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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세어라 금순아] 017
#1. 병원 복도
금순 외투로 위장한 가방을 메고 살금살금 걸어온다. 걸어오며 이리저리 둘러보니 입원실 병동이다.
금순 데스크 석을 바라보며 망설이다, 바로 옆에 열린 입원실 문을 본다.
금순 망설이다 문 열고 들어간다.
#2. 입원실
금순 들어선다. 금순 어떤 보호자에게 다가갈까 두리번거리는데, 녹즙할머니 부른다.
녹즙할머니 : 학생 학생.
금순 : 저요?...(다가온다)...할머니...뭐 도와드릴까요?
녹즙할머니 : 요 밑에 손너봐 뭐가 걸릴꺼야.
금순 : (보다, 얼른 가방 내려놓고 오줌통 꺼낸다)....이거요 할머니.
녹즙할머니 : 맞어...그거 오줌통인데.
금순 : (오줌통?).....
녹즙할머니 : 내가 기운이 하나 없어 딱 죽을꺼 같어 그러는데 저거 갖다 치구 나 오줌 좀 받아줘. 오줌 마려 죽을꺼 같어.
금순 : (순간 당황되어 오줌통 보다가)....제가요?
녹즙할머니 : 그럼 여기 학생 말구 누가 있어?
금순 : 아니요...(끔뻑...황당하여 보다가 기운없어 보이는 모습에)....예 할머니 알겠어요...잠시만요.
금순 오줌통 놓고 차단막으로 다가간다. 금순 차단막 가져다 치고 안으로 들어간다.
금순 할머니 환자복 허리띠를 풀면서.
금순 : 할머니 잠깐만요..내복두 입으셨어요?..엉덩이 쪼끔만 들어보세요.
입구에 재희와 의사1.2 들어선다. 재희 칸막이 쳐진 것 보고 다가온다.
금순E : 예..다 됐어요. 할머니 이제 오줌 싸세요.
재희 그말에 칸막이 팍 밀고 안으로 들어간다.
금순 어! 놀라 얼른 몸으로 할머니 가린다.
금순 : 이러시는 법이 어딨어요? 지금 볼일 보는 중이신데?
재희 : 누가 여기서 볼일 보라구 했어? 할머니!
금순 : 어머 나가세요 아무리 의사선생님이라두(하며 앞을 막아서면)
재희 : (금순 팍 밀치고 화나) 할머니 정말 이렇게 말 안들을꺼야?
금순 : (팍 튕겨졌다 엄마야 얼른 돌아서 이불로 할머니 팍 덮어씌워 가리는데).....
할머니 : 나는 일어날려구 했어. 일어나 화장실 갈라구 했는데 이 아가씨가 자꾸 기운 없는데 움직이지 말구 여기서 보라구 해서
금순 : (엄마 당황되어 본다)....할머니.
재희 : 이 아가씨 누군데? 할머니 손녀 아냐?
할머니 : 아냐 모르는 아가씨야.
금순 : 할머니! 이러시는 법이 어딨어요? 지금 볼일 보는 중이신데?
재희 : 아가씨 뭐야?
금순 : 아니 저는...지나가다가..(황당해 공연히 손짓해가며)
재희 : (바닥의 가방 본다. 옷이 흘러내려 녹즙가방 드러나 있다) 저거 당신 꺼야?
금순 : (보고 아후) 예...(하다 배시시 얼른 녹즙 꺼내 내민다) 녹즙 하나 드세요.
지금 저희가 무료시음 행사 중이라 이거 공짜에요. 아주 맛두 좋구요. (하는데)
재희 : (탁 쳐버리며) 녹즙을 팔아 먹을려구 장파열루 금식 중인 할머니한테?
금순 : (어?...놀라 바닥에 떨어져 터지는 녹즙 보다) 아뇨 그런게 아니라
재희 : 이런 양심두 뭣두 없는 날파리같은 인간들!
금순 : 예? (설마 싶어)
재희 : (싸늘하다) 뭐하구 있어? 누가 병실에 이런 잡상인들 자꾸 출입시키라구 했어? 당장 못내보내?
의사1 : (그말에 퍼득 정신 드는 듯 의사2와 다가와) 나가요 빨리..
금순 : 아니 저기요
의사1 : 나가라니까 당장 저거 들구..(직접 집어들어 퍽 안기고) 나가요.
금순 : 아뇨 알았어요 나가는데요...잠깐만요 놔요 이거...어..
금순 뭐라 말할 사이도 없이 의사1.2가 옷 가방을 집어들어 금순 등을 떠민다.
금순 문으로 밀려난다. 의사1.2 옷 가방을 금순에게 안겨주고, 확 금순 등을 떠민다.
