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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박근혜 대표님의 중국 방문 (2005년 5월 23일 ~ 5월 28일)을 수행한 대표님 비서입니다. 대표님의 방중 외교 활약상은 이미 한국 언론에 많이 보도되었지만,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일화들과 중국측 인사들로부터 전해들은 뒷 이야기들을 알려드리고도 싶고, 수행원으로 제가 느낀 점들도 솔직하게 전해드리고 싶은 마음에서 대표님의 중국 방문기를 올려 보려고 합니다.
대표님의 이번 중국 방문은, 북핵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지고 6자회담도 불투명하고, 북한이 핵 험까지 강행할지도 모른다는 위기 상황에서 추진되었습니다. 이렇게 북핵문제가 점점 꼬이고 어렵게 되자, 비록 야당일지라도 민족의 큰 문제를 앞두고 할 수 있는 최대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대표님의 뜻에 따라 중국방문을 추진한 것입니다. 지난 3월의 미국방문에 이은 초당적인 북핵외교의 제 2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5월 23일 북경 도착
대표님을 포함해 11분의 국회의원들과 7명의 수행원을 태운 비행기는 2005년 5월 23일 오전 10시에 인천공항을 출발해서 현지 시각으로 11시 15분경에 베이징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베이징보다 1시간 빠른 시차를 감안하면 예정된 비행시간인 1시간 45분보다 30분 정도 연착되었습니다.
중국은 입국 절차가 매우 까다로웠던 미국 방문과는 아주 달랐습니다. 대표님께서 비행기에서 내리시자마자 바로 담가림 대외연락부 차관과 왕숙하 국장을 비롯한 중국측 인사들과 김하중 주중 한국대사가 직접 영접하셨고, 별로로 마련된 통로를 통해서 공항을 출발했습니다.
특별 통로로 나와보니 중국 공안들이 타고 있는 선도차와 바로 뒤 경호원들이 타는 승용차, 대표님이 타실 리무진 1대, 10분의 국회의원님들이 탈 승용차 5대, 그리고 수행원들과 기자분들이 탈 봉고차 2대, 대표단 화물과 기자단 화물을 실을 화물용 차량 등이 출발할 순서대로 차례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대표님을 모시고 차에 타는 줄 알았는데, 중국 측에서 이번 대표님의 중국방문은 공식적으로는 국무총리급 의전과 경호를 받으셨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원수급 대우를 받으셔서 수행비서인 제가 대표님 차량에 탑승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신에 이번 중국방문 내내 중국대외연락부 담가림 차관과 왕숙하 국장이 대표님을 직접 수행해 대표님 차량의 옆자리와 앞자리에 앉고, 중국인민정부 특별보안과 근접 경호원이 앞 좌석에 선탑한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저는 7번 봉고차에 탔습니다.^^
모두 차에 탑승하자마자 이내 공항을 출발했는데, 이동하는 동안 중국 공안들이 우리 대표단 차량이 통과하는 지역 곳곳마다 배치되어 교통통제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우리 나라에선 굉장히 보기 힘든 광경이죠. 하지만 중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거랍니다. 같은 차에 탑승한 주중 사관 참사관님께 여쭈어보니 베이징에서는 중국지도자들 차량이 이동할 때에는 교통통제를 기 때문에 교통통제를 하면 으레 중국 지도자들이 지나가는구나 라고 그냥 그렇게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국제구락부’라는 호텔로 이동하는 동안 저는 창밖을 유심히 살폈습니다. 저는 10년 전에 중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지난 세월 동안 중국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확인하고 싶었죠. 제가 보기에 울창하지는 않았지만 거리 곳곳에 나무들이 참 잘 가꾸어져 있었고 조경이 잘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베이징 시민들을 보니 이제는 한국인들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인들과 우리나라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었는데.... 한마디로 욱일승천하고 있는 중국의 발전과 함께 국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베이징이라는 도시가 계획적으로 잘 가꾸어져 있다는 생각에, 중국 대사관 입법관님께 혹시 베이징에도 우리나라의 그린벨트 같은 정책이 있냐고 여쭈었더니 “베이징에도 우리의 그린벨트와 비슷한 정책이 있고, 20여년 전부터 중국 정부에서는 베이징의 조경과 나무들을 계획적으로 가꾸고 관리해오고 있다”는 답변을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저는 굉장히 흐뭇했습니다. 1980년대 초 중국의 덩샤오핑이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대도시 주변에 그린벨트를 두르는 것이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하면서 우리나라의 그린벨트 정책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라고 지시한 것이 생각나서죠. 외국에선 “20세기 세계의 국토 계획중 가장 성공적인 환경보전 정책의 백미”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바로 그린벨트죠. 물론 최근 들어 지역 주민들이 재산권을 행사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현실이지만요.
