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와 마라톤
오늘은 104주년을 맞는 3.1절이다. 국기함에 보관하고 있는 태극기를 꺼내어 베란다의 깃봉에 꽂았다. 국경일에는 태극기를 게양하여 나라 사랑과 민족의 자긍심을 되새기며 기념하는 날이다. 바람에 펄럭이는 태극기를 쳐다보며 만감이 교차하면서 기억을 더듬는다.
초등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태극기를 그려오는 숙제였다. 규격에 맞게 중앙에 원을 그리기 위해 컴퍼스가 있어야 하며 원 안에 빨강과 파랑, 그 주위에 건곤감리의 사괘(四卦)를 그리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 또 그 속에 들어 있는 의미심장한 뜻도 들어 있음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교실 교단 앞 중앙에는 태극기가 걸려 있었으며 모든 행사에 앞서 국기에 경례했다.
손기정 선수는 1936년 일제 치하에서 베를린 마라톤 대회에 일본 국적 선수로 뛰었다. 2시간 29분대의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우며 우승의 월계관을 쓰고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임을 스스럼없이 밝혔다. 서슬 퍼런 치하에서 한국인임을 드러낸 행위는 용기와 애국심의 발로(發露)이었으리라. 그 뒤를 이어 황영조 선수가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 금메달의 영광을 안고 한국을 만방에 알렸다.
태극기는 대한민국과 애국심을 드러내는 상징이다. 이봉주 마라톤 선수는 항상 뛸 때마다 태극기 문양이 새겨진 머리띠를 머리에 두르고 뛰었다. 그것은 자신의 애국심은 물론이고 국민에게 나라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2001년 죽음의 마라톤코스인 보스턴 대회에서 우승의 결승 테이프를 통과하는 그 장면은 잊을 수 없다.
이봉주의 아름다운 그 장면에 매력을 느꼈다. 나도 마라톤에 입문하여 전국을 누비며 달렸다. 2005년 일본으로 건너가 ‘이부스키’ 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 우리나라의 대회에서는 완주자의 50%에 겨우 들었는데 일본에서는 10% 안에 들어서 가슴에 붙어있는 태극마크에 부끄럽지 않은 만족한 느낌이었다.
언젠가 튀르키예를 순례했다. 우리가 가는 식당이나 호텔마다 태극기가 그들의 국기와 나란히 게양되어 있었다. 나라를 떠나 외국에 가면 다 애국자가 된다고 하더니 정말 이국만리에서 태극기를 보니 가슴이 뭉클했다. 2002년 월드컵에서 ‘붉은 악마’가 태극기를 흔들며 ‘아! 필승 코리아!’ 하면서 외쳤던 그 광경이 오늘 삼일절 태극기를 보면서 감회가 새롭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