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가에 5000만원 더 빼주세요”…강남도 못 피한 ‘빅스텝’ 여파
한국은행이 빅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13일 서울 강남 소재 한 아파트 단지 일대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뉴스1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 후 ‘당장 물건을 내놓으면 얼마나 빨리 처분할 수 있을지’ 묻는 전화가 있었습니다. 일부 매수 대기자는 직전 급매가에서 가격을 다시 낮춰 거래하길 요구해 당황스러운 상황입니다. (매수자가) 5000만원을 빼달라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들었습니다.”(서울 송파구 소재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
한국은행이 단행한 빅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50%포인트 인상)이 부동산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서울 집값 바로미터로 불리는 강남도 이를 비껴가지 못했다. 거래절벽 심화와 함께 급매물 위주 거래에 따른 가격 하락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13일 찾은 서울 강남권 일대 공인중개업소. 금리 인상 등으로 매수자 우위 시장이 더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안 팔면 모를까 그 가격에는 못 팔겠다”며 엄포를 놓는 매도자에 “살 사람도 없는데 더 낮춰 달라”로 매수자가 대응하며 치열한 머리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13일 서울 서초구 소재 아파트 단지 하늘 위로 먹구름이 끼어 있다. 뉴스1
서울 강남구 소재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과거 강남의 경우 집도 안 본 매수 희망자에게 5000만원 올려 매도가를 불러도 거래됐지만 지금은 일반적인 호가의 경우 거래가 힘들다”며 “금리 인상이 시장 가격에 바로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이미 심리적으로 반영이 된 만큼 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이어 “강남에서도 관망세가 짙어져 매수자 우위 시장이 됐는데 당장 자금 마련이 필요한 매도자의 경우 호가를 낮춰 급매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일부 매수자들은 급매보다 더 가격을 낮춘 초급매를 기다리는 상황인데 결국 이 같은 거래가 추가적인 가격 하락을 불러온다”고 덧붙였다.
실제 매수자 우위 시장이 된 강남권 아파트에서 최근 몇 달 새 매매가 하락 사례가 등장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22억8500만원에 팔렸던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28일 21억4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의 경우 지난 5월 전용 84㎡가 직전 최고가 대비 4억원 떨어진 22억5000만원에 거래됐고, 같은 지역 엘스의 경우 지난해 10월 최고가인 27억원보다 3억원 넘게 떨어진 23억5000만원에 지난달 손바뀜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 소재 한 공인중개업소 입구에 급매 전단이 붙어있다. 뉴스1
현장에서 체감되는 매수심리 위축은 상당했으며 선택적인 매물 거래만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서울 서초구 소재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사실 매수자 입장에서 기준 금리 인상은 부동산 가격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시그널로 작용하고 있다”며 “일단 강남권 아파트가 고액이라는 점에서 선뜻 매수가 쉽지 않은 데다 혹시라도 ‘내가 고점에서 매수하는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졌고 현장에서 느껴지는 매수심리 냉각은 상당하다”고 전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강남지역 11개구의 매수우위지수는 지난 4일 기준 34.26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9년 5월20일(32.79) 이후 최저치다. 매수우위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매수자가 많다는 뜻이며 기준 미만은 그 반대다.
매수심리 냉각에 따른 거래절벽은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올해 추가적으로 금리인상이 예고돼 있어 가격하락은 지속될 것”이라며 “소나기를 피하자는 심리로 모험적 매수에 나서는 사람이 없어 거래절벽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