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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는 ‘산도녀’가 유행이다. 산도녀는 ‘산을 즐기는 도시 여자’의 줄임말이다. 등산이 소위 말하는 ‘아줌마·아저씨들만 즐기는 취미생활’인 시대는 옛날 얘기가 되었다. 요즘은 젊은 세대들도 등산을 즐긴다. 40대 이상 중년층의 취미생활 정도로 여겨졌던 등산이 이제는 전 세대에 걸쳐 하나의 문화로 확산된 것이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들이 더욱 산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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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이 취미라고 밝혀 젊은 여성들이 등산을 취미로 즐기는 계기가 된 가수 이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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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트렌드는 연예인들이 등산을 즐기는 모습을 SNS 등에 올리면서 차츰 시작됐다. 가장 이슈로 떠올랐던 연예인이 바로 이효리다. 그녀는 가수로 절정의 인기를 끌던 2006년 즈음부터 청계산에서 등산을 즐긴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그녀의 몸매관리 비결이 바로 등산이라는 사실도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즈음 배우 전지현과 김아중 등도 등산을 즐긴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20~30대 젊은 여성들이 산을 찾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젊은 스타들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며 등산의 이미지가 매우 젊어졌다.
이효리에게 등산을 권유한 김제동은 연예계 소문난 등산 마니아다. 그는 몇 해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엄홍길 대장과 등산을 하며 “친구가 힘들어 보인다 싶으면 무조건 산으로 데려간다”고 말한 바 있다. 요즘도 김제동은 “동료 연예인들과 함께 수시로 등산을 즐기며 독신의 외로움을 달랜다”고 말했다.
‘나도 이효리처럼…’ 산도녀 열풍의 시작
가수 이문세는 얼마 전 트위터를 통해 ‘청계산 원조 연예인 등산족이라고 우기는 이 친구들과 오늘 함께 산행 후 막걸리 한 잔 내친김에 족구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운 시간 서로의 활동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가슴 뜨거운 시간이었답니다’라는 글과 함께 한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이 사진은 이문세가 배우 김규리, 가수 성시경과 함께 청계산에서 찍은 등산 인증샷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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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2004년 엄홍길 대장과 함께 히말라야에서 산상음악회를 열었던 가수 이문세. 그는 요즘도 청계산을 자주 오르는 등산 마니아다. 2 얼마 전 가수 길이 SNS에 올린 등산 인증샷. 신세대 연예인들이 산악친목회를 만들어 활동하면서 젊은 세대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길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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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세는 2004년 엄홍길 대장을 따라 히말라야 얄룽캉(8,505m) 베이스캠프까지 올라 산상음악회를 열었고, 2008년에는 동료 연예인들과 함께 ‘설레발 히말라야 원정대’를 꾸려 네팔 라당 지역에 작은 학교를 세우기도 했다. 그는 네팔지역 학교 건립 프로젝트 ‘네버 엔딩 드림’의 일환으로 네팔 랑탕 지역에도 학교를 건립할 예정이다.