#3. 병실 복도
금순 확 떠밀려 내쫓겨 나온다. 등 뒤로 에잇 하는 소리와 함께 의사1. 문 탁 닫는다.
금순 눈 깜짝할 사이에 쫓겨나서 잠시 멍하다...그러다 문득 정신이 들면서 화끈 열 오른다.
금순 : ......(문쪽 돌아본다)
#4. 병실
수련의1.2 칸막이와 오줌통을 치우고 있고, 재희 녹즙할머니 혼을 내고 있다.
재희 : 말 좀 들어 할머니. 빨리 가스가 나와야 뭘 좀 먹구 회복할꺼 아냐.
하는데, 금순 문 열고 다시 들어선다. 금순 휙휙 다가와 선다.
금순 : 저는 날파리 아니구 사람인데요.
재희 : .....
금순 : 근데 아저씬 날파리에요? 그래서 사람이 날파리루 보여요? 어떻게 그런 식으로 말을 하세요?
양심두 뭣두 없는 날파리라구요?
재희 : 같은 인간이라구 했어.
금순 : 저 이 할머니께 녹즙 팔려구 한적 없어요. 이 가방 안에 든 것들 다 무료시음용이거든요,
공짜로 나눠 드릴려구 온거지 장사 할려구 한적 없구요. (하는데)
재희 : 말같지두 않은 소리?
금순 : 뭐라구요?
재희 : 왜 나눠주는데? 먹어 보구 계속 받아먹으라는거 아냐? 결국 판촉 호객행위 하러 온거 아냐?
금순 : (순간 말문이 막혔다) 전혀...아니라구 할 순 없지만. (하는데)
재희 : 잠깐만...(아 짜증난다) 내가 왜 이 귀한 시간에 이런 말같잖은 대꿀 하구 있는거지.
이봐 어쨌든 잡상인은 원칙적으로 여기 출입 금지야. 나가 빨리!
금순 : (익).....
재희 : 나가라구 청경 부르기 전에.
금순 : 갈꺼에요. 가지말라구 발목잡구 늘어져두 갈껀데요 자꾸 잡상인 잡상인 그러지 마세요.
듣는 잡상인은 얼마나 기분 나쁜지 아세요? 그리구요 아저씨! 사람이 먹을꺼 갖구(바닥에 녹즙 보며) 이러는거 아녜요!
그래서 돈만 잘 벌면 뭐해요? 의사가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세요!
재희 : 뭐? (하는데)
금순 : (휙 돌아서서 종종 문으로)....
재희 : 야! 야 너 거기 서봐.
금순 뒤도 안돌아보고 종종 문으로. 문 탁 닫고 나간다.
재희 휙 뒤따라 나간다.
#5. 병실 복도
야! 하는 재희 소리 들린다. 금순 엄마야...계속 총총총 뒤도 안돌아보고 빠르게 걷는다.
재희 문 열고 나온다.
재희 : 야 너 거기 안서!...(뒤따른다)
금순 : (우씨..은근히 겁나서 더욱 발걸음 빠르게 걸어 모퉁이 돌아 사라진다).....
재희 뒤따라 걸어오다 그모습 보고 멈춰선다. 금순 사라진 모퉁이 노려보며 영 기분 안좋다.
#6. 다른 복도
금순 모퉁이 돌아나와 얼른 눈에 보이는 화장실 안으로 쏙 들어간다.
#7. 화장실
금순 문틈으로 밖을 살피는데 더 이상 따라오는 재희 모습은 안보인다.
금순 살피다가 휴 그제야 안도의 한숨.
문 열리고 장박 들어오려다 금순을 보고 멈칫 당황하는. 장박 얼른 나간다.
금순 그래도 아무 생각없이 거울 앞으로 다가가 물 틀고 손 씻는다. 그러다 거울 보는 금순. 기분이 안좋다.
금순 : .....지가 의사면 다야...잡상인두 사람이다.
#8. 화장실 문밖
장박 문 앞에 서서 난감하다. 남자 화장실 표지판 붙어있다.
장박 들어갈까 말까 망설여지는데, 금순 문 열고 나온다.
금순 장박을 보지만 아무 생각 없이 끝까지 눈치 못채고 그냥 화장실 앞을 벗어난다.
장박 황당한 표정으로 걸어가는 금순을 보다가, 안으로 들어간다.
#9. 병실
재희 문 열고 들어선다. 녹즙할머니, 수련의1.2 다들 숨 죽이고 재희 표정을 살핀다.
재희 그런 분위기 느껴 애써 마음 가라앉히고 숨을 고르고 다가와 선다.
재희 : (후 애써 가라앉힌다)....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할머니.
수련의1 : 저...좀 전에 할머니 가스 나왔어요.
