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6일과 27일, 1박2일 동안 순천만 갈대밭과 낙안읍성민속마을, 벌교 태백산맥문학관으로 천하장군 이백이십번째 정기답사를 다녀왔습니다. 여행 내내 청명한 가을날씨가 이어져 발걸음도 가볍게 가을여행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26일 아침 서울을 출발해 제일 처음 도착한 곳은 선암사. 이제 막 들기 시작한 단풍이 울긋불긋 수를 놓은 숲길에 들어서니 맑고 신선한 공기가 코로 확 느껴집니다. 아 좋다! 아름다운 숲길을 시작으로 국내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무지개다리 승선교를 지나, 사찰 안으로 들어가니 마침 천도제 행사가 있어 평소에는 보기 힘든 괘불과 불교음악 등 귀한 경험도 할 수 있었지요. 청량한 바람이 드나드는 화장실, 일명 뒤깐으로 정호승 시인이 예찬한 아름다운 건물 선암사 해우소도 가보고, 600년 이상 된 토종매화나무인 선암매도 둘러보며 여유롭게 아름다운 절집을 거닐어봅니다.
점심식사는 남도한정식으로 유명한 순천 맛집에서 한상 그득한 만찬을 즐깁니다. 맛깔스런 반찬 하나하나가 입에 착 붙는 즐거운 시간. 지역별 맛집 순례도 천하장군 여행의 또 다른 기쁨이지요. 마지막으로 나온 숭늉과 과일까지 두둑히 먹고는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순천만 갈대밭으로 이동합니다.
순천만 갈대밭을 가기 위해 에둘러 와온해변으로 먼저 갑니다. 넓은 뻘이 발달한 와온해변부터 걷기 시작하면 갯벌을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든 칠면초 군락도 만나고 구절초군락도 지나고 바람에 나부끼는 억새와 갈대도 만납니다. 이 길은 순천 남도삼백리길의 1구간에 해당되는 곳으로 갯벌을 바로 끼고 걷는 아름다운 갯벌길입니다. 이 길은 용산전망대를 지나 순천만 갈대밭으로 이어지지요. 이날 우리는 와온해변부터 순천만갈대밭까지 한명도 빠짐없이 다 완주했습니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와온해변을 걷다가 농주마을 근처에서 만난 칠면초 군락은 갯벌위에 펼쳐진 한 폭의 그림입니다. 질긴 생명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회색빛 뻘 위에 붉은 빛으로 물든 칠면초군락은 생명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동시에 선사하며 신선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아름다운 갯벌을 바로 옆으로 끼고 걷는 남도삼백리길에는 억새와 갈대가 춤을 추며 가을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쭉 걸어 용산전망대까지 내쳐 오릅니다. 순천만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S자형 수로와 동들동글한 갈대 군락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지요. 전망대 위에 서니 가슴이 뻥 뚫립니다. 아름다운 풍광을 사진에 담고, 땀을 씻으며 쉬는 회원들 얼굴이 밝기만 합니다. 용산전망대에서 아름다운 일몰을 카메라에 담고자 하는 몇몇 분을 빼고 다른 분들은 순천만 갈대밭 쪽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용산을 다 내려오니 드넓은 갈대밭이 광활합니다. 뉘엿뉘엿 지는 햇빛을 받아 금빛으로 출렁이는 갈대밭이 또한 장관입니다. 발길이 떼기 아쉬워 보고 또 보고, 발길을 멈췄다 걸었다를 반복합니다.
이번 순천만 갈대밭은 참석했던 모든 회원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과 기쁨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게 와서 “좀 많이 걸어 힘들었지만 너무 좋았어요.”, “기대 이상이었어요.”, “아름다운 칠면초군락과 순천만 일몰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어 행복했어요.” 하시던 회원들의 말씀에 제 마음도 기쁨으로 다가왔던 시간이었지요.
낙안읍성 근처로 이동하여 저녁식사를 하고는 낙안민속휴양림에서 여행 첫날의 피로를 풉니다. 다음날 눈을 뜨니 화창한 가을날이 우리를 반깁니다.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동동 뜬 모습이 기분까지 가볍게 합니다. 어제는 구름한점 없는 코발트빛 하늘에 풍덩 빠지고 싶게 하더니 오늘은 구름이 등장해 더욱더 가을 분위기가 무르익습니다.
아침식사를 하고 발걸음도 가볍게 낙안읍성민속마을을 방문합니다. 낙안읍성은 조선시대의 성과 동헌, 객사와 초가가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사적입니다. 지금도 주민들이 읍성 내에서 민박이나 농사를 지며 생활을 하고 있어 더욱 친근하게 다가오는 곳이지요. 성곽길을 걸으며 읍성과 읍성을 둘러싼 산세를 조망하고는 아래로 내려와 읍성 구석구석을 둘러봅니다. 오전시간을 넉넉히 주어선지 회원들은 벤치에 앉아 가을볕을 쐬기도 하고, 동행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여유로운 한 때를 보냅니다. 읍성 한쪽에서는 새로 이을 초가를 잇고, 배추를 수확하는 여유로운 주민들의 모습도 정겹기만 합니다.