힙합그룹 ‘리쌍’의 길도 SNS를 통해 가수 강민경과 정인, 개그우먼 신봉선 등과 함께 산행한 사진을 올리며 이른바 ‘라봉산악회’라는 친목모임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배우 윤상현은 “등산을 통해 ‘힐링’을 한다”고 밝혔다. 그는 시간이 날 때면 설악산, 지리산, 속리산 등 큰 산을 비롯해 관악산, 청계산, 북한산 등을 오르고, 때로는 등산 후에 촬영장으로 갈 때도 있다며 등산 마니아임을 인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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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이문세와 김규리, 성시경이 청계산 산행을 함께한 후 찍은 인증샷. 연예인이 등산을 한 후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은 친근감을 갖게 만들었다. ⓒ이문세 트위터 4 SNS를 통해 등산 인증샷을 올린 배우 윤상현. 그는 촬영이 없을 때마다 산을 찾는다. ⓒ윤상현 미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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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박정아는 산악인 출신 아버지를 따라 어릴 때부터 등반을 해온 케이스. 그녀의 아버지 박건희씨는 산악인 출신으로 2007년에는 엄홍길 대장과 함께 ‘한국 로체샤르 남벽, 로체 남벽 원정대’의 대원으로 동참하기도 했다. 박정아는 10대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지리산, 설악산, 북한산 등을 다니며 등산을 배웠으며, 한 매체의 인터뷰에서 박건희씨는 “정아가 중고등학생 때는 인수봉 등반도 줄곧 해서 클라이머로 키울 생각도 했었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도 박정아는 실내암장에서 볼더링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벽 마니아를 인증한 연예인도 있다. 배우 최필립은 지난 5월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내 최고난이도 암벽으로 유명한 설악산 적벽 등반에 도전했다. 그는 약 1년 전부터 인수봉과 설악산 울산바위 등을 올랐으며, 이번 도전에서는 1999년 우리나라에서 첫 번째로 적벽을 자유등반한 클라이머 손정준씨의 지도를 받아 에코길과 독주길을 등반했다. 우리나라에서 적벽을 자유등반으로 성공한 클라이머는 겨우 5명뿐이라 그의 등반은 더욱 화제가 되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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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 설악산 적벽을 자유등반한 배우 최필립. 그는 취미를 넘어 전문가급의 등반실력을 뽐냈다. ⓒ사진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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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준씨는 “기술을 배우는 이해력은 물론, 암벽등반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남달랐다”며 “그를 보는 순간 ‘물건이다’고 생각했다”고 평가했다.
배우 지진희도 인수봉을 오르는 등 자타가 공인하는 암벽등반 마니아다. 그는 배우 박하선에게 스포츠클라이밍을 권하기도 했는데, 그녀가 인공암벽 등반과 볼더링을 통해 10kg를 감량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자 젊은 여성들 사이에 스포츠클라이밍 붐이 일어나기도 했다.
캠핑 마니아임을 인증한 연예인도 있다. 배우 이천희는 얼마 전 자신의 SNS에 ‘새로운 작품 전에 일본 후지산으로 떠나는 캠핑. 아우 신나’라는 글과 함께 공항으로 향하는 사진을 게재했다. 이 사진에는 이천희가 등산복 차림으로 공항으로 향하고 있다. 이천희는 한 케이블 방송사의 캠핑 관련 프로그램에 고정출연하며 캠핑에 관한 박학다식함을 뽐낸 바 있다.
일부 홍보용 ‘반짝 등산’ 시선도
하지만 이런 ‘등산 마니아’ 인증에 대해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이도 있다. 일부이긴 하지만 등산 인증샷을 찍은 연예인 중에는 현재 아웃도어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서고 있는 이도 있기 때문. 이들은 산행 시 자신이 모델로 있는 브랜드의 등산복을 입고 나와 “스타의 인증샷을 이용한 교묘한 홍보 마케팅이 아니냐”란 지적을 받고 있다.
한 아웃도어 업체 측은 “등산은 개인 취미생활이기 때문에 어떤 옷을 입든 관여하지 않는다”며 “회사 차원에서 그런 마케팅을 하지는 않지만 로고가 노출되면 나쁠 게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연예인의 입장에서는 ‘등산’이라는 건전한 취미를 대중에게 보임으로써 좋은 이미지를 쌓고 인지도를 쌓을 수 있어 ‘인증샷’ 게재가 실이 될 일이 없다. 하지만 일부 연예인의 경우, 새 영화나 드라마, 앨범이 나올 때만 ‘반짝 등산’으로 이슈를 만들어 홍보하는 등 조금 다른 목적을 가지고 인증하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빠듯한 스케줄을 소화하는 연예인이 등산이나 등반을 취미생활로 하는 것은 보기 좋은 일이다. 이들을 보고 산을 찾는 사람의 수도 꽤 많다. 의도하는 바가 조금 다르다고 해도 대중의 동경의 대상인 연예인들의 ‘등산 마니아 인증’은 등산이 건전한 레포츠로 젊은 세대에게 확산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더욱 많은 연예인들이 등산을 즐기고 ‘인증’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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