재희 : 그래?..(표정 좀 밝아진다) 잘됐네 할머니. 금식 기간이 너무 길어서 정말 걱정했는데....
#10. 은행
태완 입구에 들어선다. 안쪽에 앉아 있는 시완을 보고 씨익 다가간다.
시완 모니터를 열심히 보고 있다. <시완자리 승격시켜 주세요. 시완 등뒤에 다른 사람 없게요>
모니터에 “삼성동 맛집” 떠있다. 시완 열심히 메모하며 모니터 보느라, 태완 다가오도록 모른다.
태완 다가와 그런 형을 보고 뭐지? 들여다보면
시완 : (그제야 보고 놀라) 어 왔어.. 빨리 왔네. (하다 태완 시선 느끼고 얼른 모니터 화면을 지워버리는데)....
태완 : 삼성동 맛집?....형 연애하냐?
시완 : (주위 의식해 조용하라는 표정 짓고) 나가자. (일어나며 웃옷 집어든다)....
#11. 패스트 푸드점
태완 튀긴 닭다리를 먹으면서.
태완 : 나 왜 불렀는데?
시완 : 뭐 특별한 이유 없어. 근처에 왔다길래 들르라구 한거야.
태완 : 어 난 또...형 연애상담 하려구 불렀나 했네.
시완 : 이자식이 아니라니까.
태완 : 에이 형 연세가 있는데 뭘 숨기구 그래...어떤 여자야?...말해봐.
내가 이런거 말구 형 도와줄 일이 뭐가 있어. 이런거라두 도와줘야지.
시완 : (표정은 반쯤 넘어갔다) 닭이나 먹으라니까.
태완 : 연애두 해본 놈. 쏘리. 해본 사람이 한다구 데이트두 그거 노하우가 필요하다.
형 아는 데라구는 기껏 삼겹살이나 감자탕집 같은델꺼 아냐. 쌍추쌈 싸다가 뼈다귀 바르다 눈 마주쳐봐라 분위기 잡히나.
시완 : .....
태완 : (힐끔) 뭐 정 얘기하기 싫으면 말구...그럼 이거 하나는 알아둬. 아까 보니까 인터넷으루 맛집 검색하든데.
그거 사전에 전화 확인 필수다. 기껏 검색해서 한두시간 낑낑대며 찾아갔는데 문 닫은 경우 여럿 봤거든.
여자가 한두끼 굶구 배고프기라두 한 날이면 거의 분위기 회생불능이지.
시완 : ....어 그렇겠다...꼭 예약 확인해야겠구나.
태완 : 그렇다구 첨부터 너무 잘해주지 말고. 여자구 남자구 잘해주면 다 지가 잘나서 그런지 알거든.
땡겼다 놨다. 그게 중요한거야 알지?
시완 : 그게...쉽지 않드라구 생각보다.
태완 : 그럼 그게 쉬우면 아무나 연애하게. 형 같은 사람은 너무 땡기다 아예 끊어지는 수가 싶상이긴 하지..
그럴 때는 이런 방법이 최곤데.
시완 : 뭔데?
태완 : 형...왜 우리가 오늘 야구 어디가 이겼나 궁금해서 전화를 하거나 주식시황을 알려구 해두 정보이용료라는 것을 내잖아.
시완 : 그런데?
태완 : 나 용돈 좀 주면 안될까?
시완 : (그제야 알아듣고) 아 자식 증말. 야 일어나. (일어나 가려면)
태완 : (얼른 잡는다) 형...(비굴하게) 나 엊그제 제대했어. 만날 사람이 좀 많겠냐? 그동안 못했던 하구 싶은 일은 또 좀 많겠어?
시완 : (보다 앉는다)....알았어 그래 용돈 줄테니까 하던 얘기 마져 해봐.
태완 : 얼마 줄껀데?
시완 : (보다가 주머니에서 봉투 꺼내 놓는다)....자 한달 용돈 해.
태완 : (뭐야 이게? 봉투 본다)....
시완 : 흥청망청만 안하면 한달쯤은 버틸 수 있을꺼야...당장 제대했으니 아직 이렇다 특별한 계획 없겠지만,
가능한 빠르게 장래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서 결정하구.
태완 : 형...(끔뻑이며 보다...봉투 집어들어 내용물 확인하고 더욱 놀라운)....
형 왜 그래?...왜 안하던 짓은 하구 그래 사람 당황되게?
시완 : 싫어? 싫음 말구. (하고 짐짓 뺐어가는 척하면)
태완 : 아니 싫다는 얘기가 아니라....(얼른 주머니에 넣고)...아 사람 감동먹이구 그러냐 갑자기 적응 안되게...
형 나 지금 진짜 감동 먹었어....
시완 : 됐어 하던 얘기나 마져 해봐.
