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군에 자리 잡은 국립생태원에서 야생조류의 유리창 충돌 사고를 줄이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한다는 소식이다. 이름하여 ‘유리벽에 쿵! 새들을 지켜주세요’라는 이벤트란다. 온라인 캠페인 영상을 보고 공유자가 천 명이 넘으면 방음벽 현장을 방문하여 조류 충돌방지용 자외선 테이프를 부착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훌륭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전에 잠깐 근무했던 산림청 소속기관엔 외딴 산속에 휴양시설이 한 채 있었는데 가끔 그곳에 갈 때마다 전면 대형 유리창 밑 데크 위에 떨어진 새의 사체를 치운 적이 있다. 민가라곤 한 채도 없는 곳, 평소엔 빈 채로 있는 오두막 앞을 지나던 새가 유리창에 비친 맞은편 산과 바위 풍경을 실경(實景)으로 알고 돌진했을 것이다. 지금 일하는 기관의 온실 밖 유리창 아래에서도 매년 서너 번씩은 그 풍경을 보곤 한다.
그렇게 한 해 동안 유리창 충돌사고로 죽는 새가 3천만 마리에 달한다는 국립생태원 측 자료를 보고 나니 말문이 턱 막힌다. 신축 중인 건물 유리창에 하얀 종이가 붙은 걸 본 적이 있다. 처음엔 의아했는데 이내 그것이 유리를 조심하라고 경고하는 표식이라는 걸 알았다. 아무 표식이 없고 반사되는 그림자가 없다면 사람도 유리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새의 눈은 포식자의 공격에 즉각 대처하기 위해 양옆에 달렸기에 측면은 넓게 보지만 정면은 취약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보통 36~72km의 속도로 날아가는 새들이 유리창을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충돌한다는 게다. 그렇다면 인간의 편리를 위해 새들을 희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새들이 안전하게 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들짐승의 희생을 막기 위해 고속도로변에 울타리를 치고 육교형 이동통로를 만들었듯 말이다.
국립생태원의 홍보 누리집에 소개된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예방 안내법’에는 유리창에 아크릴 물감, 스티커 등을 이용해 선 또는 점으로 표시할 것을 제안한다. 작은 새까지 고려해 5×10cm 간격으로 표시하도록 권고한다. 또한, 같은 방식으로 그물망 또는 줄을 설치하거나 커튼과 블라인드 등으로 유리창 반사를 차단하는 방법도 함께 소개한다.
‘조류충돌 방지 자외선 반사테이프’는 실험을 통해 효과가 검증돼 이미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보급 중이라고 한다. 개원 당시와 이후 두어 차례 방문한 적이 있는 국립생태원 건물들엔 유리가 무척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테이프를 시공한 뒤, 단 한 건도 야생조류 충돌이 발생하지 않았다니 효과가 있기는 한 모양이다.
새 몇 마리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다고 이리 수선을 피워대나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새들이 자유롭게 창공을 날 수 있는 환경을 우리가 먼저 깨뜨렸으니 공존을 위해서라도 환경친화적 노력을 기울이는 건 우리의 당연한 의무라 생각한다. 자연과 공존하지 않는다면 인간의 삶도 결국 파괴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