그렇게 공항을 출발한지 한 30분 후 ‘국제구락부’에 도착해서 주중 대사와 대표단의 오찬과 브리핑이 있었습니다.
2) 5월 23일 조어대(釣魚臺) 도착과 중관촌(中關村) 방문
주중 대사와의 오찬 브리핑을 마치고 1시 50분 조어대(釣魚臺)에 도착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중국 조어대(釣魚臺)는 청나라 때 황제가 머물던 행궁을 되살린 곳으로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중국을 방문하면 묵게 되는 국빈용 숙소입니다.
1호각부터 17호각까지 갖추어져 있는 조어대(釣魚臺)에서 우리 대표단에게 배정한 숙소는 가장 편리하고 최신 설비가 갖추어져 있다는 17호각이었습니다. 대표님을 배려한 중국 정부의 정성과 호의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죠.
17호각은 조어대(釣魚臺) 정문에서 가장 가깝고, 건물안으로 들어서면 곳곳에 중국의 진귀한 진품 문화재들을 전시해 놓아 중국의 고전적인 아름다움과 현대적 감각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바로 옆에는 호수가 있었고, 호수를 가로지르는 구름다리와 함께 올라서면 시심(詩心)이 절로 생길 듯한 정취 어린 정자(亭子)도 있었습니다. 아스팔트 길에는 기이(奇異)한 형상의 울창한 소나무들 늘어서 있었기에 산책하기에는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곳 이었죠.
조어대(釣魚臺)에 여장을 풀고 난 뒤 바로 중관촌(中關村)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중관촌은 중국의 실리콘벨리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중관촌은 상해의 푸동지구와 함께 중국 하이테크 산업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경대, 청화대 등 중국 최고의 대학들이 들어와 있고 우주항공, 나노, 정밀화학 등 16개 분야의 전문단지가 있고 중국의 유명한 첨단기술업체들이 집중적으로 들어와 있는 곳이었죠. 16,000개가 넘는 외자 기업도 진출해 있었고 IBM, 마이크로 소프트, 인텔 등 유명한 다국적 기업들의 R&D 센터가 바로 이곳에 있었습니다. 물론 한글과 컴퓨터,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등 우리 기업들도 진출해 있더군요.
중관촌에 도착해서 대표님은 중관촌 관리위원회 부주임의 브리핑을 받으셨는데, 대표님 별명이 ‘메모박’이란 거 잘 아시죠? 중국에서도 대표님께선 계속 진지하게 설명을 들으시면서 메모를 열심히 하시더군요.
대표님께서는 “중국이 세계의 자본과 기술을 블랙홀처럼 흡수하고 있는데, 중관촌에서 외국기업과 국내기업의 차별은 없는지, 중관촌의 투자 환경을 조성을 위해 어떤 입법조치를 취했는지, 중관촌에서 길러내는 인재들이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해 질문을 하셨는데, 자신감에 가득 찬 부주임 답변을 듣고는 중국이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중국에는 중관촌과 같은 첨단기술개발지구가 총 53개나 된답니다. 중관촌에 일하는 대졸이상의 고급인력만도 36만명에 이르고, 외국기업이든 국내기업이든 차등없이 특혜를 주고 있으며,해외에 나가 있는 많은 중국의 이공계 유학생들이 속속 귀국해서 국가 발전에 매진하고 있다는 것이었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결국 사람밖에 없는 우리나라가 먹고 살 수 있는 길은 과학기술과 교육을 혁신하는 길밖에 없는데, 침체된 우리의 이공계 현실을 생각하니 정말 걱정이 되었습니다. 우리도 과거 박대통령 때에는 과학자들의 대우가 대단히 높았고, 대통령보다 몇 배나 많은 봉급을 받는 연구원들이 수두룩했었다는 일화, 대통령이 한 달에 한 두번은 꼭 KIST같은 연구원을 방문해서 연구원들을 격려했고, 예산의 최우선을 과학기술양성에 배정하도록 강력하게 뒷받침해서 사회적으로 이공계 출신자들의 자긍심이 높아지고 결국 대학에서도 공대가 인기가 높고, 고등학교도 이과 지망생 수가 더 많아졌었는데...
