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arca.live/b/spooky/79899898
뜬금없이 이게 무슨 소린가 싶으시죠?
문자 그대로에요. 지금 당신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는 여기 있는 호텔인 제가 말하고 있는 거라구요.
아, 당신이 왜 호텔에 있냐구요?
자세히는 저도 모르지만, 매년 당신같은 운없는 사람들이 이곳에 오곤 해요.
그래도 제가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수칙들만 잘 지키시면 이곳에서 안전하게 나가실 수 있으니까, 웬만하면 제 말을 잘 들어주세요.
네? 제가 당신을 왜 돕냐구요?
아이 참, 질문도 많으셔라. 당신이 여기서 빨리 나가시든지 해야 다음 사람이 여기 올 때 까지 잠이라도 자 둘수 있으니까요.
아, 혹시 나폴리탄 괴담 아세요?
아아 여기 오기 전에 나폴리탄 괴담 마니아셨다고요, 네, 네. 그럼 이야기가 수월하겠네요.
아무튼 이렇게 한가하게 이야기만 하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더 지체했다간 탈출만 힘들어질 테니 잘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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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우선 침대에서 일어나셔서 두 번째 서랍 열어보세요. 7105호 열쇠랑 지도 보이죠?
- 일단 그거부터 빠르게 주우신 다음에 열쇠는 바지 주머니 속이든 어디든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겨두세요.
1. 다음은 벨보이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 호텔 내부 구조부터 간략하게 말씀드릴게요.
- 당신이 있는 지금 이곳은 이 호텔의 9층이고, 당신이 있는 호실의 번호는 9304에요.
지도 보이시죠? 네, 네, 그거 보시고 잘 따라오시면 되긴 할 건데, 가끔씩 수시로 호텔 내부 구조 바뀌니깐 너무 믿진 마시고요.
(띵동)
2. 아, 지금 벨소리 들리시죠? 벨보이가 온 거니까 문 열어주시면 되요.
- 근데 벨보이 모습 보고 너무 놀라진 마세요. 전에는 귀가 뾰족하고 피부가 파란 녀석이 왔었고, 또 그 전에는 목에 촉수가... 아무튼 걔네들은 자기 모습 보고서 놀라는 거 별로 안 좋아하니까 알아만 두시라고요.
2-1. 벨보이가 건네주시는 종이 받으시면 되요, 네 그거요.
- 그거 글자가 당신이 읽기는 힘들겠지만 '식권'이거든요. 이따가 식당에서 쓰실 수 있는 거에요. 여기서 탈출하시려면 든든히 드셔둬야 합니다.
2-2. 벨보이가 뭐라뭐라 말하고 있죠? 어차피 알아들을수도 없는 거니까 마저 이야기나 하죠.
- 어차피 여기 사람들 죄다 당신은 못 알아듣는 언어랑 문자 쓰니까 그냥 대충 그런갑다 하고서 맞장구 쳐주세요.
3. 참고로 제 목소리는 당신한테만 들리니깐 남들 앞에서 저랑 대화하는 티 내지 마세요.
- 만약 이미 들키셨으면 어... 그냥 맘대로 하세요. 그게 당신도 저도 맘 편할테니까.
4. 비명이건 격정이건, 웬만해선 큰 소리 내지 마세요.
- 전 지금 당신 안내해드리려고 방금 일어난 거라서 정신 사납기도 하고, 당신이 소리를 지르면 주변사람들도 당신을 이상하게 여길 테니까요.
5. 아, 마침 벨보이가 말을 마쳤네요. 손짓하는 거 보이시죠? 따라오라는 신호입니다. 놓치기 전에 따라가세요.
- 어차피 벨보이는 느리게 걸어서 웬만해선 놓치지 않겠지만, 전에 어떤 관심이 좀 많이 필요하신 분께서 못 믿겠다며 반대 방향으로 전력 질주를 하셨다가... 말 아끼겠습니다.
6. 이제 벨보이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시면, 8층으로 진입하실 겁니다.
- 축하드려요! 이제 앞으로 7개 층만 더 내려가면 탈출 가능한 로비가 있습니다!
6-1. 다시 한번 지도를 확인하시면 아시겠지만, 8층에서 7층 내려가는 계단은 여기 반대편에 있어요.
- 누가 설계를 이따위로 해놨는지 모르겠다니까요, 정말. 덕분에 나가기만 더 힘들어졌잖아요!
뭐, 그래도 아직까진 그냥 걷기만 하면 되니깐 그다지 어렵진 않겠네요.
7. 8층의 사람들은 대부분 당신을 우호적으로 여기고 들고 있던 칵테일을 권할 거에요.
- 마시지 마세요. 절대. 특히 새우가 꽃혀 있는 칵테일이라면 더더욱. 저 사람들은 당신이 이거 마시면 안 되는 줄 몰라요. 그렇다고 굳이 가서 당신 정체를 밝히진 마세요.
8. 제가 깜박하고 말 안 한게 있는데, 사람들 얼굴 너무 자세히 쳐다보지 마세요.