태완 : 어?....어...(하면서도 정말 놀라고 믿어지지 않아 시완 보다).....일단 정신없이 잘해줘.
한 한두달 기고만장할 정도로 무조건 잘해줬다, 눈 딱 감고 한 일주일 잠적하는거야. 핸드폰두 꺼놔.
완전히 모든 통로를 차단. 그리고 어느날 핸드폰을 켜봐. 그녀에게 쏟아져 들어온 수많은 음성메세지를 듣게 될꺼야.
시완 : .....
#12. 패스트 푸드점 앞 거리
태완 시완 나온다. 시완 가라는 동작. 태완 즐거워하며 간다.
가다가 돌아보는 태완, 징그럽게 하트를 그려 보이고, 거기다 사랑의 화살까지 쏜 후 다시 뒤돌아 걸어간다.
펄쩍펄쩍 뒷모습으로도 무척 즐거워 보인다.
시완 그모습 보다 돌아선다...
시완E : 좀 전에 형 노릇 한답시고 태완이에게 용돈을 줬더니 태완이가 왜 안하던 짓 하냐고 적응 못해한다.
정완이가 떠나고 난 뒤, 가족들이 그만큼 더 깊어지고 소중해졌다.
#13. 사무실
직원들 두세명 앉아있다. 성란 카펫 쌤플을 놓고 자리에서 핸드폰 문자메세지 확인 중이다.
(전에 그 회사 아닙니다. 성란이 독립해서 회사를 차렸습니다. 직원들 5-6명 정도입니다)
시완E : 누구라도 언제든 사랑하는 이들에게 작별인사 한마디 없이 떠날 수도 있음을 이제는 알게 됐으니까....
(성란 시완의 의외성에 빙그레)....그런 뜻에서 친구야, 오늘 저녁 같이 어때?
성란 : (빙그레)...얘한테 이런 면이 있었나....(답문자 찍기 시작한다)....
#14. 거리
시완 걷다가 핸드폰 꺼내 문자 확인한다.
성란E : 친구. 0번이다. 내일 저녁 6시는 어때?
시완 : (좋은...답 문자 찍는다) 좋지.
#15. 미용실
태완 자리에 앉아 있다. 말희 커트보 들고 다가온다.
말희 : 준비해 드리께요. 커트 하실꺼죠?
태완 : 지금두 이렇게 짧은데 여기다 커트를 또 해요?
말희 : 그럼 파마 하실꺼에요?
태완 : 미용실에 계신 분이 커트와 파마밖에 모르시면 곤란한데....(사진 쓱 내민다. 군대가기 전 사진) 잘 생겼죠? 이게 나거든요?
머리 붙여서 이 상태로 완전복원시켜 주세요.
#16. 병원 로비 내 공중전화부스
금순 공중전화를 보며 망설여고 서있다.
금순 : ....전화하면 분명히 빨리 들어오라구 하실텐데....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두 이력서 내러가야 하는데.
#17. 마루
정심 아기를 업고 서성서성 달래는 중이다. 아기 칭얼칭얼 울고 있다.
정심 화가 잔뜩 났다.
정심 : 오 그래 누가 누가 우리 휘성이를...그래 자아...자아....기막혀서..(허)... 내가 몸이 안좋다는 말까지 분명히 했는데
그샐 못참구 어딜 또 나가. 아픈 시어머니 옆에 애까지 몰래 갖다 눕혀놓구...
#18. 병원 로비 내 공중전화부스
금순 전화기 보며 망설이다 결국 돌아선다. 바닥에 내려진 가방을 메고 입구로 향한다.
저만큼 녹즙할머니 두리번거리며 걸어오다, 두사람 서로 마주본다.
할머니 반가운, 다가온다.
할머니 : 간지 알았네 한참 찾았어...화 많이 났어?
금순 : 예 많이 났어요.
할머니 : (미안한 웃음)...아니 그 의사가 하두 지랄을 하는 의사라 나두 모르게 그만....
미안해. 화 풀구..낼부터 나 녹즙 하나씩만 배달해줘.
금순 : (힐끔 봤다) 할머니 장파열루 아무것두 못드신다면서 무슨 녹즙이에요.
할머니 : 나 이제 방귀 나와서 괜찮아. 먹을 수 있어. 하나씩 배달해줘.
금순 : 할머니 말 못 믿어요 이제.
할머니 : 젊은 사람이 속고만 살아봤나? 못믿겠으면 같이 올라가서 물어봐 나 방구 나왔나 안나왔나.
금순 : (보는)....
할머니 : 나두 먹구 간병인두 먹구 그럴라구 하니까 낼부터 갖다 줘.
금순 : (끔뻑끔뻑)...
