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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가운데는 호명산, 그 앞은 불기산 남릉
이에 佇立하야 下界를 回顧하니 갓가히는 千山萬壑이 鬱乎蒼蒼하야 脚下에 波動하고 멀니는 晴嵐層雲이
縹緲茫漠하야 眼力으로 더부러 窮코자 한다. 無頭의 峰은 一瓢의 大만하고 三池의 淵은 一鑑의 明을 開하
니 大小臙脂는 近侍의 寵臣이라 할 것이오 小白胞胎는 朝班의 巨卿이 될 것이다.
―― 우보 민태원(牛步 閔泰瑗, 1894∼1935), 「白頭山行」(동아일보, 1921.9.5.)
▶ 산행일시 : 2020년 12월 12일(토), 맑음, 미세먼지, 추운 날씨
▶ 산행인원 : 4명
▶ 산행시간 : 10시간 4분
▶ 산행거리 : 도상 14.5㎞
▶ 갈 때 : 상봉에서 전철 타고 가평 가서, 택시 타고 두밀리로 감
▶ 올 때 : 칼봉산자연휴양림에서 택시 타고 가평에 와서, 전철 타고 상봉에 옴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가급적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 따랐음)
06 : 00 - 상봉
06 : 54 - 가평
07 : 33 - 가평군 가평읍 두밀리, 아름다운교회 입구, 산행시작
07 : 57 - ┫자 갈림길 안부, 이정표(대금산 1.4km, 두밀리 버스종점 1.2km)
08 : 25 - 바윗길, 전망바위
08 : 40 - 대금산(大金山, 705.8m)
09 : 22 - 약수봉(814.7m)
10 : 07 - 844.9m봉(이정표에는 약수봉, 정상 표지판은 잦은바위봉)
11 : 24 - 깃대봉(△909.3m)
12 : 05 - 844.3m봉
12 : 32 ~ 13 : 48 - 매봉(933.5m), 점심
14 : 40 - 회목고개, 임도, ╋자 갈림길 안부
15 : 15 - 칼봉산(△909.5m)
15 : 44 - 882.1m봉
15 : 57 - ┣자 갈림길 안부, 이정표(경반분교 1.80km)
17 : 03 - 경반분교(폐교)
17 : 37 - 칼봉산자연휴양림, 산행종료
17 : 55 - 가평(19 : 28 상봉 가는 전철 탐)
20 : 22 - 상봉, 해산
1-1. 산행지도(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대금산, 일동 1/25,000)
1-2. 산행지도(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깃대봉,매봉,칼봉산, 일동 1/25,000)
▶ 대금산(大金山, 705.8m)
대금산은 옛날에 서울 근교치고는 그 접근이 결코 쉽지 않았음에도 많은 등산객들이 찾았다. 그때 신문들
이 대금산에 대해 다투어 소개하는 내용을 뒤적이다 보면 까맣게 잊고 있었던 추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동마장시외버스터미널, 우마차 길 등 또한 정겹다. 아래는 1972년 6월 4일자 조선일보의 ‘붐비지 않는
登山 코스’ 제하의 대금산 소개이다.
“경기도 가평군의 가평면과 하면 사이에 우뚝 솟은 이 산은 동남쪽으로 불기산, 남쪽으로 청우산과 같은
산줄기에 속해 있으면서 아직도 태고의 고요를 간직하고 있다. 버섯과 고사리가 많고 산세도 험준한 편에
속한다. 이 숨은 절경을 노출시킬까봐 가득한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북쪽으로 멀리 머리만 약간 내놓은
운악산이 보일뿐이다.
(동마장에서) 춘천행 버스를 이용하여 청평을 지나 포회천에서 내려 가평초등학교 위쪽으로 나 있는 계
곡을 따라 우마차 길을 따르면 상생국민학교가 있고 여기에서 진로를 서북으로 잡으면 대금산으로 오르
는 길이다. 내림 길에 소림대금광산을 들러 조종천의 정감도 빼놓을 수 없고 충분한 여정을 가진다면 불
기산, 청우산을 같이 들러올 수 있는 묘미도 이 코스의 자랑이다.” 金吉男(韓國山岳會員) 제공
산 이름이 대금(大金)인 까닭은 일제 강점기에 이 남쪽 산자락 금광에서 말(馬)만큼의 큰 금을 캐냈기 때
문이라고 한다. 또한 이곳 두밀리(杜密里)는 후미진 오지였는데, “두밀리 삼거리 마을회관 주인이자 토박
이 주민인 신상수 씨(58)에 의하면 두밀리의 옛 지명은 삼이곡이었고, 예로부터 난리가 날 때마다 다른
지방 사람들의 피난처로 이용됐던 곳이었다 한다.”(월간 산, 1997년 1월호)
오늘 우리는 해가 뜨기도 전인 으스름한 이른 아침에 두밀리에 왔다. 언제나 낯선 길이 좋다. 셋두밀 ┣자
갈림길에서 오른쪽 절골로 약간 더 들어간 ‘아름다운 교회’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나는 왼쪽 지능선
을 올라 대금산으로 가고, 캐이 님과 칼바위 님, 두루 님은 오른쪽 지능선을 타고 약수봉으로 가서 거기서
서로 만나기로 한다.
