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방이 갑자기 가라앉은 듯도 하고, 어제 제가 마눌의 카페활동 글에 태오기님 께서 최수종보다 더하다고 표현하여,
진짜 최수종을 등장시키려고 이 글 정리해서 올립니다.
우리는 남들처럼 정상적인 나이에 결혼하였답니다. 제가 스물아홉 마눌이 스물다섯에요. 딸 둘을 낳고 부부합의하여 그만 낳기로 했답니다.
그런데 저가 외동아들 입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들 모두가 대를 잇는다는 게 일생일대의 최대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땝니다.
우리 어머닌 좀 유별나게 아들아들 하였셨고요.
불행인지 행인지 딸 둘을 낳은 시점에 어머님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그냥 그대로 살기로 하였답니다.
둘째를 낳은 지 8년이 지났을 때 아버님마저 돌아가시게 되자 유산도 좀 받게 되고, 대를 잇는다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우리 마눌은 남의 집에 시집와서 대도 이어주지 못하고 무임승차하는 게 짐이 되기 시작하였나 보더라고요. 그리하여 어느 날 부부일심으로
아들 하나 만들기로 의기투합하게 됩니다.
나는 이럴 날이 올까 싶어 예비군훈련 때마다 보건소직원들이 나와서 불임시술을 하려가면 훈련을 면제해주던 숱한 찬스를 흘러 보냈다고요
어떻게 됐냐고요?
또 딸을 낳았어요. 준비가 부족했던 셈이지요. 그 때는 초음파검사가 불법이었답니다. 요새하고는 천양지차지만요.
예외적으로 딸 둘 이상인 경우는 확인해 주었는데, 딸인 게 확정되었습니다. 제가 낙태를 강력히 주장했지만 성스런 인도주의자인 우리 마눌
고집을 이길 수 없었답니다. 졸지에 딸만 셋이 되고 말았습니다(이 때 태어난 셋째가 제일 똑똑해요)
그래서 포기했냐고요?
이왕 내친 김에 이번에는 꼭 성공하리라 작심하고 이 방면의 고수(?)라는 분들에게 코치를 숱하게 받고,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구인사에도
인연되어 열심히 기도한 덕택인지, 천지신명님께서 우리부부 불쌍하게 여겼었는지, 조상님이 돌봤었는지 아들을 낳았습니다.
지금 이 녀석이 올 봄에 졸업했어요.
오늘 저 이 걸 쓸려고 하는 것 아닙니다. 약 30년 전에 아들과 딸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일난성 쌍둥이인데 최수종이 오빠이고 김희애가 여동생이며 정혜선이 억척스러운 구시대 엄마 역으로 나왔지요. 줄거리는 오빠를 공부시키고
뒷바라지 하기 위해 여동생이 공장에도 다니며 어려운 역경을 헤쳐 나가는 눈물겨운 내용이었답니다. 당시만 해도 우리 부모님 세대는 아들은 공부시키고 딸은
희생되는 것을 아주 당연시 하였지요.
저의 누님은 저녁밥을 먹다가도 TV앞에 쪼글시고 앉아서 공분을 토하고 잘못 처신하는 엄마(정혜선)을 욕하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그 때 대한민국 중년여성의 90%는 동병상련이었을 걸요 아마.
저는 위로 누님 둘과 여동생이 하나 있는 외동아들인데다 남동생이 있었는데 일곱 살에 죽었어요.
그러니 우리 엄니 저를 키우는 심정이 어땠을지 안 보셔도 짐작이 가지요.
우리 마눌, 셋째 딸 인데 지지리도 못사는 집구석이라 초등학교 나와서 집안일 도우며 살아야 할 팔자였지만, 맹렬엄마(장한 우리 장모) 덕으로 고등학교까지
겨우겨우 마치고, 오빠 대학 보낸다고 모든 걸 희생하며 자랐답니다,
아들과 딸 드라마 시간이면 그 큰 눈에 눈물을 가득 쏟으며 김희애를 응원하고 정혜선(엄마 역)을 욕하고 난리 부루스였답니다.
나는 같이 시청하는 게 좀 그래서 얼핏얼핏 눈치 보며 보고요.
그런데 자기가 그런 억울한 차별대우를 받고 남녀평등을 소리 높여 외쳤으면 나는 그러지 말아야 사리에 맞는 거 아니요? 그게 정의잖아요.
