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는 조금 선선한 날, 선영 씨와 나는 마지막 구직에 나섰다.
오늘은 가게들이 많이 몰려있는 거창군청 로타리 근처를 돌아보기로 했다.
시작하기 전에 김수경 선생님 전화번호를 이력서 위에 적었다.
“선영 씨가 전화를 못 받는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깐, 이력서 위에 수경 선생님 번호를 적으면 어떨까요?”
“예.”
“혹시 수경 선생님 번호 알고 계세요?”
“선생님한테 있어요.”
선영 씨가 핸드폰을 놓고 와서, 내 핸드폰 전화번호부를 찾아보라고 했다.
핸드폰에서 김수경 선생님 번호를 찾아 이력서에 적었다.
첫 구직 장소는 산렙커피였다.
선영 씨가 일하고 싶다고 얘기했고 내가 덧붙여 준비한 이야기를 전달했다.
직원분께서 우리 말을 들으시고는 이력서를 찬찬히 읽으셨다.
집중하고 계시는지 한동안 말씀이 없으셨다.
조금 시간이 흐른 후에 입을 떼셨다.
“저희는 직원을 다 뽑아서 힘들 것 같아요.
제가 여기 사람이 아니라 다른 곳도 잘 모르겠네요.”
진지하고 듣고, 읽고, 생각해주셔서 감사했다.
첫 출발은 순조롭다.
근처를 돌다가 미미당이라는 식당에 들어갔다.
사장님께서 우리 이야기를 끝까지 들으시고 “네 알겠습니다”하고 말씀하셨다.
그 후로 ○○막국수, □□식당, △△집에 들렀는데 반응이 좋지는 않았다.
무조건 거절하셨다기보다는 ‘어려운 부탁인 것 같다, 너무 바빠서 여유가 없다, 우리도 힘든 상황이다’ 같은 말씀들이 많았다.
사장님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이력서 보관이라도 해주시라, 생각날 때 홍보해주시라는 부탁마저 거절당할 때는 서운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사장님들을 진지한 의논의 상대로 생각하는 게 좋았을 것 같다.
‘채용해달라’는 부탁에 앞서, 일하고 싶은데 어찌하면 좋을지, 혹 도움을 주실 수 있는 일이 있을지 차근차근 여쭤보고 의논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그랬더라면 작은 도움이라도 주기 위해 노력하셨을지 모른다.
이엘헤어부디크 사장님은 직원을 뽑지는 않지만 홍보는 해줄 수 있다고 하셨다.
오남매 식육식당 사장님은 “예!”하고 크게 답하셨다.
긍정적인 답변을 주시는 분은 만나고 만나도 힘이 된다.
다음에는 홍콩다방이라는 카페에 들어갔다.
홍콩다방 사장님도 우리를 친절하게 맞아주셨다.
“어디에서 오신 거예요? 협회에서 오신 거예요?”
“아, 그건 아니고 월평빌라에서 왔어요.
선영 씨는 월평빌라에서 거주하시다가 최근에 자취를 시작하셨어요.”
사장님은 선영 씨가 어떤 분인지 궁금해하시는 것 같았다.
우리 이야기를 다 들어주시고는 밝게 웃어주셨다.
환한 미소와 만나 즐거웠다.
이후 라뽐므에 들러 마지막 구직을 한 뒤, 몬나니네에서 빙수를 사 먹었다.
선영 씨는 카페에 가면 늘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고 한다.
오레오 빙수 두 개를 시켜 목을 축였다.
빙수가 나오기 전 선영 씨가 이력서 좀 꺼내달라고 했다.
몬나니네 사장님께도 이력서 한 장을 드리고 싶다는 거다.
선영 씨는 확실히 구직 과업의 주인이고, 이 일을 책임감 있게 이끌어가고 있었다.
“일하고 싶어요.”
“선영 씨가 직장을 구하고 계시거든요.
혹시 직원 모집하는 매장 알고 계시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함께 일하는 사장님께도 말을 전해주셨다.
사장님은 선영 씨로부터 카드를 받아 결제하고, 영수증과 함께 카드를 전달하셨다.
빙수 위에 어떤 시럽을 올리고 싶은지 선영 씨에게 물어보셨다.
“알겠어요, 딸기 시럽이랑 초코 시럽으로 할게요.”
선영 씨는 다른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았지만, 사장님이 친절히 반응해주셨다.
덕분에 초코와 딸기 두 개의 맛을 골라 먹을 수 있었다.
구직의 마지막은 환대로 끝났다.
환대의 힘인지, 선영 씨는 구직이 끝나고서도 기운이 넘쳐난다.
김수경 선생님 차에 타자 집에 안 가겠다 하더니 밖으로 나선다.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는 듯 어딘가로 유유히 사라져버렸다.
2022년 7월 27일 수요일, 전채훈
첫댓글 산랩커피, 미미당, 이엘헤어부디크, 오남매식육식당, 홍콩다방, 몬나니네, 라뽐므... 이렇게 많은 곳에서 환대를 받으셨군요. 올 여름 전채훈 선생님과 정선영 씨가 부지런히 다니며 지역 곳곳에 뿌린 씨앗이 큰 열매가 되어 돌아올 것이라 믿습니다. 마지막까지 수고하셨어요. 피날레가 화려합니다.
마지막까지 정선영 씨와 부지런히 다녀주셔서 고맙습니다. 정선영 씨와 전채훈 선생님께서 다닌 길이 구직을 이어서 돕는 저에게는 큰 힘이 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