할머니 : 참 아까 그 시간이 그 의사 오는 시간이니까 그 시간 피해서 와.
금순 : 할머니!...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할머니가 제 첫 손님이세요.
#19. 미용실
손님들 서너명 있다. 디자이너 두명다 컷팅 중이다.
은주 스텝과 디자이너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지켜보고 서 있다.
문 열리는 소리. 은주 돌아보면, 재희 문 열고 들어선다. 은주 반가운.
재희 : 어이 부원장님!
은주 : 오빠 그거 비웃는거지?
재희 : 바보 아니구나.
은주 : (흘기며) 원장실에 계셔..(앞선다)
#20. 원장실
오미자 거울 앞에서 늘어진 볼살을 손으로 땡겨 올려보고 있는 중이다.
오미자 : 요만큼만 되두 얼마나 좋아...서글퍼 서글퍼 나이 든다는 건....그 노래가 명언이야.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구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보니 우린 젊었었고 사랑을 했었구나.....
아! (자아도취 됐는데)
그러는데 노크소리. 얼른 거울 앞에서 돌아 앉아 책 집어든다.
은주와 재희 들어선다.
은주 : 원장님 오빠 왔어요.
오미자 : 어 아들. 어떻게 왔어?
은주 : 제가 저녁 사달라구 졸랐어요. 취직 기념으루요.
재희 : 그래 너처럼 먹구 놀던 백수가 취직한거는 국가발전을 위해서나 박사님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나
여러모로 축하할 만한 일이긴 한데.
은주 : 한데?
재희 : 엄마 얘 일 좀 하긴 해요? 엄마가 공연히 고통분담 차원에서 맹탕 놀구 먹는 골치덩이 하나 떠안은거 아냐?
은주 : 거봐요 원장님 제말이 맞죠? 오빤 이렇게 저를 심하게 평가절하 한다니까요.
오미자 : 말만 그러는거야...근데 어뜩해 나는 저녁 약속 있는데.
재희 : 그래요? 그럼...우리 둘이 무슨 재미루 먹냐? 다음에 먹자. 다음에 사주께.
은주 : 오빠 내가 의외루 소심하거든. 농담이지?
재희 : (표정 하나 안 변하구) 아니.
#21. 미용실 앞 거리
금순 다가와 선다. 녹즙 가방은 없다.
금순 미용실 바라보며 설레이기도 하고 긴장도 되고. 금순 후...입구를 향해 다가간다.
#22. 미용실
금순 문밖에서 다가온다. 대기하고 있던 안혜미 문 열어주며 어서오세요 인사한다.
금순 들어서면 혜미 문 닫고 친절하게 묻는다.
혜미 : 머리 하시게요? 어느 선생님 찾아오셨어요?
금순 : 아뇨 머리하러 온거 아니구요. (손에든 이력서 보이며) 스텝 뽑는다구 해서 이력서 내러 왔어요.
혜미 : (얼굴의 상냥함 웃음기 걷힌다. 금순을 위아래로 주욱 훑는다. 이렇게 촌티나는 애가 무슨 미용일을 한다구?).....
금순 : (그래도 그저 반갑다) 여기서 일하세요?
혜미 : 저기 데스크에 올려놓구 가세요.
금순 : (다가가 데스크에 놓는다) 여기요?
혜미 : (어느새 다른데 보고 있다) 예. 가세요 그만.
금순 : (다시 다가와) 발표는 언제해요? 저 여기서 꼬옥 일하구 싶거든요. (하는데)
혜미 : 원장님!..(가는)
금순 : (원장님?...얼른 돌아보면).....
원장실에서 오미자 재희 은주 나온다. 금순 재희 보다가, 어? 알아보고 놀라고 당황스러운.
금순 저도 모르게 얼른 뒤돌아서 외면한다.
혜미 : (얼른 다가가) 안녕하세요 오셨어요 선생님? 원장님 어디 나가시게요?
금순 : (어뜩해)...(슬며시 돌아보는데).....
오미자 : 일봐 신경 쓰지말구..아들 그럼 나중에 집에서 봐.
금순 : (아들? 설마).....
재희 : 예. 가요...수고해요.
금순 : (슬그머니 돌아보다 재희가 돌아서 다가오자 당황해 얼른 손으로 얼굴 가리면서 다시 돌아선다)...
재희 은주와 함께 다가온다.
금순 아후..괴로운...손으로 얼굴 가리고 눈치 못채게 슬쩍슬쩍 방향 바꿔가며 어떡하든 재희 눈에 안띠려 애쓴다.
재희 그런 금순을 향해 다가오며 무심히 금순을 보지만, 못 알아본다.
금순 가슴이 뛴다.
재희 다가와 스쳐서 은주와 함께 입구로.