다리 건너 첫발걸음부터 가파른 오르막이다. 농로 따라 산자락을 길게 돌고 펜션 뒤쪽으로 임도가 이어진
다. 얼어붙은 낙엽이 되게 미끄럽다. 몇 번이나 엎어지고 나서 무덤이 나오고, 그 뒤로 성묫길이 끊긴 흐
릿한 인적과 만난다. 줄곧 거친 오르막이다. 고개 젖혀 바라보는 공제선이 신기루다. 숨차게 다가가면 어
느새 뒤로 멀찍이 물러나 있다. 다시 덤벼 쫓아가기를 반복한다.
야트막한 안부에 내려서고 ┫자 갈림길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반갑다. 왼쪽은 두밀리 버스종점 1.2km. 직
진은 대금산 1.4km이다. 공제선 신기루 쫓기를 계속한다. 이 산에 버섯이 많다고 했것다, 캐이 님도 때마
침 전화하여 예전에 느타리버섯 재미 좀 보았다며 잘 살펴보라고 일러준다. 갑자기 두 눈에 부쩍 힘이 들
어간다. 등로 주변의 참나무마다 훑어보며 간다. 그러나 빈 눈이다.
릿지 닮은 바윗길이 나온다. 바위에 쌓인 낙엽을 쓸어내고 오른다. 노송이 영객송(迎客松)처럼 맞이하는
암반에 올라선다. 까마득한 절벽 위의 테라스다. 아울러 깃대봉 제1의 경점이다. 미세먼지가 끼여 흐릿하
지만 깃대봉 남릉의 △593.5m봉(근래에는 ‘수리봉’이라고 한다)을 가운데 두고 좌우로 불기산, 호명산,
청우산, 축령산, 서리산이 준봉으로 보인다. 발걸음이 조심스러운 바윗길은 50m쯤 지나고 대금산 막바지
오르막과 이어진다.
대금산. 매운바람이 맞이한다. 사방 키 큰 나무숲이 둘러 조망은 그다지 좋지 않다. 정상을 북진하여 약간
벗어나면 바로 눈앞의 약수봉이 손바닥에 땀이 괴는 첨봉으로 보인다.
2. 왼쪽 뒤는 청우산, 오른쪽 뒤는 축령산과 서리산
3. 가운데 뒤가 청우산, 그 앞은 청우산과 불기산이 분기하는 593.5m봉
4. 앞 오른쪽은 불기산 가는 길의 423.3m봉, 멀리 왼쪽은 호명산 연릉
5. 가운데 뒤가 청우산
6. 앞은 왼쪽으로 불기산 가는 능선
7. 멀리 가운데 흐릿한 산은 축령산과 서리산
8. 약수봉
9. 앞 왼쪽은 약수봉, 오른쪽 뒤는 깃대봉
10. 멀리 가운데는 청우산
▶ 약수봉(814.7m)
능선에는 칼바람이 분다. 살랑거려도 그 끝은 날카롭다. 가파른 능선을 한 피치 내리면 당분간 부드러운
등로다. 캐이 님 일행은 어디쯤 갔을까? 잰걸음한다. 약수봉 막판 오름길이 바위 섞인 날등이다. 직등한
다. 아니 직등해 본다. 몇 걸음 못 가 암벽에 막히고 오른쪽 사면 슬랩을 낙엽 쓸어 발판 만들어가며 트래
버스 한다. 오른쪽 사면을 돌아 오르는 등로와 만나고 얌전히 따라간다.
약수봉.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는 없는 산 이름인데 여러 지도에는 약수봉이라 표시하고 있다. 잡목 헤
치고 되똑한 바위에 오르면 남쪽으로 산 첩첩 멋진 조망이 펼쳐진다. 절골에서 진즉 올라온 두루 님이 내
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처럼 추운 날은 백난지중대인난(百難之中待人難)이 틀림없다. 미안하다.
약수봉을 오르기는 절골 쪽이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싶다.
