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한 병 래
길을 간다
저마다의 질감으로
빚어진 길
발자국 남기고
추억을 훔친다
그 길 위에 발걸음
더해질수록
길은
시시각각 드라마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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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장지 문
손잡이 있는 곳에
덧대어
창호지를 붙였어요
말린 코스모스 꽃잎
펼쳐 넣으니
아기자기한
클립아트가 되었어요
삭막한 창호에
가을바람이 솔솔
장미꽃을 넣으면
봄이 활짝 피어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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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말이 많으면
쓸 말이 별로 없지
입에서 토해지는 말들이
하잘 것 없는 소음
생각 없이 뱉어지는 말에
거짓말과 과장도 많이 숨겨있지
내 입에서 내가 한 말이
온 세상을 더럽힐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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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
하얀 화선지에
화공의 붓 가듯이
새해
새로운 꿈을 그린다
고운 색실 꿰어
깨끗한 마음에
한 올 한 올
오채수화(五彩繡花)
무지개 뜨는
삶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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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아도 좋은 삶
때로는 흠뻑 비를 맞고
함박눈에 묻히기도 하고
때로는 햇볕에 그을리며
삐뚤삐뚤 힘겹지만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아무런 부족함이 없고
모자람이 없다는 것은
어쩌면 겉보기처럼
그렇게 행복하고
멋진 일이 아닌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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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편단심 민들레
봄의 길가에
병아리처럼 꽃을 피운 너
가는 길 멈추고
눈 돌려 너를 보게 하는구나
너와 다른 외래종과는
절대로 수정하지 않는다지
나도 너를 닮고 싶다
일편단심 민들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