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티비를 틀기가 무섭습니다.
티비 프로그램에서 게를 빼면 방송이 되지않는가 봅니다.
오락프로에서 정보프로를 지나 뉴스에까지 ... 이정도로 들으니 이젠 세뇌가 되어버렸습니다.
한번쯤 먹지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입니다.
한동안 제대로된 식생활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면죄부 삼아 시장가서
꽃게 1kg을 덜렁 사가지고 왔습니다.
꿋꿋하게 살아있는데다가 무게도 꽤나가는 수게 4 마리입니다.
재래시장은 인심도 좋아서 1kg가 한참 넘었는데도 그냥 키로 가격에 주시더군요.
암튼 집에와도 씩씩하게 살아있습니다.
다리가 한 두 개 떨어져 나간 것을 제외하고는 아주 팔팔합니다.
가을의 암게는 알을 낳느라 살이 많이 비어있다고 하죠.
그래서 살이 꽉 찬 수게를 사왔습니다.
배딱지의 모양이 뾰족한 것은 수게이고 둥그런 세모에 가까우면 암게입니다.
게는 솔로 흐르는 물에서 구석구석 잘 씻어주는데 장갑을 끼고 하는 것이 안전하겠죠.
집게 한 쪽을 잘랐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집게에 공격을 당하고 나니
장갑을 안꼈었으면 큰일이었겠다란 생각이 들더군요.
한번 씻을 때 잘 씻어야지 등딱지를 뗀 후에 씻거나 게살에 수돗물이 닿으면
비린내가 나게되니 주의해야하구요.
배딱지를 떼어내니 빛의 속도로 다리를 허우적 거려주는 꽃게군.
실제 남아있는 집게로 있는 힘껏 물렸었습니다.
얜 일단 마지막으로 보류 --;
무서웠습니다...
등딱지를 제거하니 깨끗한 게장이 실하게 차있습니다.
세 마리를 제거할 때까지 계속 허우적거리는 큰놈.
더 생생한 걸로 두 놈은 양념 꽃게장용으로 남겨두고 두 마리만 꽃게탕으로 끓였습니다.
아가미를 제거하고 입부위도 정리해서 한마리를 네 조각으로 잘랐습니다.
자를 때는 망설임없이 있는 힘껏 내려치지않으면 칼도 버리고 살도 삐져나와서 좋지않습니다.
단칼에!!! ㅎ
등딱지에 붙어 있는 장들은 긁어서 따로 모아 국물에 넣습니다.
이건 양념 꽃게장용으로 빼두었던 두 마리의 게에서 얻은 양입니다.
이 게장을 넣어야 국물의 맛이 아주 제대로 감칠맛 나거든요.
두 마리의 꽃게 외에 대하 4마리와 바지락 반줌, 미더덕 반줌도 준비했는데 사진에는 없네요.
꽃게가 좋으니 뭐 별다른 재료도 필요없지만
채소는 무, 양파, 단호박(애호박이 없어서 ^^), 느타리버섯 1줌, 청양고추3, 홍고추1,
대파1뿌리를 사용했고,
양념으로는 다진 마늘2큰술, 생강1작은술, 된장2큰술, 고춧가루1큰술을 사용했습니다.
꽃게탕에는 고추장을 넣으면 들큰한 맛이 나서 개인적으로 안 좋아하는 관계로
고추장은 생략입니다.
다시용 멸치가 없어서 그냥 볶아먹는 멸치...사실 비싸서 그렇지 국물은 더 깔끔합니다...와 다시마로 국물을 내주고
된장을 푼 후에 무를 넣고 끓여줍니다.
우르르 끓어오르면 양파와 단호박을 넣고 끓이다가,
또 우르르 끓어오르면 해물들과 게장을 넣고 센불에서 파바박 끓여냅니다.
한번 끓어오른 후에 고춧가루 마늘 생강등을 넣고 꽃게살이 익을 정도로만 끓이고
마지막에 버섯, 고추, 파를 넣어서 열이 가해졌다 싶은 정도가 되면 완성입니다.
간이 약하다 싶으면 소금간을 해도 좋겠지만 전 이정도면 충분합니다.
흐흐흐흐
뭔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꽃게탕을 앞에 두고 할 일은 입맛을 다시다가 먹어주는 일 밖엔 없죠.
네가 아까 날 째리던 그 눈이더냐?
많이 순해졌구나 흠하하하하
꽃게와 대하가 한 그릇에 담겨져있는 것을 보니 아주 뿌듯한 광경이지 싶습니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으니 이것 참...
뭐라 비할 때 없이 맛있습니다.
이러니 여기저기서 꽃게타령이 나올만도 한거겠죠?
꽃게의 그 깊은 맛이 잘 우러난 국물은 그 자체로도 밥 반찬으로 술 안주로 손색없습니다.
우수리가 남아 조개와 미더덕도 사와서 넣었지만 이정도면 맛을 위해서는 별로 필요없었구나 싶습니다.
살이 아주 실하게 꽈악 차있습니다.
헐렁헐렁 대충 차있는 꽃게와는 그 느낌부터가 완전히 다르죠.
대충 젓가락으로 휘저어내도 나오는 이 꽃게살.
살이 차있기만하다고 만점은 아닙니다.
아니 이 쫄깃함은?
아니 이 감칠맛은?
아주 훌륭하지말입니다.
이 순간 달력을 올려다 봤습니다.
11월까지 몇번을 꽃게를 먹을 수 있을지...^^
꽃게탕으로만 배를 채울 심산이었는데 그래도 따뜻한 밥의 맛이 그리워져서 한 그릇 들고왔습니다.
등딱지에 한 숟가락 넣어서 구석구석 남아있는 게장을 꺼내어 먹는 재미도 즐겨줬습니다.
어릴때 엄마가 이 등딱지에 밥을 채워주시면 왜 그렇게 맛나고 재미있었는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해도 맛있고 재미있는건 여전하군요 ㅎ
게살까지 얹으니 흐음~~~ 이 맛이 조쿠나!!!
양념빼고 꽃게 두 마리에 채소까지 하니 만원 정도 들었네요.
만원에 이정도 꽃게탕이면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껍질까지 아작아작 씹으면 적당히 키토산도 먹을 수 있고 그 맛도 즐길 수 있구요.
아주 천천히 잘 먹었습니다.
맛으로나 분위기로나 계절로나 모두 충족시켜주었던 꽃게탕이었습니다.
꽃게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