일행과 함께 걸으니 찬바람이 사뭇 훈풍이다. 처음에는 나 혼자 청우산에서 시작하여 칼봉산까지 이 산길
을 가려고 했는데, 향상 님이 몸이 불편하여 두루 님과 칼봉산을 가볍게 다녀오려는 산행계획에 파토(?)
내는 바람에 코스를 달리하여 4명이 함께 가게 되었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이 산길이 얼마나 춥고 배고프
고 쓸쓸했을 것인가!
844.9m봉 가기 전에 바람이 비켜 갈 820m봉 사면에서 휴식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휴식할 때면 으레
나 또한 시원한 탁주 한 잔씩 마시는 것이 산행의 흥취려니 하고 즐겼으나, 그 거북스러운 다리 힘이 풀리
는 뒷맛을 생각하여 절주(?)하는 중인데 별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겠다. 그렇지만 캐이 님의 주문대로
접대용으로 탁주 한 병쯤은 준비해야 하는 것을, 오늘은 그럴 틈이 없었다. 돼지머리고기 안주나 축낸다.
844.9m봉 오르는 길이 낙엽에 묻혀 헷갈린다. 무작정 직등하기에는 바윗길이 잦아 다소 껄끄럽고 오른쪽
사면을 살짝 돌다가 오른다. 오른쪽 사면을 통째로 우회하는 수도 있다. 가파르고 긴 한 피치를 숨차게 올
라야 한다. 844.9m봉. 나무숲 가려 아무런 조망이 없지만 여러 이름을 가지고 있다. 명지지맥을 종주하는
이들은 ‘잦은바위봉’이라는 표지판을 달았고, 김형수의 『韓國400山行記』에는 ‘옥녀봉’이라 하고, 가평
군이 세운 이정표에는 ‘약수봉’이라 한다. 명산이다.
▶ 깃대봉(△909.3m), 매봉(933.5m)
844.9m봉 내리는 중에 부부 등산객과 마주친다. 마일리에서 올랐다고 한다. ‘코로나 19’ 때문에 서로 멀
찍이 떨어져서 입 가리고 수인사 나눈다. 848.2m봉은 잘난 등로 따라 오른쪽 사면으로 돌아 넘는다. 하늘
가린 숲길 걸음걸음 수렴 틈새 기웃거리다 헤진 틈이 나오면 운악산을 들여다보곤 한다. 멀리서도 악산이다.
깃대봉 오름길도 꽤 사납다. 직등은 잡목 섞인 바윗길 날등이다. 등로 따라 왼쪽 사면을 돌아 주릉에 오르
고 거친 숨 고르며 조금 더 가면 정상이다. 키 큰 나무숲에 둘러 싸여 아무런 조망을 할 수 없는데도 삼각
점은 2등 삼각점이다. 일동 23, 1983 재설. 깃대봉은 산행교통의 요충지이다. 장릉인 그 동릉을 타면 송
이봉 넘고 수리봉을 넘어 물을 건너지 않고 가평 시내까지 갈 수 있다.
깃대봉에서 매봉 가는 길은 여태의 봉봉을 오르내리는 굴곡이 심하던 것과는 딴판으로 부드럽다. 도중의
844.3m봉을 넘을 때는 뒤돌아보면 축령산과 서리산, 주금산이, 왼쪽으로 고개 돌리면 운악산과 수원산이
반갑다. 매봉. 정상은 철조망 두른 무인산불감시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조망은 사방이 막혔고 북쪽으
로 50m쯤 가면 너른 헬기장 나오는데 축령산과 서리산이 정답게 보인다.
11. 멀리 가운데는 서리산
12. 멀리 흐릿한 산은 호명산 연릉
13. 운악산
14. 깃대봉, 저래 뵈도 오르막이 상당히 가파르다.
15. 가운데가 깃대봉 동릉
16. 멀리 가운데는 운악산
17. 왼쪽은 축령산과 서리산, 멀리 오른쪽은 주금산
18. 운악산
19. 축령산과 서리산
점심 먹을 자리 찾는다. 양광 가득한 헬기장이 나을 뻔했다. 칼봉산을 향해 내리면서 골짜기에 공터가 보
이기에 바람이 우리를 찾을 수 없는 명당이다 싶어 생사면을 내려가 자리 편다. 그런데 산그늘이 져 냉골
이다. 주변에 산재한 넓적한 돌 깔고 버너 불 피워 갈비탕 끓이고 닭갈비 볶고 라면 끓이고 소주와 마가목
주 곁들여 냉기를 쫓는다. 이럴진대 오오시마 료오끼치(大島亮吉, 1899~1927)의 말대로 산마루와 골짜
기는 똑같이 즐거운 곳이다.
