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그야말로 이야기 자체다.
-시카고 선 타임스
동의한다. 입담은 지칠지 모르고 이야기는 풍성하다.
나는 <한밤의 아이들>을 읽으며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과 천명관의 <고래>를 떠올렸는데, 천명관의 추천 글에 '고백하자면 루슈디는 진심으로 내가 표절하고 싶은 작가이다.'라는 말도 있고, 이 책의 저자 스스로도 마르케스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책 뒷표지의 문구(뉴욕 타임스)는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에 비견되는 이야기'라고 소개하는데, 작가의 개입이 많고 <백년의 고독>보다 직설적인 화법으로 역사를 말해서 그보다 울림이 깊진 않았으나 인도의 역사와 문화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었으며, 한번 입을 열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말재주는 듣는 사람이 지칠 정도로 빼어나다.
한사람의 인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계를 통째로 삼켜야만 한다.
- 책을 덮을 때까지 되뇌게 되는 한 구절이다.
이 세상에 제3의 요소가 존재한다면 그것의 이름은 어린 시절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도 언젠가는 사멸한다. 아니, 살해당한다.
"애야, 언제나 슬기로워야 한다. 뱀의 행동을 본받아라. 은밀하게 움직여라. 수풀 속에 숨었다가 기습해라."
"온통 멜로드라마 처니야." 외숙모가 딱 잘라 말했다. "집안 식구들도 그렇고 영화계도 그렇고. 그이는 멜로드라마에 대한 혐오감 때문에 죽었어. 그래서 내가 울지 않는 거야." 그때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피아 아지즈의 판단이 정확했다고 확신한다. 천박한 긴장감만 추구하는 봄베이 영화계의 관행을 거부하다가 생계가 막막해진 외삼촌은 결국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지상으로 몸을 던진 외삼촌의 마지막 행위는 멜로드라마에서 비롯된 영감 (혹은 오염) 때문이었다.
머리모양이 여사의 흐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중략) 그녀의 머리는 한쪽은 흰색, 반대쪽은 검정색이었고, 따라서 비상사태에도 밝은면과 어두운 면이 공존했다. 전자는 공개적이고 가시적이며 기록에도 남아서 역사가들이 다뤄야 할 부분이고, 후자는 은밀하고 섬뜩하며 기록이 전혀 없으니 우리가 이야기해야 할 부분이겠다.
오늘 밤 내가 특별 조리법 30번: '아브라카다브라'라고 적힌 병에 두껑을 단단히 닫으면 마침내 이 기나긴 자서전이 끝나게 된다. 나는 언어와 피클을 이용하여 내 기억을 영원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방법에는 필연적으로 왜곡이 따르기 마련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는 이렇게 불완전의 그늘과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
- <한밤의 아이들> 중
'옛날옛날 한 옛날에' '천하고도 하나'의 길고도 에너지가 넘치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작품 자체도 놀랍지만, 작가 연보를 보니 네번 결혼하고 네번 이혼했다는 기록도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