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밤, 처음으로 그가 동행하지 않고 혼자서 박배낭을 짊어지고 비박지로 향했다.
숙영지 들머리에 도착한 시간이 이미 새벽 2시 30분....
강원도 깊숙한 용대리는 이미 칠흑같은 어둠에 휩싸여 인기척이라고는 우리말고는 없었다.
기온이 부쩍 낮아졌는지, 보슬비 정도만 내릴 줄 알았던 날씨는 제법 진눈깨비가 섞여 내리고 있었다.
설사가상 배낭의 허리벨트와 가슴벨트까지 영남알프스를 다녀오면서 말썽이었는데, 미처 수리를 해두지 못했더니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이런 난감할 때가....
마치 결전을 앞둔 장수처럼 비장한 마음이 들었다.
그가 함께 있었다면 좀 더 안심이 되었으련만 걱정하는 그를 두고... 혼자서 박배낭을 온전히 짊어지고 야영을 잘 다녀오겠노라 큰소리 탕탕치고 왔으니 이제는 물러설 수도 없겠다.
일행은 헤드렌턴에만 의지해 초입의 계곡을 건너다 미끄러운 바위때문에 카메라가 망가지는 사고를 내었다.
굉장히 좋은 카메라라 속상함이 보통은 아니었을테고, 제 몸과 같이 아끼던 물건이니 섭섭함이 더했으리라....
이래서 어두움은 얼마든 두려운 존재가 될 수 있다.
올초에 건널때는 참 아담하고 작은 개울정도였는데, 이렇게 무섭도록 적막하고 어두운 밤에 그 앞에 서니 마치 커다란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양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도 않으니 말이다.
우리는 조심조심 건네주는 손길에 의지해 아득해만 보이던 개울을 건넜다.
이럴때 서로가 있다는 것은 풍랑이 이는 바다에서 저 멀리 등대를 의지해 안전한 항구를 찾아가는 뱃사람의 마음과 같으리라...
만세님이 단단히 붙잡아 주는 손을 마주 잡으며 목적지까지 무사히 갈 수 있거라는 안도감이 들었으니까..
간격이 벌어질 때마다 앞,뒤로 기다려 주던 따뜻한 카풀동료들....
파란달님과 빛누리님 정우야님..우리는... 서로의 앞을 헤드렌턴으로 비춰주며 도닥도닥 어둠을 헤치며 함께 걸었다.






지난밤 빗속에서 무사히 숙영지에 도착해 집을 지었다.
새벽 5시가 넘어 사이트구축을 마쳤으니 지난밤이 아니고 오늘 새벽이네.ㅎㅎㅎ
서로의 처마를 맞댄 참 다정한 마을이다.




빨강, 파란, 초록, 연두빛깔의 타프들이 전나무숲으로 막 날아오를 참이다.
줄을 매달아 나무에 붙들어 두지 않았다면 하늘을 날으는 가오리연처럼 나는 저 타프를 붙들고 끝간데 없이 강원도의 하늘을 부유했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소복소복, 사각사각, 바스락 바스락...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선 산책길에서 숲은 내게 좀더 다가오라고 소곤거리기 시작했다.
계곡은 청량한 물소리를 내며 곁을 지나고, 이르게 져버린 가을낙엽들은 마치 융단을 깔아 놓은듯 발걸음을 폭신하게 잡아 둔다.
이 아름다운 곳을 맘껏 욕심부려도 좋을만큼 오늘, 내일이 내 것이라니 어떤 부자가 뽐을 내어도 부럽지도 않겠다. ㅎㅎ



미시령이 뚫리기전에는 영동과 영서를 잇는 중요한 교통의 요지여서 마장터에는 주막과 마방이 번성하고 장이 서던 곳이라 한다.
이제는 그나마 화전을 이루고 이 곳에 기대어 살던 이들도 모두 떠나게 해서, 겨우 두어명의 주민이 살아갈 뿐이다.
화전을 일구느라 황폐해진 숲을 수십년에 걸쳐 전나무를 인공조림하였다.
이제 전나무숲은 마치 수백년동안 숲을 지배하고 이곳에서 터잡고 살았던 생물처럼 온숲을 다시 초록으로 바꾸어 놓았다.
사람이 떠난 자리를 다시 사람손으로 살려 놓았으되, 가난이 사무쳐 이곳에서 화전을 일구던 이들은 다시 어디에 기대고 살아갈까?





슝~~~슝~~~슝~~~
연두색의 별덮개를 이고 있는 붉은색의 텐트는 우주선처럼 출발준비를 마쳤다.
붕붕붕 엔진를 다시 걸고, 연료만 가득 채워 준다면, 별덮개를 날개처럼 펼치고 곧 날아갈 터이다^^


2일간의 식수를 모두 챙겨 오지 못한 동료들을 위해, 달님은 저렇게 비탈진 계곡길을 내려가 몇번을 물을 길어 오신다.
그렇게 길어 온 식수는 정수를 해서 이웃집에도 나눠주고, 향긋한 차를 타서 마시고, 목마른 어느 누가 와도 맘껏 목을 축인다.
보이지 않게 배려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어여쁜 마음일테지...







하늘도 안보일정도로 전나무가 빼곡한 이곳에서 어떤 이는 살고 싶었나보다.
딱 1개의 텐트를 칠 수 있을만한 나무사이 아늑한 공간을 바닥을 돌하나 없이 골라두고, 잔가지로는 울타리를 쳐 두었다.
이 오지까지는 아무리 서둘러 걷는다해도 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2시간여....
도시에서 지친 심신을 달래러 이 곳까지 달리고 달려와서 그는 이곳에서 하루밤, 하루낮의 휴식을 얻어서 돌아갔으리라..
번지수도 문패도 없지만, 아마도 이 곳은 그의 마음의 집일 터...
어쩌면 나도 단촐하고 소박한 집터의 이웃이 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많이 웃고, 또 많이 행복했던 동화같은 숲에서의 2번의 밤.
이제 가을이 깊어, 오지인 이곳은 겨울조차 서둘러 오리라...
겨울과 가을의 추억을 쌓아 두었으니... 내년 봄... 생그러운 야생화들이 들판에 지천일 때면 다시 만나러 오리라..
다정한 사람들과 또 다시....
그러게요. 너무 잘먹어서 운동한게 아무 소용이 없다니깐요...
물고기자리님이 계신거 알았으면 만났을 텐데...저희팀은 마산봉으로 넘어 갔습니다.
함허동천에서 뵈었던 나니 부부
어머~ 그럼 제더님하고 다 그쪽으로 가셨어요? 이런이런... 그 위쪽으로 올라가시는 팀을 뵙긴 했는데...나니님 팀이었군요. 아이고...아쉬워요. 그날 뵈었으면 너무 반가웠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