우리의 침체된 이공계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대책도 결국은 무엇보다 과학기술과 이공계에 대한 국가최고지도자의 강력한 의지와 지도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3) 5월 23일 왕자루이(王家瑞) 대외연락부장 면담과 탕쟈쉬엔(唐家璇) 국무위원 만찬
중관촌 시찰을 마치고 조어대에 돌아오자마자 다시 왕자루이(王家瑞) 대외연락부장 면담을 위해 급히 출발해야 했습니다. 짧게나마 중국의 대외연락부와 왕자루이 부장, 그리고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와 중국인민정부 외교부의 하는 일에 대해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중국의 외교정책을 만드는 곳이 바로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이고, 대외연락부에서 만들어진 정책을 실행하는 곳이 중국정부의 외교부입니다. 우리의 외무부장관격인 중국의 외교부장보다도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직책이 바로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기도 하지요.
왕자루이 대외연락부장은 중국 공산당내에서 보기 드문 길림대학 경제학 박사 출신의 경제전문가로 북경대학 교수를 겸임하고 있기도 합니다. 2001년 9월 강택민 주석이 방북했을 때 수행했었고, 올해 초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공식 선언한 직후인 2월 19일부터 22일까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명을 받아 북한을 방문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고 6자회담 복귀를 권유했던 인물입니다.
대표님과 왕자루이 대외연락부장의 면담에 대해서는 이미 언론에 보도되었듯이 대표님께서는 “북핵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과 같은 유능한 중재자가 필요하다,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온다면 체제 안정과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지만 핵 보유를 강행한다면 국제적 고립밖에 없다는 점을 중국이 꾸준히 설득해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핵개발을 강행했을 때 어떤 불이익이 받는지,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했을 때 어떤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지 5자가 합의해서 북한을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평소 북핵타결을 위한 대표님의 소신을 전달하셨습니다.
왕자루이 부장 역시 대표님의 의견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정부의 입장은 한반도의 비핵화, 북핵 폐기, 한반도의 안정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특히 이 자리에서 왕자루이 부장의 주목할 만한 발언이 나왔는데, 즉 북한이 핵실험을 하느냐 여부는 중국이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중국이 북핵문제에 대해서 외교적인 언사를 넘어서 이 정도의 확실한 발언을 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대표님께서 북한이 핵심험을 하는냐 여루블 중국이 결정할 수 있다는 중국 대외연락부장의 새롭고도 확실한 답변을 이끌어낸 것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이번 방중외교의 큰 성과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표님께서 왕자루이 부장과 면담하시는 동안 많은 분들이 더워서 땀에 흠뻑 젖었습니다. 중국측에서 대표님이 감기에 걸리셨다는 것을 알고 면담하시는 동안 에어컨을 꺼버렸기 때문이었지요. 대표님과 왕부장을 비롯해서 양측에서 배석한 분들이 30명분 가까이 되었는데, 이 분들이 1시간 20분 동안이나 더운 곳에서 한 공간에 계셨다고 생각해보시면 상상이 되시겠지요.
대표님에 대해 중국측이 얼마나 세심한 배려를 했는지 다른 일화들도 많지만, 저는 중국이 참으로 철두철미하고 무섭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왕자루이 부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대표님에 대해 깍듯하게 예의를 갖춰 대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면담 후에는 중국의 기침약을 대외연락부를 통해서 대표님께 전달해 주시기도 했지요.