다 제쳐두고, 아들 놈 군에 간다고 입소식 때 부천에 사는 둘째 셋째(당시 대학교 4년) 비상소집하고, 수료식 때는 딸네 집에 자고, 면박 때는 팬션에서 2박까지 하고,
그러니 딸들이 좀 심한데 합니다. 그때 면회 간다고 차도 새로 바꿨답니다. 구닥다리 차를 몇 년 전부터 바꿔라 해도 꿈적도 않다가
아들 면회 간다고 차까지 바꾸고 말입니다.
아들이 GOP에 있을 때 울 마눌 일기예보에 날씨가 추워진다고 하면 부엌을 서성이며 “울아들 얼마나 고생할꼬”를 슬픈곡조에 섞어 노래처럼 했어요.
고된 시어머니 밑에 고생한 며느리 별난 시엄니되고, 기합 많이 받은 쫄병 고참되면 기합 더 많이 준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나는 절대로 아들 딸 차별하지 않습니다. 지 엄마는 몸에 탁 배어있습니다. 자기는 아니라고 우겨도 딸들이 보면 당연히 시샘합니다.
과연 지금 다시 아들과 딸 드라마를 보면 어떨까 궁금해집니다.
첫댓글 자식에게 제살 뜯어 먹이는 애미는 보살이며
천사 입니다 그러기에 세상은 수만년 인류가
이어저 가나 봅니다
차원이 높으십니다
저는 엄마가 안돼봐서요
워낭님~~1남3여의 아버지시군요?순간순간마다 애도 많이쓰셨을것같아요.ㅎ
아버지는물론 아들과딸 차별을 안하지요.
그러나 딸의 입장에서보는 엄마는 은근히 아들을 더 위하는것으로
느끼는것같아요.ㅎ.
남매를키우기도 어려웠는데.....4명의 자식을두었으니 많이고생했을것같아요.
아들과딸이라는 드라마,저도 애청자였답니다.
편안한 밤되길 바람니다.
자식을 곱배기로 키운다고 고생은 바기지로 한건 맞습니다
늦둥이는 세자녀이상 등록금혜택도 막판에 받았어요 .국가유공자입니다 ㅎ
드라마가 종영될 때까지 바늘 방석이었답니다
괜히 저한데 화풀이 하는거 있죠
게시판지기님 애쓰십니다.
글이 참 재미있습니다
그 주인공들 이름이 혹시 후남이와 귀남이 아니었나요? ㅎㅎ
딸이 셋이어서 너무 행복하시겠습니다
우리 처가집에도 장모님이 지우려 했던 막내아들이 제일 명문대학을 나왔습니다
둘째딸 이름을 안나라 했어요
호적에는 아니지만요
감사합니다.긴글 읽어봐주셔서
국가에 가장 충성하고 헌신하신님께 공로상이라도 드려야되는데 그것도여건상 아니되고 암튼 가설이 상당히 공감이 갑니다
즐감하고가유
애틀 어릴때는 주변의 시선이
꼭 야만인 보듯 했으나
요새는 조금 달리보더라구요
저의 어머니는 딸을 우대해주셔서 사실 아들만 위하는 어머니들 이해가 안갑니다 저의 어머니는 딸이 남의 집가서 대우받을려면 친정에서 잘 커야된다고 저희 딸 셋을 꽃처럼 아끼며 키워주셨지요 다행히 딸셋이 잘 자라서 아들보다
딸 덕보고 사십니다 그런 어머니께 늘 감사한 마음으로 삽니다
위대하신 어머님을 두셨습니다
우리 마눌도 근본은 차별하지 않지만
아들에게 더 신경쓰는건 맞습니다
저도 그게 늘 불만입니다
우리아버지 4대독자 에서 외줄 타고 이여 오다가 나의세대 4형제 중에서 아들하나,(조카)
역시 디엔에이는 반복 됩니다,정말 신기 합니다,또 독자가 된 우리세대,딸,아들,덕을
본게 않이고 태여나지를 못했읍니다.ㅎㅎㅎ
아들 귀한 가문은
거의 풍수와 연관 있다고 봅니다
나중에 풍수 글 써볼께요
셋째 자녀는 가족수당도 주지 않던
아둔한 시대가 있었지요.
불이익은 많이 받고 뒤늦은 혜택은 쥐꼬리만큼 받고.
이몸도 1남2녀로 국가인적자원 생산에 기여했네요. ㅎㅎ
동지분 만났네요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