그냥 등로 따라 내리는 것은 싱겁다. 사면 누비며 내린다. 오지를 만들어 간다. 낙엽송 숲 지나고 임도가
지나는 안부는 회목고개다. 고갯마루에 오색천 걸친, 나이 들어 반신불수가 된 노거수는 무슨 나무일까?
수피로는 알아보기 어렵고 이 분야 전문가인 캐이 님이 주변의 낙엽을 살피고 나뭇가지 형태로 보아 층층
나무일 거라고 추측한다.
▶ 칼봉산(△909.5m)
회목고개에서 오른쪽의 임도 따라 내리는 것도 한 산행이 된다. 경반사계곡의 수락폭포와 경반폭포를 볼
수 있다. 우리는 당초 계획대로 칼봉산을 오른다. 0.9km. 줄곧 가파른 오르막이다. 주능선이 칼날처럼 날
카로워 칼봉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칼날 같은 암릉에 맞닥뜨리면 오른쪽 사면을 돌아 오르기를 반복한
다. 이때만큼은 칼바람이 도리어 시원하고 땀난다.
칼봉산 정상을 몇 미터 앞둔 절벽 위가 온 길 둘러보는 경점이다. 칼봉산 정상. 우람한 오석의 정상 표지
석이 떠억 버티고 있다. 표지석의 칼봉산 글씨는 칼날을 형상하였다. 삼각점은 ‘일동 430’이다. 재설 또는
복구 연도는 마멸되어 보이지 않는다. 칼봉산의 높이는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는 909.5m인데 표지석
에 새긴 높이는 899.8m이다. 약 10m 정도 차이가 난다.
가평군에서 표지석을 세울 때 이를 몰랐을 리가 없다. 나름대로 확신이 있었을 것. 이 계통에 말 발이 센
칼바위 님의 판단, 산의 표고는 이를 측정하는 GPS에 성능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는데, 최신의 GPS
일수록 정확하다며 지금 자기의 것은 899.5m가 나오니, 아마 표지석에 새긴 높이가 국토지리정보원의 지
형도보다 더 정확하다고 한다. 국토지리정보원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그때는 그렇게 측정되었다고.
하산! 어디로 내릴까? 왼쪽의 용추계곡 도토지나 칼봉이는 논외로 한다. 직진하는 중산리도 고려하지 않
는다. 882.1m봉을 길게 내린 ┣자 갈림길 안부에 이정표가 안내한다. 오른쪽 경반분교 1.80km. 냉큼 잡
는다. 그러나 몇 발자국을 못 가 분명하던 인적은 낙엽에 묻히고, 그 밑에서 와글거리는 잡석 길이 이어진
다. 오늘 산행의 뒤늦은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급전직하하는 수직의 내리막이다. 다른 길이 없다. 계곡 너덜을 지나고 덤불숲 뚫는다. 색 바랜 표지기가
향도하지만 그 빠른 걸음을 놓치기 일쑤다. 등로를 개척한다. 우르르 쏟다보면 혼자여서 연호하여 일행을
찾곤 한다. 이정표가 안내하는 등로이니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을 텐데 그간 오가는 사람이 없어 버려졌
다. 1시간 남짓 된 고역이다.
어렵사리 산자락 도는 임도와 만나고 비로소 허리 편다. 풀숲 무성한 묵은 임도다. 해거름이라 어둑하다.
낙엽송 숲 헤치고 나오니 경반분교고 회목고개에서 내려오는 임도와 만난다. 가평 택시가 들어오려면 포
장도로가 시작되는 칼봉산자연휴양림 주차장까지는 걸어가야 한다. 2.2km다. 경반사계곡 주변의 펜션과
가로등은 불 밝혔다. 동무하는 계류 물소리가 고즈넉하게 들린다. 캐이 님에게 알탕하시겠느냐고 했더니,
그대들이 쪽팔려 할까봐 하지 않겠다고 한다.
칼봉산자연휴양림 주차장. 미리 카카오택시를 불렀다. 택시와 거의 동시에 도착한다. 얼른 마스크 쓰고
택시 탄다. 두부에 잣을 넣는다는 가평역 근처 두부전골 집으로 간다.
20. 주릉 서쪽 산주름
21. 축령산과 서리산
22. 칼봉산 가는 길
23. 칼봉산 가는 길
24. 앞은 오른쪽 깃대봉에서 송이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25. 왼쪽이 깃대봉
26. 오른쪽은 깃대봉, 왼쪽은 송이봉
27. 칼봉산 정상에서
28. 험로는 끝나고 경반분교(폐교)가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