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지인 집을 방문해서 위스키를 얻어 마신 적이 있다.
모임이 끝나고 헤어질 때 자기 집이 가까우니 한잔 더 하자는 말에 사양을 했다가 위스키 발베니라는 말에 혹해서 따라간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위스키 열풍이 불어 발베니가 품귀 현상을 빚기까지 했다는 뉴스는 알고 있다.
그 선배는 작년 말 유럽 여행을 갔을 때 이 술을 면세점에서 90불에 샀다고 한다. 나는 이 귀한 술을 석 잔이나 얻어 마셨다.
내가 그동안 마신 위스키라고 해야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별로 없다. 2년 전인가.
이마트에서 샀다는 글렌피딕을 누군가에게 선물로 받아 아껴가면서 마신 기억과 더 내려가면 젊을 적 뭣도 모르고 친구들과 마셨던 캡틴큐, 나폴레옹 정도다.
내가 독주를 좋아하지 않아선지 위스키 석 잔이면 취한다. 이 선배는 고급 술을 좋아해서 위스키나 와인을 즐기는 편이다.
그 냥반 말에 의하면 위스키 발베니는 한국에 세계 유일한 지점 술집이 있단다.
술값도 비싸서 제일 싼 12년 산이 한 잔에 2만 원쯤 하고 발베니 40년 산은 40만 원이 넘는다나?
술집에서 파는 가격이라고는 하지만 한 병도 아니고 한 잔에 40만 원이면 대체 어떤 맛일지 상상만 해본다.
마트에서 파는 와인도 2만 원대가 넘으면 비싸다고 여기는 나같은 싸구려는 그냥 귀동냥으로 만족한다.
비싼 술 얻어 먹은 값으로 하루키가 쓴 책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을 말해 주었다.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성지여행을 하고 쓴 산문인데 거기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싱글 몰트를 생굴에다 끼얹어 먹으면 맛이 기가 막히다고,,
하루키 영향으로 국내 위스키 애호가들 사이에서 이 방법이 유행을 하기도 했다. 내 이야기를 들은 선배가 농담을 한다.
"내 고향에서는 굴을 꿀이라고 했는데 우리도 그럼 벌꿀에다 위스키를 함 쳐서 먹어볼까?"
술에도 취향이라는 것이 있어서 이 선배처럼 위스키를 잘 마시는 사람이 있고 와인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한 지인이 와인 이름을 줄줄 외우고 맛을 구별할 줄 안다고 해서 감탄을 한 적이 있다.
내가 갖고 있는 와인 구별 능력은 레드와 화이트를 확실하게 아는 정도고 많이 즐기는 편도 아니다.
나는 촌놈 출신답게 입맛도 저렴해서 술도 싼 술을 좋아한다. 술을 가리지 않는 편이지만 주로 소주를 마신다.
비싼 안동소주가 있긴 하나 시중 술집에서 파는 희석식 소주다. 소주는 맛도 색깔도 맑아서 좋다.
그렇다고 내가 소주맛을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은 아니다.
지방 여행을 가면 가능한 그곳 소주를 마시는데 대전에 가면 이제우린 소주를, 부산에서는 시원을 마시고, 창원을 가면 좋은데이를 마신다.
그럼에도 상표를 가리고 마시면 다 같은 소주다. 맛 구별을 못하고 그냥 마신다고 할까.
이렇듯 얼치기 술꾼이지만 술을 마시면서 내가 깨달은 것은 있다. 향을 음미하는 비싼 술일수록 <술은 섞어 마시는 거 아니다>다.
와인이나 위스키는 다른 술과 섞어 마시지 않는다는데 한국에서는 종종 술을 섞어 마시는 풍토가 있다.
그래서 나는 위스키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마시면 두 잔에서 바로 도망을 친다.
짬짜면처럼 가끔 맥주도 마시고 싶고 소주도 마시고 싶을 때 맥주에 소주를 섞어 마실 때가 있지만 나는 딱 그거 한 가지다.
물어본 사람은 없지만 행여 내가 술꾼으로 소문날까 이 기회에 주량을 밝힌다.
풍주방 정모에서 주류 무한제공이라지만 내가 소주 두 병을 마실 것인가 맥주 다섯 병을 마실 것인가.
그날 분위기에 따라 약간 늘 때도 있지만 나의 주량 적당치는 이렇다.
막걸리- 넉 잔,,
소주- 345 ml
맥주- 1080 cc
위스키- 석 잔 (90 ml ?)
와인- 425 ml
이걸 한꺼번에 다 마신다는 것이 아니라 단일 주종으로 마실 때 이렇다는 것이다.
이것도 보기에 따라 나를 술고래라고 여길 사람도 있겠으나 나는 이 선을 넘지 않기 위해 가능한 지킨다.
그리고 그 술 곁에 어김없이 늘 함께인 것은 맛난 안주와 사람이었다.
오늘 정모 참석자 명단을 보니 아는 사람은 몇 명뿐이고 전부 모르는 닉이다.
그러면 어떠랴 즐거운 마음으로 참석하련다.
이번엔 몇 명이나 새로운 얼굴을 익힐 수 있으려나? 정모 끝나고 쓸 후기가 아닌 미리 써 본 전기(前記)다.
첫댓글 첨 알게 되는 발베니 ᆢ
어찌됐든 내가 소화 할만큼 마셔야겠죠
기분좋게 즐거이ᆢ
뉴스에 택시 타고가다 폭행하는 사람들 보면
아흐정말 ᆢ!!@@
최멜라니아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기분 좋자고 마신 술로 기분 잡치게 해서는 안 되겠지요.
저도 술은 잘 모르지만 발베니는 유명한 위스키랍니다.
마셔 보니 향은 아주 좋더군요.ㅎ
나는 잭대니얼을 온더락으로
많이 마셨는데 6학년이 되니
술이 나를 마셔 조금 힘들때가 있습니다.ㅎ
지금은 막걸리를 마십니다.
많이 취하지도 않고 배불러서
많이 마시지도 못해,
잭대니얼도 유명한 술이라고 하더이다.
6학년이 지나면 건강을 위해서라도 술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할 때지요.
희한하게 제가 옛날부터 제일 약한 술이 막걸리입니다.
음유시인님의 고급스런 닉에 비해 서민적인 술 취향이 참 마음에 듭니다.ㅎ
좋은 술 비싼 술 마시고
주사하는 일부 몰지각한 분들
모임에서 간 혹 봅니다
카페에서 처음 뵙는 분들하고 합석해 한잔하세요
외연을 넓히는 차원에서...
뭐 아님 저하고 합석하시던가 ㅎ
호가정 선배님이야 술 매너가 좋은 신사이지요.ㅎ
저도 제일 난감한 것이 모임에서 주사 부리는 사람이랍니다.
저부터 모임 때 아는 사람과 앉으면 서로 편하더군요.
외연확장을 원하지만 막상 가면 낯익은 사람이 어디 있나를 찾게 됩니다.
행여 선배님과 앉게 된다면 저는 영광입니다.ㅎ
와우~
전기도 써주시고~^^
유현덕님이시라면 누구와도 즐거우실거에요~^
ㅎ 러키님, 정모 준비로 바쁠 텐데 댓글까지 주셨네요.
제가 비교적 처음 보는 사람과도 잘 어울리는 편입니다.
늘 수고하시는 러키님, 모임 때 기쁘게 뵙도록 하지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