- 당신이 심연을 들여다 보면 심연 또한 당신을 들여다보는 법이죠. 당신이 사람들을 유심히 본다면 그 사람들도 당신을 유심히 볼 거고, 곧 서로 이상한 낌새를 느끼게 될 겁니다. 별로 좋지 않은 결말이 되겠네요.
8-1.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을 쳐다보고 싶은 욕구가 든다면, 잘 기억하세요.
- 저 사람들은 사람이 되다 만 것처럼 생겼습니다. 몸 전체에 눈이 박혀있는 사람, 머리가 3개인 사람, 얼굴이 없는 사람... 그닥 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죠?
9. 아, 어느새 7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도달하셨네요!
- 계단 내려갈 때 외곽의 검은 타일 부분은 밟지 마세요. 어차피 너무 외곽이라서 작정하고 밟지 않는 이상 어렵지는 않을 거에요!
10. 7층 사람들은 굉장히 호기심이 많아요. 당신에게 굉장히 많은 질문을 할 겁니다.
- 그냥 시큰둥한 척 하면서 관심없는 척 지나가시면 금세 흥미를 잃을테니 안심하세요.
11. 아까 열쇠에 적혀있던 7105호 기억하시죠? 최대한 빨리 찾아서 문 열고 떨어지세요. 바로 6층에 진입하실 수 있습니다.
-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좀 아프실 수 있으니 주의하시는 게 좋아요.
12. 6층부터는 상가 건물들이 있어요.
- 호텔인데 왜 백화점처럼 상점들이 들어섰는지는 묻지 마세요. 나도 모르니까.
13. 5~6층의 사람들은 당신에게 중립적이에요.
- 그 말인즉슨, 당신이 남들 보기에 이상한 짓만 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들이 당신에게 해코지 할 일은 없다는 뜻이에요.
14. 오른쪽 코너 돌아가시면 의류 매장 코너 있거든요? 거기서 검은색 썬캡 하나만 사세요.
- 촌티가 나긴 하지만 그게 그나마 거기서 당신이 후유증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이에요. 비용은 머리카락 한 움큼입니다.
14-1. 이제 그 모자를 당신 얼굴이 보이지 않을 때 까지 눌러 쓰세요.
- 좋아요! 이제 웬만해서는 남들이 당신의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할 겁니다! 패션센스는 좀 구리긴 하지만요.
15. 이제 5층 내려가는 계단을 찾으세요.
- 5층 내려가는 계단 위에 유리 파편이 널려있으니 밟지 않게 조심하세요. 밟는 순간 비명보다 큰 소리 납니다.
16. 5층은 푸드코트입니다.
- 보통 푸드코트 하면 맛있는 음식냄새를 떠올리실 테지만, 웬만하면 코 막고 계세요 그냥. 어휴, 냄새...
16-1. 5층에 진입하고 나서 두 블럭 정도 전진하신 후 왼쪽으로 꺾으시면 面麵停(면면정)이라는 국수집 있으니깐 들어가세요.
- 아까 받은 식권 기억하시죠? 그거 카운터에 제출하시면 직원이 주문을 받을 거에요.
16-2. 당신이 여기서 드실 수 있는 메뉴는 '인스턴트 쌀국수' 하나 밖에 없습니다.
- 그거 하나로 배가 차진 않으시겠지만 어쩌겠어요. 다른 요리들은 다 당신 먹으라고 만든 게 아닌데...
16-3. 다 드셨으면 반드시 영수증 가지고 나오세요.
- 나중에 로비에서 필요하니까요.
..네? 배불러서 잠깐 쉬고 싶으시다고요?
어쩔 수 없죠, 그럼 나가지 말고 여기서 잠깐 앉아서 쉬고 있읍시다.
저도 마침 말을 너무 많이 해서 입에 침이 마를 지경이었으니까요.
여기선 그래도 뭐 없어서 편히 쉬실 수 있으니까 잠이라도 푹 자두세요...
첫댓글 저.. 저 안졸려요 안쉬고싶어요 얼른 집갈래요 ㅠ
그래도 이건 안외워도 되니 다행이다...따봉호텔아 계속 알랴조요
오 긍데 이간 좀 탈출하기 쉽겠다
저기요 왜 말을 하다말아요!!!
저기요..
아 저 쌀국수 못먹는데요 ...
실시간으류 알려주는거 개좋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젃이요 중간에 오타있어서 당신 안믿다가 중간에 죽을뻔해따거요
저기요 머리카락 돌려주세요
오 좋은데? 친절하게 알려주네
귀여워 호텔 ㅠㅠㅠ
르푀르박물관 갔다가 여기오니까 천국이 따로없내요..바로 옆에서 알려줘서 고맙읍니다고맙읍니다
22 마 할만하네예ㅠ
3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정도면 뭐... ㅋㅋㅋㅋㅋㅋ
정들 것 같아
쌀국수 하나로 배가 부르겠어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