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많은 사람들과 같이 일을 해봤습니다. 국내 일류대학 출신, 해외 유명대학 출신, 수많은 박사 출신 인재들, 자타공인 똑똑한 사람들을 많이 겪어보았습니다. 그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진짜 똑똑하다거나, 공부를 잘 했다거나 하는 뻔한 사실 말고 말입니다. 그건 그들이 실제 똑똑한 것만큼이나 똑똑하게 보이려고 한다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일수도 있겠지요. 그렇게 보이려고 일부러 의도하는 것이 아닐지도요. 진짜 똑똑해서 그렇게 보이는 건데 제가 삐딱하게 본 건지도 모릅니다. 당연히 제가 100% 맞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관찰한 바로는, 똑똑하게 보이는 것과 똑똑하게 보이려 하는 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회의하면서 발견한 건데요. 똑똑하게 보이려는 직원들을 보면 회의를 할 때나 일을 하면서 나오는 질문과 문제에 대해 나서서 답변을 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꼭 본인을 지정해서 한 질문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무조건 자신의 의견을 얘기해야만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성격의 적극성과는 관련이 크지 않습니다. 깊이 알지 못하는 내용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조리 있게 이야기하지만 말하는 내용에 별 알멩이는 없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해당 사안에 대해 원래 가지고 있던 생각이 없는 상태에서 급조한 논리가 횡횡합니다. 잘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그럴 듯 하게 들리지만, 결국 잘 모르겠다는 것을 멋드러지게 늘어놓는 것에 불과합니다. 왠만해서는 잘 모르겠다는 얘기를 하지 않죠.
어리석은 자는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을 하고 현자는 해야 할 말이 있어서 말을 한다고 하죠. 말을 꼭 해야 할 때 말을 하는 것이 맞는 화법입니다. 일을 할 때나 생활하면서 모르는 것을 바로 말하지 않아서 손해를 보는 상황은 거의 없습니다. 그보다는 본인의 생각을 확실히 만든 다음에 밖으로 표출하는 것이 이득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본인의 마음에도 평화를 주고요.
말을 꼭 해야 하는 상황인데 아직 생각 정리가 안 되어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정리가 된 다음 의견을 전달하면 됩니다. 그게 더 믿음이 갑니다. 생각과 의견 정리를 하는데 글은 아주 좋은 수단입니다. 얼핏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잘 모르는 것들이 태반이죠. 실제로 글로 옮겨보면 몰랐던 부분이 확연하게 드러나고 자신의 생각을 더 공고하게 다질 수 있습니다. 굳이 풀 텍스트로 쓸 필요도 없습니다. 요점만 잘 적으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말을 꼭 해야 하는 상황인지 아닌지 판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모든 일에 다 말을 할 필요도 없고, 세상만사에 대해 다 의견을 가지고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이전에는 세상 모든 것에 대해 자신의 고유한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자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소위 지식인이 되어야겠다는 허영에 절어 있던 시절에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단언컨데 모든 의견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그럴 수도 없습니다. 모르는 것을 굳이 얘기할 필요도 없고요. 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가져야 할 부분들은 있습니다. 자신이 직접적으로 일하고 있는 전문 분야가 그렇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들이라면 입 밖으로 섣불리 내뱉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정리되지 않은 것 역시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나는 말해야 할 때 말하고,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였는가 되돌아 보시기를. |
첫댓글 말해야 할 때 침묵하고, 침묵해야 할 때 말해놓고 후회한 적이 두서너대여섯.. 꽤 많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용기가 필요할 때도 참 많은것 같아요~
후회도 참 많이 했지요~^^
아마 지금도 후회중일겁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