금순 온 신경이 곤두서 슬쩍슬쩍 방향 바꿔 재희를 계속 피하다가, 문 닫히면 크게 안심하며 그제야 손을 내린다.
그러다 자신을 이상하게 보고 있는 원장과 눈 마주친다.
금순 : (바짝 긴장해 얼른 꾸벅) 안녕하세요?
원장 : (보다 미소)....커트 하시게요? 그래! 커트 좀 하구 대대적으로 스타일 좀 손봐야겠다.
금순 : 아니요 이력서 내려 왔어요. 원장님..저 여기서 꼭 일하구 싶어요.
원장 : (엥?)....
혜미 : (후다닥 다가와) 이력서 냈으면 그만 가라니까 왜 그러구 있어요?
금순 : ....원장님 저 여기서 꼭 일하게 해주세요. 잡지에서 여기 디자이너 선생님 작품을 보고 한눈에 뿅 갔어요.
그래서 꼭 여기서 일하구 배우구 싶어요. 저 정말 열심히 할께요. 온몸이 부서지도록 열심히 배우구 열심히 일 할께요.
원장 : .....그래요....뜻은 알았으니까 이제 가서 결과 기다리면 되겠네...(돌아서 간다)....
금순 : 예 꼭 부탁 드립니다. 꼭 부탁 드립니다.
금순 원장 가는거 보는데, 혜미 옆에서 째려본다. 금순 목례 가볍게 하고 입구로...
금순 나가기 전에 다시 한번 미용실 돌아본다.
활력있게 일하는 미용실 모습. 바삐 움직이는 스텝들. 미용사들의 손놀림.
금순 그모습 보기 좋아 빙그레....잠시 보고 서 있다.... 문 열고 나간다.
#23. 미용실 밖
금순 나와서 걷는다.
금순 : ....근데 아까 분명히 아들이라구 했지...어뜨게 이런 일이 있냐 하필이면....아후...
(자기 머리 한 대 툭 친다)...참을껄...날파리 소리 좀 들으면 어떴다구 나만 날파리만 아니면 되는건데...
(하다 시계 보고 어! 놀란다) 클났다. 이제 겨우 한군데 냈는데..(황급히 달리기 시작한다)....
#24. 레스토랑
재희 은주 앉아있다. 종업원 두사람 앞에 각각 쥬스잔과 커피잔 놓고 인사하고 간다.
재희 : (마신다).....
은주 : (보다가 역시 마시는)...(내려놓다 재희와 눈 마주치자 웃는다)
재희 : 왜 그렇게 웃어?
은주 : 좋아서...
재희 : 이해해....
은주 : 어...오빠 옛날엔 안그러드니 왜 이렇게 느끼해졌어.
재희 : 여러가지루 요즘 너한테 놀래.
은주 : ....뭐가?
재희 : 런던으루 메이컵 공부하러 갔다는 말을 들을 때만 해두 설마 했는데, 니가 진짜 메이컵 배워
스타일리스트 돼서 돌아올지 몰랐어...더구나 돌아오자마자 바루 취직까지 하는 성실한 모습을 보여줄지는..
은주 : (보다)....서운해.
재희 : 간만에 칭찬해 준 건데... 왜 서운해?
은주 : 그건 그전에 나를 영 개차반으로 봤단 뜻이잖아.
재희 : 뭐 개차반까지는 아니지만...날라리쯤은 됐지 않았나. 박사님이 니 걱정 하시는거 본의 아니게 꽤 들었는데.
은주 : ....그럼 오빠 오늘 또 한번 놀래켜줄까?....오빠?...
재희 : (목소리 표정에 본다)....
은주 : 오빠 나랑 사귀자.
재희 : (보다)....까불지마.
은주 : 나 진심인데...나 오빠 좋아해. 오래전부터 좋아했어.
재희 : (보는)....
은주 : (예쁘게 미소짓는다)...진심이야...이렇게 쎈척 하구 웃구 있지만...(가슴 가리키며) 여기가 막 뛰어 지금 쿵 쿵 쿵....
너무 크게 뛰어서 들릴까봐...그냥 자수하는거야.
재희 : .....
은주 : .....
재희 : (보다 결국 씨익 웃는다) 야 날라리! 일어나 가자...(일어난다).....
은주 : 아니라구 거절하는 거는 괜찮은데 오빠.
재희 : .....
은주 : 장난으로 은근슬쩍 뭉게 넘기지는 마. 나 그거는 정말 싫어. 더 많이 상처받을꺼 같아.
재희 : (보는).....(애가 장난 아닌데)....알았어 은근슬쩍 뭉게지 않을테니까 일어나. 심각하게 접수하께. 됐지?...와. (간다).....
은주 : (보다 일어나 뒤따른다).....
