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친일파인명사전을 만들고 있는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운영위 부위원장으로 있는 이봉원입니다. 먼저 아리랑응원단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올 여름 독일에서 열리는 월드컵 경기를 위해 우리나라에는 현재 이 곳말고도 다른 두 곳의 응원단이 더 있음을 알고 있지만, 왠지 이곳 회원들이야말로 제 소망에 가장 잘 공감해 주실 것 같아서, 회원 가입부터 한 뒤, 이 글을 씁니다.
제 소망은 한 마디로, 월드컵 때 부를 응원가 속에 독립군가가 적어도 한 곡쯤 포함됐으면 하는 것입니다. 우리 선열들이 만주 벌판에서 중국 중원 땅 곳곳에서 조국의 독립과 후손의 행복을 위해 피맺힌 목소리로 부르면서 적과 싸웠던 자랑스런 독립군가를, 독일 현지에서든 국내 방방곡곡 응원 광장에서든, 이 시대를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오늘의 애국 시민과 학생들이 한 목소리로 부르자는 것입니다.
남북의 우리 겨레, 우리 국민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역사적인 세계 축제, 월드컵의 응원을 통해, 중국의 동북공정 음모나 일본의 독도 관련 망언을 가슴 후련하게 분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자는 것입니다.
이미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독립군가 십여 곡을 국군군악대 버전 외에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춰 신나는 대중가요 버전으로도 편곡 녹음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민족문제연구소 역시 “신독립군가로 월드컵 때 남북이 함께 응원하자”는 취지로, 신독립군가 플래시를 공모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응원단측에서 새삼 준비할 일도 별로 없을 것입니다.
끝으로 여기 제가 지난해 모 일간지에 투고했던 글 하나를 덧붙입니다.
부디 아리랑응원단을 이끌고 계신 관계자분들과 애국 회원 여러분들의 지지와 성원을 당부합니다. 제 소망에 공감하시면 이 운동해 적극 동참해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군인들에게 독립군가를 가르쳐라.”
2004년 1월,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편찬 국민 모금 때 누리꾼들 사이에서 폭발적으로 퍼졌던 독립군가 ‘압록강 행진곡’이 초등학교 4학년 음악 교과서에 실렸다. 1940년대 광복군들이 불렀던 박영만 작사 한유한 작곡의 압록강 행진곡이 바로 그것이다. 그 동안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국악곡은 많이 실렸지만, 독립군가가 실린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매우 뒤늦은 감이 있으나, 참으로 잘한 일이다.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고 꿈과 국가관을 키울 나이에, 이런 노래를 가르친다는 것은, 애국심을 지니게 하는 데 그 이상 좋은 방법이 없을 것이다.
이 반가운 소식을 접하면서, 나는 우리 나라 젊은이들이 군인이 되기 위해 입소하는 국군 훈련소에서도 선열들이 피맺힌 목소리로 불렀던 우리의 자랑스런 독립군가와 광복군가를 배우고 부르게 되기를 바란다.
헌법 전문에, ‘우리 대한 국민은, 3.1운동으로 세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는다.’고 돼 있고, 우리 국군도, 지난 한 시절엔 그렇지 못한 면이 있긴 했지만, 만주 벌판에서 일제 침략군과 싸우던 독립군과 임시정부가 창설한 광복군의 정신과 실체를 어엿이 계승하고 있다고 볼 때, 그때 그 선열들이 불렀던 노래를 군가로 채택해 보급하는 데 주저할 까닭이 없다.
세계 여러 나라는 자국의 군인들이 부르는 군가는 물론이고,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하는 데 필수적인 노래(국가)를, 자신들의 독립투쟁이나 혁명, 전쟁 시에 불렀던 노래로 삼은 경우가 참으로 많다. 아래에 소개하는 국가들이 다 그렇다.
그리스의 국가 ‘예리한 칼날에’, 네델란드의 ‘네델란드인의 피에 끓는 것’, 미국의 ‘성조기여 영원하라’, 벨기에의 ‘브라방의 노래’, 아르헨티나의 ‘조국행진곡’, 이탈리아의 ‘이탈리아의 형제들이여’, 중국의 ‘의용군행진곡’, 터키의 ‘독립행진곡’, 폴란드의 ‘다블로스키의 마주르카’, 프랑스의 ‘라 마르세예즈’, 필리핀의 ‘애국행진곡’ 따위.
그밖에도 신생국가들은 대개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내용을 국가에 담았다.
대한민국 국군은 대한민국과 국토, 국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최일선의 애국 집단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부르는 군가에 우리 선열들이 불렀던 독립군가나 광복군가가 몇 곡 포함되는 것이 아주 마땅하다. 이런 노래를 부르며 군생활을 마친 젊은이들은 살아가는 평생을 통해 그 정신이 살아남을 것이다. 그리고 당장에는 월드컵 축구경기장 같은 데서 그들은 군에서 배운 독립군가를 응원가로 힘차게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