이번 답사의 마지막은 벌교입니다. 꼬막의 고장이자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무대가 된 곳이지요. 벌교에 도착해 먼저 꼬막정식으로 점심식사를 합니다. 꼬막전, 꼬막무침, 꼬막된장찌개로 올린 점심상을 받으니 벌써 벌교의 기운이 흠씬 느껴지더군요. 우리가 벌교를 방문한 다음날부터 꼬막축제가 벌어진다고 하니 꼬막철에 맞춰 방문한 덕에 싱싱한 꼬막을 맛볼 수 있었던 것도 우리의 행운이었지요.
식사 후에는 보성군 소속으로 문화해설을 해주시는 김성춘 해설사의 설명으로 태백산맥문학관과 현부자네 등 『태백산맥』의 소설 속 무대들을 답사하였습니다. 조정래 선생의 삶과 태백산맥의 문학세계를 담아 전시하고 있는 문학관 건물은 건축가 김원 씨가 설계한 것으로 태백산맥의 정신을 승화시켜낸 건축물입니다. 문학관 옆에 세워진 옹석벽화 역시 소설 『태백산맥』의 높은 문학성과 질곡의 역사에 묻어나는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상징화한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해설을 맡아준 김성춘 씨는 벌교가 고향인 분으로 벌교에 대한 애향심과 소설『태백산맥』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한 분이었습니다. 진지하고 마음에 와 닿는 해설에 이어 선물로 들려준 아름다운 노래는 우리 팀이 받은 여행의 보너스였지요.
이번 순천만과 벌교답사는 청명한 가을날씨가 돋보였던 여행으로 좋은 날씨 덕에 방문하는 답사지마다 더 아름답고 정겨워보였지 않나 싶습니다. 순천만의 갈대밭과 칠면초 군락, 낙안읍성에서의 정겨운 시골정취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여행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이 시간을 잘 지키고 서로 배려하며 여행에 협조해주셔서 아무 탈 없이 순조롭게 잘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멀리 남도까지 다녀오느라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받은 아름답고 즐거운 에너지가 다시 돌아온 일상에 활력이 되시길 바랍니다. 여행의 피로가 남지 않도록 푹 쉬시고 다음달 제주로 떠나는 억새답사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천하장군 정지인
첫댓글 엄선된 여행지와 좋은 날씨, 그리고 좋은 분들과 함께하여 더욱 빛났던 답사여행이었습니다.
편안하고 즐거운 프로그램 운영에 감사합니다...
특히,순천만은 다시찾고 싶어요~~~
S자물길의 낙조는 잊지못할 추억이 될것 같아요...
순천답사의 청명한 가을 날씨는 우리 모두의 행운이고 반가운 선물입니다.
회원들께 좋은 추억을 드릴 수 있게 되서 저도 얼마나 얼마나 뿌듯한지 모릅니다.
늘 격려해주셔서 힘이 됩니다.^^
정성들인 작품속에서 답사의 즐거움을 다시 느껴봅니다
모두가 만족하는 완벽한 스케줄로
즐거운 여행길 만들어 주신것,, 감사드립니다
사전준비를 잘해서 본답사에 오신 회원들이 즐거워하실때 저도 보람을 느낍니다.
앞으로 더 즐거운 여행, 알찬 여행으로 초대하겠습니다. 함께 해주세요.^^
늘 철저한 준비 답사로 우리를 행복하게 즐겁게 해주시지만
특히 이번 답사는 잊지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어서 감사감사 합니다.
선암사 무지개다리와 강선루, 그리고 순천만일몰.....
신봉공주님이 너무 즐거워하시면서 사진찍는 모습에 저도 기뻤습니다.
청명한 날씨, 좋은 분들, 모두의 협조가 이뤄낸 결과이죠. 감사할 뿐입니다.^^
늘 정성을 들여 더 좋은 곳으로 안내하고픈 초록별님의 마음이 충분히 드러나는 여행이었습니다
봄에 옆지기와 선암사와 순천만을 다녀왔습니다.
가을의 순천만은 더 좋을 것 같아 동참했는 데..
와온해변과 전망대에서의 해넘이는 정말 잊지못할 멋진 여행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투명한 가을날씨가 하늘과 갈대, 갯벌과 칠면초군락을 더 돋보이게 했던 이번 순천만 답사.
우리가 함께 누린 이 행복에 감사하며, 저도 오래도록 잊지못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