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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론(2020.9.28.)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강의 이후 10년만에 펴내는 신작
물 흐르듯 펼치는 고전 공부와 인문학적 담론 나의 대학 시절 이라 술회하는 수형생활의 일화들
돌베개 2018년 초판 28쇄 발행
책을 내면서
1989년 처음 성공회대학에 왔을 때 학교는 작고 교수는 적어서 전공도 아닌 강의를 맡았습니다. 한국사상사, 동양고전강독, 사회과학개론, 정치경제학 등입니다. 그중에서 고전강독과 정치경제학을 오래 강의한 셈입니다.
1부 고전에서 읽는 세계 인식
1 가장 먼 여행
우리의 강의실이 위로와 격려, 약속과 음모, 공감과 소통의 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계몽주의는 상상력을 봉쇄하는 노인 권력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느 날 문득 인연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인연들이 모여서 운명이 되기도 합니다. 농기구로 땅을 파헤쳐 농사짓는 일이 공부입니다. 고전 공부는 인류가 지금까지 쌓아 온 지적 유산을 물려받는 것입니다. 역사와 대화하는 것입니다. 공부란 세계 인식과 인간에 대한 성찰이면서 동시에 미래의 창조입니다. 우리가 갇혀 있는 완고한 인식틀을 깨뜨리는 것이 공부입니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여향이 공부의 시작입니다.
생각은 가슴 두근거리는 용기입니다. 공부는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애정과 공감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세상에 자기를 잘 맞추는 사람입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어리석게도 세상을 사람에게 맞추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중심부는 기존의 가치를 지키는 보루일 뿐 창조 공간이 못 됩니다. 인류 문명의 중심은 항상 변방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러나 변방이 창조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전제가 있습니다. 중심부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어야 합니다.
2 사실과 진실
사기의 30세가 70열전에는 약 150여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그중의 약 130여명이 사마천과 같은 비극의 인물들로 채워졌다고 합니다. 철학은 세계의 본질과 운동을 추상화하는 것입니다. 강의 첫 시간에 시를 다루는 이유가 이러한 인식틀을 깨뜨리기 위한 것입니다.
인식은 대상을 선별하고 재조직하는 주체적 실천입니다. 영상서사 양식은 그 압도적 전달력에도 불구하고 인식 주체를 소외시킨다는 점에서, 그리고 인식 주체를 무력화한다는 점에서 회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사철의 추상력과 함께 그것의 동일성 논리, 시서화악의 상상력과 함께 그것의 주관성과 관념성, 그리고 영상서사의 압도적 전달력과 함께 인식 주체의 소외 문제를 해결해 가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시는 언어를 뛰어넘고 사실을 뛰어넘는 진실의 창조인 셈입니다. 우리의 세계 인식도 이러해야 합니다. 공부는 진실의 창조로 이어져야 합니다.
시적인 관점이라는 것은 사실성과 사회미에 충실하되 사실 자체에 갇히지 않는 것입니다.
시는 진정성의 공감이 있어야 합니다. 자기도 감동하지 않는 것은 아무리 화려한 그릇에 담는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공감하지 못합니다.
사물의 변화를 읽으려 할 경우 시는 대단히 뛰어난 관점을 시사합니다. 기승전결이라는 시의 전개 구조가 그렇습니다. 먼저 시상을 일으킵니다. 다음 그 상황이 일정하게 지속되는 과정이 이어집니다. 승입니다. 이러한 양적 축적의 일정한 단계에서 변화가 일어납니다. 질적 변화입니다. 그것을 전이라고 합니다. 그런 다음에 지금까지의 과정이 총화된, 다시 말하자면 기승 전의 최종적 완성형으로서 결로 마무리되는 구조입니다. 기승전결은 사물의 변화나 사태의 진정을 전형화한 전개구조입니다.
시서화는 높은 차원의 인식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와 숫자로서 세계를 인식하고 있는 것이 현 숮누의 우리들의 세계 인식입니다.
3 방랑하는 예술가
시경이 북방 문학임에 비하여 초사는 남방 문학입니다. 남방은 양자강 유역입니다. 기온이 따뜻하고 의식주 걱정이 없습니다. 이처럼 느긋한 삶 속에서 만들어진 노래가 초사입니다. 시경의 세계와 판이합니다.
북에 지는 것이 패배의 일반적 의미로 통용됩니다.