왕자루이 부장은 대표님께 저녁 만찬을 대접하고 싶어서 일정을 잡았었지만 왕부장보다 높은 직급인 탕쟈쉬엔(唐家璇) 국무위원께서 대표님께 만찬을 대접하고 싶다고 해서 자신이 양보했다며 내내 아쉬워했다는 후문이었습니다.
사진을 통해서 왕부장의 모습을 보신 분들이 계실텐데, 왕자루이 부장은 이웃집 아저씨같이 평범하고 친근한 외모의 소유자였지만 목소리만큼은 성우나 영화배우를 빰칠 정도로 멋져서 목소리에서 품어져 나오는 카리스마가 대단했었죠. 제가 앞으로 중국어 공부하고 싶어질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왕자루이 부장과의 면담이 마무리되고, 곧이어 탕쟈쉬엔(唐家璇) 국무위원이 주최하는 만찬을 위해 우리 대표단 일행은 다시 조어대로 출발했습니다.
6시 정각에 만찬 장소인 조어대 국빈관 5호각에 도착했습니다. 만찬에 앞서 옆방에서 대표님을 비롯한 우리 대표단 일행과 탕쟈쉬엔 국무위원이 잠시 환담을 나누고 곧바로 만찬 장소로 이동해서 만찬에 들어갔습니다.
탕쟈쉬엔 국무위원은 과거 김대중 정부시절 중국의 외무부장을 역임하셨던 분으로서 한국의 홍순영 장관의 카운터파트너였었죠. 이분은 북경대 일본어학과를 졸업한 전형적인 일본통 외교관이셨는데, 1998년부터 중국인민정부 외교부장을 5년 하시다가 2003년 3월부터 국무위원이 되신 분입니다.
탕쟈쉬엔 국무위원은 지금까지 총 9번 한국을 방문하신 적이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분은 한국에 도착하시면 늘 김포공항 3층에 있는 중식당으로 바로 직행하셔서 짜장면을 꼭 드셨다는 겁니다. 쟝쩌민 주석을 수행해서 한국에 오셨을 때엔 신라호텔에서 오찬 일정이 있었는데, 신라호텔 중식당에 짜장면이 없어서 밖에서 짜장면을 공수해서 드실 정도로 한국 짜장면 애호가라고합니다. 참 재미있죠?
탕쟈쉬엔 국무위원과의 만찬은 서로 상대방의 음식 문화에 대한 가벼운 칭찬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탕쟈쉬엔 국무위원이 조어대 음식에 대해 설명해주셨죠. 중국에는 북경, 사천, 상해, 광동요리 4대요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조어대 요리까지 5대 요리가 있다고 합니다.
조어대 요리는 저지방이고, 콜레스테롤과 칼로리가 낮아 몸에 아주 좋다는 말에, 대표님께서도 요즘 한국에서는 웰빙문화가 아주 유행이라고 화답하시면서, “한중 양국의 우위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을 위하여”를 중국어로 유창하게 건배 제의를 하기도 하셨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이날 만찬장에서도 북핵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과 같은 유능한 중재자가 필요하고 북한이 중국과 같이 개혁 개방의 길로 나와서 국제 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중국이 설득해달라는 말씀을 하셨고, 어떻게 하면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탕쟈쉬안 국무위원의 의견을 많이 듣고 싶어 하셨지요.
탕쟈쉬엔 국무위원은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원칙을 말하면서 북핵문제에 대해 중국의 인내심에도 레드라인이 있다는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습니다.
중국의 인내심에도 레드라인이 있다... 북한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의 외교분야를 맡고 있는 두 분의 발언(탕쟈쉬엔 국무위원의 ‘중국의 인내심에 레드라인이 있다’, 왕자루이 부장의 ‘북한이 핵실험을 하느냐 여부는 중국이 결정할 수 있다’)은 지금까지 한중 양국의 공식 외교 접촉을 통해 나온 “북한은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는 수준의 발언과 비교해볼 때, 매우 확실하고도 분명한 진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나중에 국내 언론의 보도를 보고, 이렇게 중요한 외교성과가 제대로 보도되지 않은 것 같아서 정말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날 만찬에서는 북핵문제뿐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오고 갔었는데, 대표님께서 중국에 있는 유학생의 절반이 한국 학생들이고, 중국을 관광하는 한국인들의 숫자가 엄청나고 삼국지, 수호지, 열국지 등의 중국 작품들을 한국 사람들이 많이 읽고 있다, 한국에서 소비되는 하루 짜장면이 400만 그릇이나 된다면서 한국과 중국이 문화적으로 정말 익숙하고 가깝다는 점을 많이 강조하셨죠.
