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210213080022903
1m짜리 개 목줄을 오른쪽 발목에 '딸깍' 채웠다. 평소 반려견 똘이(7살, 몰티즈)를 산책할 때 쓰던 거였다. 반대쪽 동그란 손잡이 부분은 개집 옆에 박힌 큰 못에 고정했다. 그 상태로 발을 뻗으니 줄이 팽팽해 움직일 수 없었다. 꽤 잘 묶인 거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빙빙 돌아봤다. 두 걸음도 편치 않았다. 옴짝달싹, 1m짜리 자그마한 반원 안에 갇혀버렸다.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단 걸 곧 깨달았다. 흙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보이는 건 얼어붙은 강과 지평선, 들리는 건 바람 소리 뿐이었다.
왼편엔 멍순이(믹스견, 3살, 수컷)가 날 보고 있었다. 까만 눈망울을 빛내며 꼬릴 흔드는 녀석, 놀아달란 뜻이었다. 1m 30cm 남짓한 쇠줄에 묶인 녀석도 나 같은 처지였다. 개집을 중심으로 원 하나도 다 그리지 못하는 좁다란 반경. 그게 멍순이가 매일 살아가는 공간이고 삶이었다.
강원도 강릉 한 가게 옆, 짧은 줄에 늘 묶여 있는 영동이. 이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했다.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므로./사진=독자 제공
처음 만난 순간부터 헤어질 때까지, 멍순이는 이렇게 사람이 그리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계속 어루만지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늘 혼자 있었을 멍순이 삶을 짐작해야 했으므로./사진=남형도 기자
삑삑' 소리가 나는 몇 천원짜리 장난감을 사다줬더니 이리 환히 웃었다. 매일 1m 반경 안에서 보내는 삶이란, 그리 작은 변화에서도 큰 기쁨을 느끼는 거였을까./사진=남형도 기자
멍순이의 반김은 30분이 다 되도록 그칠 줄 몰랐다. 잠깐 그러다 말 거란 생각은 착각이었다. 녀석은 지치지도 않고 헥헥 흥분하며, 우주의 온 기운을 모아 날 반가워했다. 이따금씩 마운팅(붕가붕가)도 했는데 너무 좋고 흥분해서 그런 거였다. 앞발 두 개로 내 다릴 꽉 감싸는데, 그 힘이 장난이 아녔다.
'사람을 너무 오랜만에 봐서 그래요. 이해해주세요.' 겨우 거리를 둔 날 빤히 보는 멍순이 표정이 그랬다. 그래서 눈빛으로 나도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다 이해해 멍순아. 많이 심심했을 것 같아.'
짧은 줄로 발목을 묶고, 멍순이 옆에서 함께하고 있는 기자. 녀석은 늘 내쪽을 바라보았다. 흰 지붕의 집은 멍순이가 여름에 머물고, 빨간 지붕 집은 겨울에 머문단다./사진=최은솔 MBC 작가. 시골개, 1m의 삶 체헐리즘은 3월9일 밤 9시20분 MBC '아무튼 출근!'에서 방송된다.
강원도 추위를 만만히 봤다가 점점 맛이 가고 있는 기자. 멍순이 보호자인 할머님께서 가져다주신 빨간 점퍼와 바지와 모자 덕분에 그나마 살았다. 점점 초췌해지는 날 위로하는 멍순이. 카메라 위치를 잘 아는듯./사진=최은솔 MBC 작가. 시골개, 1m의 삶 체헐리즘은 3월9일 밤 9시20분 MBC '아무튼 출근!'에서 방송된다.
할 게 없고 움직일 수 없으니 무기력해졌다. 오후 4시, 체험한 지 네 시간 반쯤 지나니 들썩이는 것조차 귀찮았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것마저, '끄응'하고 큰 힘을 들여야 했다. 멍순이는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내게 닿을 수 없다는 걸 잘 알 텐데도, 내 작은 움직임 하나에 다시 벌떡 일어나 꼬릴 흔들었다. 절박하고 끈기 있는 몸부림은, 홀로 버틴 멍순이의 시간을 짐작케 했다.
해가 지기 전 멍순이를 산책시켜야겠단 생각을 했다. 녀석이 매일 바라본 세상 너머에, 더 크고 재밌는 냄새를 풍기는 공간이 널려 있단 걸 보여주고 싶었다. 발목에 묶인 개 줄을 푸는 순간, 하늘로 치솟을 것처럼 홀가분했다. 걸어 다니는 것뿐인데, 로켓 부스터를 달고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자유를 만끽하는 건 그리 소중한 것이란 걸
전국 곳곳에서 짧은 줄에 묶인 채 '1m의 삶'을 매일 살아내는 개들. 불법도 아닌 사각지대에서 그 지루한 나날을 견디고 있다./사진=독자님들 제공
일주일에 한 번씩 산책한다는 단풍이를 위해, 서울 송파구를 찾아 직접 산책에 나선 기자. 이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새벽부터 산책나가는 걸 기다린다고 했다. 짧은 줄에 묶인 삶, 단풍이에게 그것만이 희망이었으리라. 그래서 할 수 있는 거라도 하고 싶었다./사진=남형도 기자
전문은 출처로
첫댓글 묶여있는 개들 너무 불쌍해
기자분도 멋지시다
하..... 마음이 존나 안 좋다
얘들아 내가 미안해...
나도 오늘 시골와서 강쥐 산책 시켰어...산책 생각보다 잘하더라ㅜㅠ맘이 안좋았음...
인식개선이 언제쯤...완벽하게는 오래걸려도 서서히라도.....
ㅜㅜ 이거 진짜 주기적으로 끌올되야함
한국은 시골 묶멍만 금지시켜도 동물권이 엄청 높아질텐데
에휴..
왜 묶어놓고 키우는걸까? 길게 묶는건 안돼? 왜 1미터일까 너무 속상해 큰 강아지들도 실내에서 반려했음 좋겠어... 아니면 매일 산책이라도 시켜주던가
묶여 사는 개들 존나 불쌍해
하.. 우리 할머니네도 강아지 묶여 사는데.. 밖에서 사는 개는 다 저렇다고 하심 진짜 .. 인식 바뀔라면 한참 멀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