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 15년만에 재입학한 지리산문화예술학교 입학식과 산야초반 첫수업은
옛기억과 현실을 왔다 갔다하게 하는 얼이 쭉 빠진 시간들이었다.
직장일이 두 달째로 접어들며 적응이 좀 되면서 바로 4월 25일의 산야초반 두 번째 수업이 기다려졌다.
나 나름의 지리산과 섬진강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다. 산야초반은 순전히 한 달 한 번 지문교 수업 핑계로
1년을 지리산, 섬진강으로 달려갈 수 있다는 이유의 등록이었다.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데이트!(웃는 이들은 연식이..^^)
그날이 되어, 산야초반 수업이 열리는 지리산 화엄사 자락 플라타너스까페 반야원에 1시간이나 전에 당도했다.
늘 딱 그 시각이거나 몇 분 지각하기도 잘하는 나의 습성이 이날 변했다. 반야원에 차를 대고 근방의 지리산 자락
아무 데나 돌아다니려 했다. 그런데 반야원 자체가 지리산 속 하나의 동산이고 정원이었다.
전남 등록 민간정원이라고 했다.
법명이 '반야행(우주의 진리를 행하라는 뜻!)'인 나는 아주 천천히 사뿐사뿐 반야원을 돌았다.
엄청 넓은 정원엔 벌써부터 많은 방문객들이 사진 찍기에 바빴고, 풀뽑기와 야자수매트 깔기 일을 하는 인력들도
꽤 많았다. 대체 이 규모의 정원을 일구고 끌어가는 주인은 누구냐, 궁금하기도 했다.
수업 시작 10분쯤 전에 럭셔리한 까페로 들어가니 창가 쪽에 앉아계시던 초로의 고운 남성께서 일어나며
수업 오신 거지요?, 하며 인사를 하신다. 네 맞아요 우두성 선생님이시죠?, 하니 빙그레 맞다고 하신다.
그러며 나를 옆건물 우리가 수업할 갤러리로 안내하셨다. 어머나, 감사합니다~
들어가 보니 내가 첫 출석학생이었다.
앉아서, 나는 가꿔놓은 정원보다 야생 자연을 좋아한다고 하니, 바로 '살아있는 야생' 책을 권해 주셨다.
진심이 묻어났다. 나중에 알고보니 우두성 선생님이 이 잘 가꿔진 정원 반야원의 쥔장이셨다!ㅎㅎ
서설이 이렇게 길었으니, 수업 '지리산 이야기'는 어떻게 하나.. 엄청 놀랍고 귀하고 흥미진진한데..
특히 1950년대 지리산과 지리산 개척자들의 생생한 흑백사진들이 재미있는데, 아래에 두 장밖에 못 올린다.
재미있어서 보고 웃느라 사진 찍기를 잊었었다.
개척의 달인 미국인들이 1872년 와이오밍주 북서부에서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면,
한국에서는 지리산을 개척하여 1967년 한국 국립공원 1호로 지정받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사람이
우두성 선생님의 부친 우종수 선생이다.
1955년 구례중학교 교사였던 우종수 선생은 동료 교사 몇 사람들과 지리산 산악회원들과 함께
지리산 개척자들의 모임 '연하반'을 창립하여, 지리산 종주 등반로를 만들고 지리산 등반지도를 최초로 제작했다.
이러한 선구적이고 적극적인 지리산 연구, 등반, 개척사들을 이 학교 이 수업에서 듣다니...
이런 훌륭한 아버지 아래 훌륭한 아들이 이어졌다. 아버지 영향으로 자연을 좋아하고 섬진강 용호정 등지에서
낚시를 즐기던 우두성은 어느날 물에 사는 생명들 살생을 너무 했다는 자각 하에 산으로 발길을 돌렸다.
사냥총들을 메고 수렵을 하기 시작했다.(낚시나 수렵이나 살생은 같다^^)
그러면서 지리산에 깃들어 사는 멸종위기 동물들에 대해 눈이 뜨이기 시작했다.
그럼 그렇지.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인데.
우두성은 96년, '지리산 자연환경생태보존회'를 결성했고, 지리산반달가슴곰 등 지리산자연생태계 보전활동을 하며
자칭 타칭 "지리산 지킴이"가 되었다.
2011년부터는 지리산학교(현 지리산문화예술학교)의 곡진한 요청에 응하며, 학교 수업으로 그 '지리산 이야기'들을
해주고 계시니, 그것이 지금의 산야초반의 두번째 수업까지 이어진 것이다.
당시도 부잣집 귀한 아들이셨고 지금도 그러하신데, 그때나 지금이나 깊고 넓은 지리산을
아버지처럼 헤집고 다니시며 지리산의 역사와 전설과 문화와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알리고 계승하고 계신다.
이쯤해서 우종수 선생과 우두성 강사 부자께 진심으로 감사의 손뼉을 짝짝짝~~!!
이날 두서없는 지리산 이야기로 횡설수설해서 부끄러웠다며 혹 내년에 다시 기회가 있다면
반달곰 및 동물이야기를 해줄까 한다고 선약을 해주신 우두성 강사님께 다시한번 감사의 손뼉을 드린다.
산야초반은 매달 강사가 바뀐다. 그것도 유수의 산림, 생태, 문학, 사진 전문가들로!
반야원 까페 갤러리 실내에서 사진과 함께 실내수업을 하시고, 반야원 정원 김밥 점심 후의
섬진강 용두리 '용호정'에서 이어진 탐미진진 2부수업 이야기는 풍광으로만도 아름다운 사진들로 가름한다.
글이 길어졌다. 잘 쓰지도 못하며 긴 글은 읽지도 않고 효과도 반감된다.
하여, 부족한 나의 산야초반 두 번째 수업 후기는 여기서 끝낸다.
용호정 전설과 이야기를 이어주실 산야초반 학우가 계시다면 다함께 고맙겠다~~
*산야초반의 일부 학생들은 수업 후 몽유로 가서 저녁 식사 음주와 함께
예술소품창작반 수강생 김기룡 대금연주자의 '날개', '천년학' 대금 감상을 하며 지리산 향에 젖어들었다.
*50년대 지리산 개척사 귀한 사진들을 2장 찍었는데 그중 1장을 빼먹어서, 방금 맨 뒤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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