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해조음'이란 동호회지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하신 민교수님은
머릿말을 쓰시면서 '글쓰기는 지난사'라고 하셨다.
글쓰기에는 우선 편지가 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나오나서부턴 편지도 거의 사라지고
길거리마다 있던 빨간 우체통도 모습을 감춘지 꽤 오래 전의 일이 되고 말았다.
몇년전 자신을 비방한다고 "소설 쓰시네"라고 했다가 소설가들의 항의를 받은 사례도 있지만
시나 소설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다.
'붓가는대로 쓰는 게' 수필이라고 해서 한때 우후죽순처럼 에세이류가 넘쳐나던 때도 있었다.
토굴에서 구워 낸다고 해서 다 청자연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정성과 비법이 다 숨어 있는 법이다.
우리가 영국에서 잠시 체류하면서 보니까 초등학교에서부터 책을 많이 읽히고 글쓰기에는 기본틀을
익히도록 연습을 시키는 것이었다. 즉 서두의 인삿말과 이야기 하고자 하는 본론인 주제 그리고 마무리 인삿말이
들어간다. 타고난 글쓰기 재주를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훈련의 산물이 아닌가 싶다.
오늘 아침 한국일보에 '글쓰기 책은 걸러라'라는 기사가 실렸다. 작자는 글쓰기 책을 사 모은다고 해서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실용적 글쓰기를 위한 글쓰기 책 고르는 법을 아래와 같이 추천한다.
첫째, 외국 저자의 글쓰기 책은 걸러라고 한다, 나라마다 고유한 글쓰기 문화가 있기 때문이란다.
둘째, 시인과 소설가의 책은 걸라고고 한다. 시나 소설을 쓰겠다면 몰라도, 평론가의 책도 걸라고 한다.
평론가는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 하늘같이 우러러 뵈는 사람들이라 그들의 글쓰기를 배워서 어디에 써 먹겠느냐는
것이다.
셋째는 에세이 작가의 책도 걸라고 한다. 저자들은 대개 방송작가, 글쓰기 강사, 에세이스트 테크트리를 타고
말랑말랑하고 감성 뿜뿜 터지는 글을 써서 부담없이 술술 읽히게 하지만 읽고나면 남는 게 별로 없는 그런 글이라고 한다.
따라서 실용적인 글쓰기와는 거리가 멀다고 한다.
넷째, 글쓰기 전문가의 책도 걸러라고 한다. 글쓰기 책만 전문으로 내는 사람은 처음 낸 것은 읽을만 해도 그 다음부턴
비슷한 이야기의 반복이라는 것이다. 글쟁이를 비롯해서 가장 선호하는 명칭은 교수라고 한다. 그래서 너도 나도
교수가 들어가는 타이틀을 하나 건지려고 안간 힘을 쓴다. 정식교수가 아니라도 겸임교수 자리라도 좋단다. 글쓴이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글을 못 쓰는 집단이 교수라고 한다. 교수는 대중보다 전문가를 상대하다보니 자기들끼리만 알아듣는
언어를 사용하므로 대중을 상대하는 데는 서투르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글쓰기란 본래 붓이나 연필 또는 펜으로 글자를 쓰는 것을 말하나 의미가 확대되어 어떤 주제를 가지고 문장을 짓는 것을 말한다.
예전에는 종이에 쓰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자판에 대고 두들긴다. 물론 펜이 있어 글자나 그릠을 그려 넣기도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양손으로 자판을 두들기는데 어찌나 손놀림이 빠른지 손가락 형체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다. 글쓰기에는 아무래도 연습과 연륜이 필요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