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노조 “이균용 제보받는다”...내부서도 “선 넘어”
[서초동 25시] “노조가 할 일 아니다”
법원 직원 노조는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명된 다음 날인 지난 23일 “이 후보자가 대법원장 자격을 갖춘 인물인지 꼼꼼하게 살펴볼 테니 다양한 제보를 요청한다”는 내용의 글을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이 후보자가 대법원장으로 적절한지 부적절한지를 따져보겠다는 취지였다.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해 법원 노조가 제보를 통해 검증하겠다며 나선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노조 제안에 동조하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한 직원은 “이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으로 발탁됐고 서울대 법대 동문끼리 폭탄주도 즐겨 마신 것으로 보인다”는 글을 올렸다. 이 직원은 “사법 농단의 주역이 민사판례연구회 출신이었기에 또다시 걱정된다”는 내용의 글도 썼다. 이 후보자가 엘리트 법관 모임인 민사판례연구회 출신인 점도 걸고넘어진 것이다.
그러자 이를 반박하는 댓글들이 등장했다. 한 직원은 “(노조가 올린 글은) 선을 넘었다”면서 “대법원장이 살아온 과정은 분명히 살펴봐야겠지만 이는 법원 노조가 할 일이 아니라 국회 청문회에서 할 일”이라고 했다. 이어 다른 직원은 “나는 이 후보자를 본 적도 없다”면서 “법원 노조의 본질에 대해 물어보겠다”고 했다. 그는 “왜 노조가 국회 법사위처럼 행동하려 하는가, 왜 먼저 선동하는 행동을 하는가”라며 “(제보 요청 글을 올린 노조 간부가) 정치를 꿈꾸고 있느냐. 그렇다면 틀렸다”고 했다. 또 “법원 노조가 잘하고 있는지 아니면 월권 행위를 하고 있는지 제보를 받아보면 어떻겠나”라며 “부디 노조가 해야 할 일만 정해서 추진해 달라”고 했다.
24일 오후까지 법원 내부 게시판에서 노조가 올린 글에 대한 찬반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직원들이 실명으로 글을 쓰는 게시판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은 좀처럼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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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자리 잡기 시작한 ‘법원의 정치화’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온 이 후보자가 지명되자 법원 노조가 압박 차원에서 ‘검증 제보’를 시도한 것 같다”면서 “민노총이 장악한 공공 기관 노조가 개혁을 막으려고 억지를 쓰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