탕쟈쉬엔 국무위원도 중국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을 예로 들면서 자신도 인어아가씨 등의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아주 좋아하고 한국의 문화산업에 대해 중국이 그 장점을 배워서 중국의 대외문화사업을 보강해야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탕자쉬안 국무위원도 2시간이 넘는 만찬 시간 내내 에어컨을 꺼서 연신 땀을 닦아가면서 만리장성에 오르지 않은 남자는 사나이도 아니라는 중국 속담이 있는데, 대표님께서는 이미 만리장성에 올라갔다 오셨으니 영웅이라 할만하다라고 해서 좌중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었죠.
그리고 과거 한국을 방문했을 때 포항제철소와 제주도를 가본 경험을 이야기하시면서 “포철을 있게 한 것이 박 전 대통령의 힘이라 생각하니 굉장히 인상 깊었고, 박대통령이야말로 한국경제발전의 토대를 닦으신 분이다”라고 회고하시더군요.
중국 사람들은 감기 몸살 특히 목감기에 걸려 기침이 심하면 뜨겁게 끊인 콜라 절반에 생강을 넣고 떠거운 물을 절반 섞어서 마신다고 합니다. 일명 중국식 특효 감기약인 셈인데, 이날 탕자쉬안 국무위원은 중국식 특효 감기약인 콜라를 마치 만찬 코스에 나오는 음료수인 것처럼 대표님 앞에 내놓고 대표님께서 한 절반쯤 마시고 난후에야 비로소 그 음료수가 약이라는 설명을 해주시는 사려깊음을 보여주셨습니다.
지금 목감기가 심하신 분들은 한번 만들어 드셔보는 것이 어떻까 생각합니다. 제가 목감기를 한달 동안 앓고 있었는데 전 분명히 효과를 봤거든요. 쌍화차 맛이 나는데, 적극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이번 만찬을 보면서 이야기 소재가 꼭 딱딱하고 외교적인 문제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란 걸 알았습니다. 외교란 것이 쉽게 표현하면 친구를 만들고 사귀고, 마음을 얻어서 어려운 것도 부드럽게 풀어가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날 만찬은 짜장면 이야기로 시작해서 짜장면 이야기로 마쳤는데, 중국의 동북부지방에 실제로 짜장면이 있고 즐며 먹는다는 사실도 새로 알게 되었습니다.. 중국음식에는 짜장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진귀한 고급음식들도 많은데, 가장 평범한 음식인 짜장면이 중요한 외교만찬 석상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끄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을 보면서,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구나 하는 교훈도 얻었습니다.
어느덧 공식적인 만찬 일정이 모두 끝났습니다. 그런데 대표님께서는 만찬장을 나오시면서, 만찬장에서 요리를 서빙해주시던 6명 가량의 여자분들과 남자분들에게 다가가서 한분 한분의 손을 잡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잊지 않으시더군요. 대표님께서 그렇게 하시니까 우리 대표단 일행도 전부 그분들께 악수를 권하면서 인사를 건냈지요.... 높은 분들이 아니라 이런 분들을 잊지 않고 챙기시는 것, 이것이 대표님의 장점이고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이렇게 5월 23일 일정은 모두 끝났고 조어대에서의 첫날밤을 맞았습니다.
하루 얘기가 많이 길어졌네요.... 5월 24일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후진타오 주석과의 면담 뒷 이야기도 해드리겠습니다. ^^...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박사모 사이트에도 드디어 올라왔군요. 현장감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글입니다. 모두들 즐감하셨으면....
역쉬이~~ 큰 그릇끼리 상위에 놓아야 어울리는 법. 대인은 대인을 알아봅니다. 근혜님! 조금만 더 힘내세요!! 승리의 그날까지~~
우리 박근혜대표님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