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식욕을 되찾아주는 구세주들은 일상에서 여럿 존재한다.
보고 있으면 군침을 돌게 하는 요리 프로그램, 땀을 쪽 빼서 허기지게 하는 운동 등
다양한 것들에 의해 집 나간 입맛이 무사히 되돌아오곤 한다.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는 '주부 아빠', 홍승권 씨의 경우엔 채식이 죽어가는 식욕을 살려주었다.
그 덕분에 푸른 가운으로 몸속을 체워 하루가 싱그럽게 빛난다.
채식이 몸에 좋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비만을 예방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며 각종 염증을 막아주는 것이 채식의 대표적인 효능이다.
동물성 식품과 가공식품을 배제하고 최소한의 조리로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는 '자연식물식'을 실천하는
홍승권(42) 씨는 채식의 수많은 장점 중에서도 미각이 섬세해지는 마법을 몸소 경험했다.
에민하진 혀끝으로 식재료의 다채로운 맛을 누리는 증거움에 빠진 그에겐 메일 마주하는 밥상이 재밌는 놀이터다.
'예전에는 채소를 크게 좋아하지 않아서 오이, 상추, 꺳잎 같은 일반적인 채소의 맛밖에 몰랐어요.
가끔 새로운 종류를 먹더라도 다 비슷한 '풀맛'으로 느껴졌죠.
그런데 채식을 시작하면서 완전히 달라졌어요.
재료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맛과 향이 다 다르게 느껴졌죠.
이젠 고수, 딜, 루꼴라 같은 향이 있는 채소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채식을 시작한 뒤로 자연적인 맛에 눈뜬 승권 씨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음식을 만든다.
그가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은 '샐러드 포케'다.
다양한 재료의 맛이 조화롭게 아우러지면서 영양까지 꽉 찬 비빔밥을 대체할 만한 음식이 없을까 고민하다 떠오른 요리다.
비빔밥에 들어가는 나물을 일일이 무치기가 번거롭고 양념을 최소화하고 싶었던 그에겐 안성맞춤이었다.
재료는 아주 간단하다.
현미밥과 각종 생채소, 수제 양념장,가끔 단백질 섭취를 위해 구운 두부를 넣거나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두 딸을 위해 콘옥수수를 넣어 식감을 살리기도 한다.
40대 초반이면 젊은 나이이니 삼겹살에 소주, 치킨에 맥주, 육전에 막걸리 같은, 저절로 술을 부르는 육식을 즐길 법도 한데
그는 어쩌다 채식을 고수하게 됐을까.
지금은 집안일을 도맡으며 가족의 끼니를 책임지는 전업주부이지만 6년 전까지만 해도
승권 씨는 서울 목동 학원가에서 입시 영어를 기르치는 강사였다.
오후 1시에 출근해 자정을 넘어 퇴근하는 고된 스케줄이 매일 이어졌고 주말 강의가 많아 주 7일을 일하곤 했다.
어쩌다 쉬는 날이 생겨도 다음 수업을 준비해야 해서 공원 산책 한번 나갔다 올 여유가 없었다.
'자나 깨나 일 생각뿐이었어요.
아이들을 가르티는 게 적성에 맞아서 시잦ㄱ한 일이었지만 어느 순간 부터 제 삶에서 제가 지워지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취미, 좋아하는 사람들이 점점 멀어줬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속상했어요.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우울감이 싶어졌죠.'
일과 삶의 불균형 속에서 커져가는 스트레스는 제일 먼저 몸을 망가뜨렸다.
바쁜 일과 속에서 끼니를 대충 떄우며 허겁지겁 먹다 보니 살이 쪘다.
생계를 책임지는 일이 가장의 역할이지만 마음부터 튼튼히 돌보는 것이 자신에겐 더 시급한 일이겠다고 생각한
그는 아내와 상의한 끝에 입시 강의 대신 집안 살림을 책임져 보기로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던 ㄱ러까.
업무 스트레스가 사라졌는데도 우울감은 여전히해서 어떤 음식을 먹어도 맛이 없었다.
자연히 끼니를 거르는 날이 점점 늘어갔다.
그런데 여전히 고통의 시간이라고 생각했던 날들이 실은 치유의 시간이었다.
먹는 양이 줄어들수록 정신은 맑아졌던 것,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불어났던 체중이 줄면서
불안정했던 마음이 잔잔해짐을 느꼈다.
'마음이 조금씩 편안해지던 어느 날이었어요.
아내가 자연식물식을 하는 회사 동료가 추천해 줬다면서 책 한 권을 주더라고요.
동료가 식습관을 바꿔 건강해졌다고, 우리도 같이 채식을 해보지 않겠냐고 권했죠.
이전 같았으면 한 귀로 흘러 들었을 텐데 소식을 하면서 몸이 전반적으로 좋아지는 걸 실감하고 있었던 터라
한번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내가 준 책을 읽으며 육류와 가공식품의 단점과 자연식물식의 이점을 알게 된그는 우선 먹지 말아야 할 음식부터 정했다.
붉ㅇ느 고기와 가공식품이 가장 만저 끊어내야 할 음식이었다.
처음엔 육즙 가득한 고기의 식감과 간식의 달콤함이 수시로 떠올라 참기 힘들었다.
하지만 독하게 마음먹고 그 순간들을 견뎌내자 조금씩 놀라운 뱐화가 ㅊ자아왔다.
오랜 시간 앓아온 비염이 완화되고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미각과 후각이 살아나 이전에는 몰랐던 채소의 풍미가 느껴져 밥 먹는 일이 즐거워졌어요.
쌀밥 자체에서도 고소함과 단맛이 많이 낟라고요.
채식이 주는 긍정적인 변화가 놀랍기만 했어요.
이저까지만 해도 채소는 맛없다는 편견이 있었거든요.
그동안 제 식습관이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자극적인 음식에 얼마나 길들여있었던 건지 깨달았어요.'
몸소 변화를 느끼니 채식에 더 애정이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그 이후로 승권씨는관련 서적을 읽거나 생소한 재철 재료를 요리에 활용해보면서 채식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나름의 래시피를 만들어갔다.
기존에 좋아했떤 으식을 비건 식으로 요리하는 시도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두유 쿠림 똑볶이, 오이 김밥, 표고를 호라용한 오코노미야키, 감자찜 등 승권씨의 레싶북은 다채로운 채식 요리법으로 가득 찼다.
멋진 것을 보거나 맛있는 것을 먹으면 ㄴ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자신만의 레시피가 풍성해지고 몸소 느끼는 채식의 이점이 많아지니 그는 이 좋은 식습관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바람이 들었다.
그리하여 4년 전부터 자신이 느낀 채식의 장점과 필요성, 맛있게 채식하는 법 등을 글과 영상으로 기록해
온라인에서 전하고 있는 채식 전도사 승권씨.
채식을 망설이거나 초보자에게 도움을 주는 뿌듯함이 채식으로 얻은 또 하나의 행복이다.
'채식이 건강에 좋다는 건 누구나 알아요.
알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 채식은 맛없다는 편견이 가장 클거예요,.
그래서 알려주고 싶어요.
채소도 고기만큼 충분한히 맛있고 채식만으로도 양양소를 충분히 섭추할 수 있다는 것을요.
'비건'이 아니어도 많은 사람이 채식을 생활화해서 건강을 유지하면 좋겠어요.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 세상사.
언젠가 돌부리에 걸려 휘청이는 날이 다시 올지 모른다.
그래도 승권 씨는 괜찮다.
나쁜 것을 비워내고 이로운 것을 채우는 방법을 알았기 때문이다. 김미연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