위기나 느낌을 뜻하는 것이므로 재즈의 한 장르인 '스윙' 음악과 혼돈 없으시기 바랍니다. 리듬은 음악을 형성하는 기본 요소이기 때문에 클래식에도 리듬이 전무한 것은 아니지만, 클래식은 멜로디 중심의 음악이라서 스윙감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음악입니다.
재즈에서의 스윙감 보다는 단순한 형태이지만 현재 우리가 흔히 듣는 많은 대중가요나 팝 음악에서도 스윙감을 쉽게 경험할 수 있어 스윙감이 무엇을 뜻하는지 쉽게 이해하실거라 생각합니다. 재즈에서의 '스윙감'을 보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연주 과정에서 '리듬'과 '응집성'이 만들어내는 재즈 특유의 그루브를 뜻합니다.
여기서 응집성이란 모든 연주자들이 어떤 음악의 기본적인 리듬의 흐름을 따라 각자의 악기를 가지고 협주하는 과정에서 각각의 연주자들의 연주가 어느 시점마다 규칙적으로 정확히 일치를 만들어 나타나는 분위기를 말합니다. 따라서 재즈에서의 스윙감이란 연주 과정에서의 흑인 특유의 응집성과 리드미컬한 멜로디가 융합하여 만들어내는 그루비한 분위기를 재즈에서의 스윙감이라 합니다.
Oscar Peterson
마지막으로 '임프로바이제이션(improvisation)'이란 동일어로 애드립(ad lib)이라고도 하는데 즉흥연주를 뜻합니다. 재즈 감상에서의 묘미는 바로 이 임프로바이제이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재즈 음악은 크게 두 개의 파트로 이루어져 진행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션 모두가 협주하여 연주하는 기본 멜로디 파트와 즉흥연주 파트로 이루어집니다. 통상 재즈 음악에서의 연주 순서는 먼저 기본 멜로디 파트가 연주되고, 즉흥연주 파트가 연주된 후, 다시 기본 멜로디 파트로 끝을 맺습니다.
즉흥연주란 말 그대로 즉석에서 즉흥적으로 하는 연주를 말합니다. 처음의 기본 멜로디 파트 연주가 끝나면 즉흥연주 파트가 시작되며, 세션 참여자 일부 혹은 모두가 한 차례씩 돌아가며 즉흥연주를 하게 됩니다.
즉흥연주에서 연주 순서는 밴드의 악기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관악기, 피아노, 베이스, 드럼 순으로 즉흥연주가 이루어집니다. 즉흥연주라고 해서 완전히 세션들 간에 사전 약속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리허설 과정에서 즉흥연주 순서나 즉흥연주시 어떤 분위기로 연주할 것인지 등은 세견들 간에 약속을 하고 무대에서 연주하게 됩니다. 그러나 종종 세션 간에 즉석에서 싸인을 주고 받아 약속에 없던 돌발적인 즉흥연주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흥연주를 할 때 연주자는 어떤 준비된 악보에 따라 그대로 연주하는 것이 아니고, 현장에서의 연주자의 감정과 판단에 따라 즉석에서 유연하고 자유롭게 그 곡과 화음을 이루는 멜로디를 독창적으로 연주하며 자신의 기량과 표현을 마음껏 표출하는 것을 말합니다.
Elvin Jones
따라서 즉흥연주는 일회성 연주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곡이라도 연주자 마다 즉흥연주 부분에서의 연주가 다 다르고, 하물며 같은 연주자가 같은 곡을 연이어 연주해 보여도 항상 다른 즉흥연주가 나타나게 됩니다. 즉흥연주가 갖는 이러한 특성은 엄격한 형식과 틀이 존재하는 기존의 클래식 음악과는 확연히 다른 개념의 음악으로 인식하게 했습니다.
재즈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 흥미로운 음악입니다. 재즈가 처음 출현했을 당시 사람들은 신선한 음악적 충격을 받았고 큰 관심을 가졌었습니다. 재즈가 탄생한 이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연주자들의 연주기량과 표현력이 상당히 향상되었고, 다른 여러 음악들과 교류를 통해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오며 진화를 거듭하게 되었고 예술로까지 여겨지고 있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재즈를 이렇게 비유해 말합니다. 인류에게 있어 클래식의 발견을 인간이 불을 발견한 것과 같다고 한다면 재즈의 발견은 인간이 전구를 발견한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또한 클래식이 인류의 1차 음악혁명이었다면 재즈는 2차 음악혁명이라 말합니다. 인간의 음악 발전에 거대한 기여를 한 클래식이 인간의 음악 능력을 이만큼 향상시켰다면, 재즈는 클래식이 가지고 있는 제한적인 틀을 깨고 나와 보다 자유로운 음악적 환경에서 인간의 음악 능력을 한 단계 더 도약 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획기적인 음악입니다.
[출처] [강의 1] 재즈란 무엇인가?|작성자 페가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