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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I Love Soccer (축구동영상) 원문보기 글쓴이: ljsning=shunske
기사전송 2008-12-29 14:31 |
또 다시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시간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가는 것 같다. 2008년의 대한민국 축구를 뒤돌아 볼 시간이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는 한 해였다고 생각한다.
1. 사우디전의 승리
대표팀이 올해 거둔 가장 인상적인 승리였던 사우디전은 미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훌륭한 결과였다. 한국이 남아공 월드컵에 진출하고 나면 사람들은 “그래, 지금 생각해보면 사우디전이 전환점이 된 것 같아!”라고 말할 것이다. 약간의 운이 따랐던 것도 사실이지만 한국은 그 행운을 놓치지 않고 제대로 활용했다. 그 덕분에 리야드 원정이라는 힘든 도전을 승리로 장식할 수 있었다. 사우디전이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대표팀을 향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이 승리로 인해 대표팀의 2008 시즌은 행복하게 마무리될 수 있었다.
2. 박지성, UEFA 챔피언스리그 그리고 클럽 월드컵
한국이 배출한 선수가 프리미어리그 우승 팀의 주역은 물론 유럽과 세계 대항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맨유에게도 엄청난 성과였지만 박지성 개인에게도 커다란 의미를 주었던 한 해였을 것이다. 모스크바에서 벤치에조차 앉지 못했던 것은 분명히 실망스러웠지만, 전반적으로는 박지성이 보낸 최고의 시즌이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를 돌아봐도 한 시즌에 이와 같은 업적을 모두 이뤄낸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3. 수원의 연승 행진과 리그 우승
수원의 2008시즌 전반기에는 오직 ‘승리’라는 두 글자 밖에 없었다. 11연승은 정말 환상적인 기록이었으며 K리그의 새로운 역사를 만든 시간이었다. 수원은 마치 승리를 위해 만들어진 기계와 같았고, 경기력이 좋지 못할 때도 승점 3점은 챙겨가는 ‘묘기’를 부리기까지 했다. 에두-마토-이운재가 최전방-수비-골문에 차례로 포진한 수원의 안정된 전력은 성공적인 시즌의 밑거름이 됐다. 정규리그 1위를 한 수원이 챔피언이 된 것은 당연했다.
4. Two Dragons
다른 언론에서도 너무 많이 썼던 표현이지만 ‘쌍용’의 출현과 성장은 무척 인상 깊었다. 프로 팀에서도 호흡을 맞춰온 이들은 비슷한 시기에 대표팀에 들어가 성공의 시간을 만들어냈다. 이 두 영스터가 2008년 한국 축구의 기폭제 역할을 했음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이들은 한국 축구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었으며, 더 이상 2002년의 올드보이들에 의지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도 해줬다. 이런 젊은이들이 있는 한 한국 축구에는 언제나 희망이 존재한다.
5. 짜릿했던 우승 경쟁과 6강 플레이오프
여러분께서도 내가 플레이오프 제도의 지지자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나 역시 6강 진출을 위한 피 말리는 레이스를 보며 짜릿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정규리그의 마지막 날은 진정한 ‘풋볼데이’였다. 전국 모든 축구장의 상황이 중요하게 작용했으며, 특히 6위를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인 3팀의 대결은 축구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6강 플레이오프를 향한 각 팀들의 도전은 리그 막판의 2~3달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6. 황선홍과 신태용
황선홍이 부산의 감독으로 임명되며 한 해가 시작됐고 신태용이 성남의 새 보스가 되며 한 해가 끝났다. 이 두 젊은 감독은 국내, 외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갖추고 있으며, 선수로서도 타의 모범이 됐던 진정한 프로페셔널들이었다. 한국 축구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젊은 지도자들의 창의력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7. AFC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참패
아시아 무대에 도전했던 포항과 전남은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인 끝에 8강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탈락했다. 포항은 호주와 중국 팀에 밀리며 고전했고, 전남은 일본, 호주, 태국 팀을 만나 만족스러운 축구를 펼치지 못했다. 이번 실패는 리그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팀이 K리그를 대표해야 한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8. 이동국과 이천수의 실패
해외 무대에 도전해서 실패한 것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80년대 초반 유럽에서 가장 무서운 스트라이커였던 이안 러쉬는 1985년 리버풀에서 유벤투스로 이적했다. 하지만 그는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곧바로 잉글랜드로 복귀했다.
두 명의 이씨가 거둔 처절한 실패는 빅리그나 유명 클럽에 진출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확실히 증명했다. 그 결과로 이들은 허정무 감독의 구상에서 완전히 배제되었으며, 팬들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9. 경제 위기
전 세계의 금융 질서가 순식간에 무너졌고, 불황의 그림자는 세상의 모든 것들 뒤덮었다. 축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제 위기가 축구에 미친 정확한 영향은 좀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K리그 구단들은 이미 예산 삭감에 들어갔으며 스폰서들도 다급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선수들은 선수들대로 경제 논리에 따른 해외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경제가 어찌되었건 간에 축구는 굳건히 살아남을 것이다!
10. K3 승부조작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는 무척 놀랐다. 하지만 도박과 승부조작의 특성상 K리그보다는 K3가 더 손쉬운 타켓이 된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나는 이 사건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 한다. 우리가 교훈을 얻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한다면, K리그에서는 이러한 비극이 재현되지 않을 테니까.
2008년에도 이 공간과 함께 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엠파스, 네이트, 싸이월드에 내 글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큰 영광이었다. 번역에 힘써주신 조건호 씨와 SK 커뮤니케이션의 최우근, 신우식 씨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2009년은 한국 축구와 독자여러분 모두에게 더욱 즐겁고 신나는 시간이 되기를 기원한다.
=존 듀어든은 런던 정경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 을 졸업했으며 풀타임 축구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가디언, AP 통신, 축구잡지 포포투(영국, 한국), 골닷컴에 아시아 축구에 대한 심도 있는 기사를 송고한다. 현재 서울에 거주 중인 그는 호주 ABC 라디오와 CNN에서도 활약하는 국제적인 언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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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조건호 (스포츠 전문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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