#25. 레스토랑 밖 (저녁)
재희 나와 서있다. 재희 고개 갸웃 은근히 고민되고 당황스럽다.
은주 나온다. 은주 그런 재희를 힐끔 보며 옆에 다가와선다.
은주 : 오빠 지금 무지 당황되구 골 때리지?
재희 : (힐끔 본다) 당연하지.
은주 : 여기서 헤어지자구 해야하나 아니면 어디 가서 차 한잔 더하구 아예 딱 부러지게 거절을 해줘야 하나
아니면 일단 상처 안받게 생각해 본다구 해야하나....
재희 : 영국서 독심술두 배웠냐?
은주 :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말두 안돼. 안돼 오빠 오늘 당장 거절하면 안돼. 알았지?....
나는 얼마나 오랜 시간 고민하구 갈등해서 번뇌하구 또 망설이다 한말인데. 오빠두 최소한 그거 반에 반에 반 만큼이라두
고민해서 나한테 얘기해줘야 돼. 그게 최소한의 거절의 배려구 인간에 대한 예의야.
재희 : 장은주. 너 원래 그렇게 말을 잘했냐?
은주 : (배시시 다시 또 예쁘게 웃는다).....
재희 : 웃지마 사람 황당하게 골 때리게 해놓구.
은주 : (배시시)....
재희 : (그런 은주 보다가...따라서 같이 웃어준다)....
#26. 전철역 근처 거리 (저녁)
할머니 나물바구니들 늘어놓고 웅크리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살핀다.
그러나 다들 바삐 종종걸음 칠 뿐 아무도 할머니 나물에 관심 보이지 않는다.
할머니 : 날 샜구나 날 샜어...걷자 걷어...(나물바구니들 한데 모아 담다가 전철역 쪽 본다) 오늘은 이것이 못나오나보네...
허기사 요 며칠 대문 턱 닳아지도록 나와댔은께 그 굉이같은 시엄니가 한소리 했을 껴...
(나물들 다 모은 박수를 여미다 한숨) 허유 워찍혀든 하루 빨리 우리 금순이를 그집서 델구 나와야 허는디
냄편두 없는 시집살이가 그기 사람이 헐 짓이여...(다시 묶으며) 워디 손바닥만한 월세방이라두 하나 얻을 형편만 되두
내가 발써 우리 금순이를 델꾸 나왔을껀디 애비가 웬수여 이런 웬수가 없어.
#27. 피잣집 앞 거리 (저녁)
할머니 : (머리에 상자를 이고 걸어오며 중얼댄다) 금아에미 그 인정머리없는 것은 설사 방구석이 여나무개 팽팽 남아돌아두
절대 우리 금순이 꼴은 안볼라구 할껴. 암만 내 보기두 웬수덩어리 보듯 허는디 못 되 쳐먹은 것.
(하다 문득 이상한 멈춰서 다시 한두걸음 뒤로 물어 나 고개를 돌려보면).....
피잣집 안에서 마주앉아 피자를 먹고 있는 금아와 숙모의 모습 보인다.
숙모 피자를 들어 하나는 금아를 주고 나머지 하나는 자신이 한입 맛있게 베어 먹는다.
할머니 그 모습을 보는 순간 확 피가 머리로 다 몰리는 기분이다. 배신감 서운함 밀려든다.
할머니 : (월래 저것들이...뚫어지게 보는)...
#28. 피잣집 안 (저녁)
금아 숙모 피자 먹고 있다.
금아 : 맛있다...엄마 오늘 뭐 기분 좋은거 있어? 갑자기 피자까지 다 사주구?
숙모 : (맛있게 먹는 모습 보다가)...그동안 얼마나 못맥였으면 겨우 이 피자 한판에 그렇게 감격을 해...많이 먹어.
(남은 두 개 중 한 개를 또 떼어서 준다)
금아 : 이거 두 개는 싸가서 할머니 드려야 하지 않어?
숙모 : 할머니가 언제 피자 드시대. 먹어 괜찮어....(남은 것 하나 마져 집어 들어 크게 한입 먹는다)....(콜라 쪼옥 빤다)...
할머니 가게 문밖에서 그모습 울그락 불그락 보고 있다가...외면하고 계속 간다.
#29. 수퍼 (저녁)
영옥 은진과 카트를 밀고 장 보는 중이다.
은진 카트를 밀면서 종알종알 대는 중이고, 영옥은 카트에 우유 달걀 치즈 등 유제품 코너에서 물건을 골라 넣는 중.
은진 : 게이머 팬클럽도 장난 아냐 엄마. 요즘 최고로 잘나가는 게이머들은 팬클럽 회원수만 50만이 넘어.
