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사회 일반
“취업난 청년들아 힘을 내” 스타강사 3인, 1억씩 기부
아너소사이어티 연달아 가입
박세미 기자
입력 2021.12.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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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혹시 우리 학원 선생님인가?”
7·9급 공무원 시험 준비 학원인 ‘공단기(공무원단기학교)’ 한국사 ‘1타 강사(스타 강사)’인 문동균(40)씨는 올 2월 ‘아너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클럽)’에 가입한 뒤 역대 아너 회원 명단을 훑어보다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같은 학원의 ‘1타 국어 강사’인 이선재(47)씨, ‘1타 영어 강사’ 이동기(45)씨였다. 이들에게 바로 전화해 “혹시 ‘아너’시냐”고 묻자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 문씨는 기쁨과 아쉬움에 무릎을 쳤다고 한다. “너무 아깝네. 내가 제일 늦었네!”
지난 23일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별관 명예의전당 명판 앞에 공무원 시험계‘1타(스타) 강사’이동기, 이선재, 문동균(왼쪽부터)씨가 나란히 섰다. /이태경 기자
이선재·이동기·문동균 강사는 7·9급 공무원 입직(入職) 준비를 하는 수험생들에게 인기가 가장 많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대부분 원격 수업을 하지만 코로나 이전에는 특강 첫날이면 새벽부터 학원 앞에 모여든 수험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고 한다. 그런 최고 강사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잇따라 고액을 기부한 것이다. 서로 약속한 일도 아니다.
이선재씨는 지난해 7월 1억원을 기부하며 이들 가운데 가장 먼저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이씨는 “코로나 이후 위축되고 힘들어하는 청년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우리 강사들이 ‘어려운 이들에게 뭐라도 힘이 되고 싶다’는 비슷한 생각을 한 것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2004년 서울 신림동의 한 작은 공무원 학원에서 국어 강사를 시작한 이씨는 처음 강단에 섰던 날을 잊지 못한다. 텅 빈 교실에 조교 1명, 수강생 3명이 멀뚱멀뚱 앉아 있었다고 했다. 갓 돌 지난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아픈 것도 참아가며 치열하게 가르쳤다. 이씨는 “대충 하는 걸 용납 못 하는 성격이라 마치 전쟁터를 질주하는 폭주 기관차처럼 살았다”며 “어느 날 눈떠보니 내 앞에 수강생 수백 명이 앉아 있었다”고 했다. 강사 생활을 시작한 지 7년 만인 2011년 노량진 학원가에서 ‘수강생 수 1위’를 기록했다.
사재(私財)를 털어 형편이 어려운 공무원 수험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이선재장학재단’을 설립한 것도 이 즈음이다. 이씨는 “노량진 대표 강사로 유명해지면서 내게 주어진 사회적 책무란 뭘까 이런 생각을 했다”고 했다. “2000원짜리 컵밥을 사 먹으며 ‘시험이 안 되면 난 어떡하지. 합격할 때까지 이 돈으로 어떻게 버티지’ 이런 고민을 하는 청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이렇게 매년 100여 명의 공무원 수험생을 돕고 있다.
13년째 학원 강사로 활동 중인 이동기씨는 2017년부터 꾸준히 불우 이웃 돕기를 실천해오다 지난해 12월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아내가 국제 난민 구호 단체에 매달 일정액을 기부하는 것을 보고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더 늦기 전에 큰돈을 기부하고 싶다”는 생각에 지난해 열두 살 아들 손을 잡고 사랑의열매를 찾았다. “아들에게 ‘우리는 항상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또 도움을 받는 거란다’라고 얘기했더니 아이가 ‘기부는 우리가 했는데, 기분 좋은 게 신기하다’고 하더라고요.” 이씨는 조만간 재능 기부 형식으로 무료 특강을 하고 학생들 이름으로 기부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 가운데 마지막으로 올 2월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된 문동균씨는 어린 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과외로 학비를 벌다 학원 강사를 시작했다. 단칸방에서 생활하며 강의를 뛰었고, 부산·대전 등 지방 강의를 갈 땐 차비 2만원을 아끼기 위해 밤 기차에서 쪽잠을 잤다. 몸은 힘들었지만 ‘언젠가 학생들이 날 알아주겠지’ 하는 생각으로 하루 16시간씩 일했다고 한다.
공단기 한국사 강사 중 ‘수강생 수 꼴찌’였는데 매해 한 계단 순위가 올라갔고, 결국 작년엔 ‘1등’ 자리를 꿰찼다. “1억원을 기부하러 가는 길에 문득 제 인생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고생했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웃음)
이들은 공통적인 바람이 한 가지 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거나 취직이 잘 안 돼 어려움을 겪는 수험생들에게 큰 힘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기성세대가 그러잖아요. ‘요즘 젊은이들은 꿈도 없이 공무원만 하려 든다’고. 그런데 정말 꿈이 없었다면 하는 일도 없이 방구석에 앉아 있었겠죠. 지금 청년들이 1970년대를 살았다면 아마 산업 역군이 됐을 거예요. 우리 사회가 젊은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그들의 실패와 상처에 좀 더 귀 기울여주면 좋겠습니다.” 사랑의열매에 따르면 역대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가운데 학원 강사는 총 17명, 기부 금액은 17억원이다.
첫댓글 정말 훌륭한 자제이십니다
우리 아들은 작년에 2억원을 사랑의 열매에 흔쾌히기부했어요.
어려운 가운데에서 큰 금액을 기부한 거라서 보람은 있습니다.
또한, 강의·교재 총 20만부를 무료로 공시생들에게 배포하였습니다.
<“취업난 청년들아 힘을 내” 스타강사 3인, 1억씩 기부 -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1/12/29/DUSHOUC7IJC2HI6CSSSTOZYMGA/
<강사, 1억 기부로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https://www.news1.kr/articles/?4219064
공단기, 한국사 문동균 강사 강의·교재 추가 무료 배포 포함 총20만부 소진
http://www.itbiz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8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