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노스아이레스 하면 떠오는 것이 정열의 탱고라면, 탱고 음악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이가 바로 탱고의 황제 카를로스 가르델이다. 실제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 곳곳엔 탱고의 상표처럼 가르델의 모습이 형상화돼 있고, 팬들에 의해 가르델 거리가 만들어져있기도 하다. 평생 가르델의 음악에 빠져 살아온 안나 씨는 가르델에 관한 서적이며 모든 음반을 소장하고 있는 자타 공인 가르델 마니아이다. 멀리 아일랜드에서 온 레베카는 탱고에 빠진 뒤 줄곧 보카 항 부근 탱고 거리에서 탱고 댄서로 활약하고 있다.
탱고는 1세기 전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등지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항구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했던 그들은 향수에 못 이겨 이민자들끼리 부둥켜안고 춤을 추었고, 그것이 탱고의 시작이 되었다. 그 후 탱고 음악은 멜로디에 이민자들, 즉 하층민들의 애환이 담긴 가사가 얹어지면서 크게 대중화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춤곡, 탱고는 사실 가사가 더해진 탱고 노래로써 더 인기를 끌었다.
영화 '여인의 향기'의 주제곡으로 알려진 '포르 우나 카베사(간발의 차이로)' 역시 그렇게 해서 탄생한 탱고 노래이다. 특히 이 노래는 경마장에서 돈을 날려버린 뒤 사랑하는 여인도 잃게 됐다는 한 남자의 애절한 사연을 담고 있다.
뽀르테뇨가 말하는 ‘인생이여, 고마워요’ 뉴스에서 전해지는 아르헨티나는 경제 곤궁의 대명사이다. 하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어디를 가든 음악이 흐르고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뽀르떼뇨(부에노스아이레스 사람)는 바쁜 일상 대신 거리의 악사가 전하는 선율에 공감하고 함께 멜로디를 흥얼거린다. 그들은 남미의 파리,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존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