그 사람들 게임 있는 날이면 학교구 뭐구 다 때려치구 죽자구 쫓아다니는 애들이 진짜 장난 아니게 많어.
영옥 : 그래서 너는 그렇게는 안하니까 좀 봐달라구?
은진 : 아니 그렇다는거지.
영옥 유제품 코너를 마치고 생필품 코너로 이동한다. 영옥 생필품 코너에서 커다란 두루마리 휴지 쎄트를 들어 내린다.
영옥 고개를 들고 휴지세트를 내리다가 문득 배가 아파서 저도 모르게 손 하나를 내리며 배를 잡다가,
순간 휴지세트 무너지면서, 영옥 휴지세트를 하나 맞고 그대로 휘청한다.
영옥 아! 쓰러지진 않고 기대서 중심 잡는다.
은진 어? 놀라는.
은진 : 엄마 괜찮아?
영옥 : 어...괜찮아...(손으로 배 만지는)
은진 : 엄마 왜 그래? 엄마 배 아퍼?...엄마 거기 수술한대 아냐?
영옥 : 아냐 거기 아니구....아후..(하다 좀 진정이 된 듯 갸웃한다)....
은진 : 어디가 아픈건데? 수술한대 아픈거 아냐?
영옥 : 아니야...사실은...엄마 며칠째...변비야.
은진 : 어?.....아 드러...(하며 진짜 믿는다)....
영옥 은진과 같이 웃으며, 바닥에 떨어진 휴지 치우자고 다가간다. 은진도 다가와 치운다.
영옥 그제야 슬며시 은진 외면하고 아직도 배가 아픈 듯 배에 손을 가져다 대본다. 배도 아프고 기운도 없고 영 기분이 이상하다.
영옥 : .....
#30. 다른 미용실 앞 (밤)
금순E : 고맙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꼭 좀 뽑아주세요.
금순 문 열고 나온다.
금순 : 다 됐다. 설마 세군데 중에 한군데 걸리겠지...(하다 어두워진 것 본다) 어! 언제 이렇게 까매졌어. 어머니 진짜 화났겠다.
(후다닥 달리기 시작한다)
#31. 전철역 앞 거리 (밤)
금순 계단을 달려올라 온다. 금순 달려와 숨이 차서 잠시....얼른 다시 달려가기 시작한다.
#32. 주방 (저녁)
노소장 태완(머리 완전 복원 됐다) 시완 식탁에 앉아있다. 다들 눈치가 보이는 표정이다.
정심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찌개냄비를 식탁에 올려놓는다.
정심 : 드세요..(나가려면)
노소장 : 당신은 안먹어?
정심 : 생각 없어요. 내가 지금 밥이 목으로 넘어가겠어요?..(나간다)
노소장 : 그러지 말구...(하다 일어나 뒤따라 나가며) 와서 같이 한술 떠.
태완 : (보다가) 아!...이기집애는 어딜 또 말두 않구 나가서 집안 공기 이렇게 개차반으로 만든거야?
시완 : 이기집애가 뭐야.
태완 : 이기집애 소리 나오게 만들잖아 지금 얘가.
시완 : .....
태완 : (시완 표정에 주춤하는)....알았어. (먹으려면)
시완 : (일어나 나간다)....
태완 : 어디가. 밥 안먹어? (나가는거 보다 밥 보다)...왜들 밥을 이렇게 우습게 알지?
이래서 내가 니 밥인지 알어? 소리가 나왔어...밥이 얼마나 중요한건데...(하며 먹는다)
#33. 안방 (저녁)
노소장 시완 정심 보고 앉아있다.
노소장 : ....뭔가 사정이 있겠지...무슨 급한 일이 있거나 (하는데)
정심 : (와락) 그런 소리 할꺼면 당신두 나가요.
노소장 : .....
정심 : 한두번이어야지 한두번이이. 요즘 번번히 계속인거 당신이 알구 내가 알구 시완이가 알어.
어디서 지금 그걸 변명이라구 두둔이라구 해요.
시완 : ....
정심 : 설사 무슨 일이 있다구 쳐. 왜 전화를 못해 왜? 내가 오늘 몸이 안좋다구 분명히 말했어.
좀 자야겠으니까 방해하지 말란 소리까지 했다구. 그런데 어떻게 이래 어떻게? 나를 뭘루 보길래?
이게 시어머니를 시어머니루 보는 태도야?
노소장 : 그래 당신 말이 맞어...아니 얘는 핸드폰이라두 좀 있으면 전화나 해볼텐데 어떻게 젊은 애가 핸드폰이 없이 살어.
금순E : 다녀왔습니다.
노소장 시완 : (주춤한다)....
정심 : (표정 딱 굳어져 돌아본다).....
- 17부 끝 -
첫댓글 금순+재희, 첫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