시경보다 초사의 세계가 더 풍부한 인문학적 담론을 제공합니다.
중국 역사에서 남방이 패배의 땅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낭만과 창조의 세계이기도 합니다. 초사에서 우리가 구성할 수 있는 사유의 폭은 대단히 넓습니다. 마오 사의 창조성과 그의 문풍의 원류가 바로 초사의 세계라고 합니다. 중국 혁명 과정에서 흔히 류사오치와 마오를 대비합니다. 류사오치는 국민당 지배 하의 상해를 중심으로 노동자들의 지하조직을 이끌었습니다. 마오는 해방구를 건설하여 국민당 군과 대적했습니다.
낭만은 불어 로망의 번역어입니다. 이야기란 뜻입니다. 논리 체계를 갖추지 않은 서술 일반을 로망이라고 합니다. 낭만주의는 고전주의와의 결별이었습니다.
추상은 복잡한 것을 간단하게 압축하는 것이고, 상상력은 작은 것으로부터 큰 것을 읽어내는 것입니다. 문사철이 바로 개념과 논리로 압축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세계에 대한 온당한 인식틀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가 복잡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가장 필요한 능력이 바로 추상력입니다.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게집어낼 수 있는 추상력이 긴급히 요구됩니다. 우리가 공부하는 것은 핵심을 요약하고 추출할 수 있는 추상력을 키우기 위한 것입니다. 작은 것, 사소한 문제 속에 담겨 있는 엄청난 의미를 읽어 내는 것이 상상력입니다.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는 이 두 가지 능력, 즉 문사철의 추상력과 시서화의 상상력을 유연하게 구사하고 적절히 조화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입니다.
말은 듣는 상대가 기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언의 배치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을 설득해야 하고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와의 대화가 기쁜 것이어야 합니다. 자신의 지식과 도덕성이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어서는 인긴관계에서 실패하게 마련입니다. 귀곡자는 언어를 좋은 그릇에 담아서 상대방에게 기분 나쁘지 않게 전달하는 것, 그것이 성이라고 했습니다.
4 손때 묻은 그릇
고전은 오래된 미래입니다. 현재 속에는 과거가 있고, 그리고 미래는 이 현재가 변화함으로써 다가오는 것입니다. 우리가 고전을 공부하는 까닭은 장기 지속의 구조를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주역에는 64개의 괘가 있습니다. 하나하나가 세상의 변화를 보여주는 패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의 능력이 100이면 70의 역량을 요구하는 자리에 가면 실위가 됩니다. 그 경우 부족한 30을 함량 미달로 채우거나 권위로 채우거나 거짓으로 채울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부려서 하는 일이 자기의 능력이라고 착각하면 안 됩니다. 사람과 자리를 혼동하지 말아야 합니다.
생명의 본질은 안정감입니다. 안정감은 우호적 관계속에서 느끼는 것이기도 합니다. 노인들이 늘 충고하기를 중간만 가라고 합니다. 모나면 정 맞는다고 합니다.
성찰은 시각을 자기 외부에 두고 자기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자기가 어떤 관계 속에 있는가를 깨닫는 것입니다.
겸손은 자기를 낮추고 뒤에 세우며, 자기의 존재를 상대화하여 다른 것과의 관계 속에 배치하는 것입니다.
절제는 자기를 작게 가지는 것이비낟. 주장을 자제하고, 욕망을 자제하고, 매사에 지나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미완성은 목표보다는 목표에 이르는 과정을 소중하게 여기게 합니다. 완성이 없다면 남는 것은 과정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 네가지의 덕목은 그것이 변방에 처할 때 최고가 됩니다/ 변방이 득위의 자리입니다.
우리는 사람을 개인으로 심지어 하나의 숫자로 상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노인들은 고암 선생의 경우처럼 뉘 집 큰아들로 생각합니다. 사람을 관계 속에 놓습니다. 이러한 노인들의 정서가 주역의 관계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5 톨레랑스에서 노마디즘으로
유가학파는 바로 이러한 패권 경영에 반대하고 제후국 연방제라는 주나라 모델을지지 합니다. 그것이 화이부동입니다. _군자는 화목하되 부화뇌동하지 않으며, 소인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화목하지 못한다. 화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관용과 공존의 논리입니다. 반면에 동은 지배와 흡수합병의 논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화와 동은 철저하게 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군자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지배하려고 하지 않으며, 소인은 지배하려고 하며 공존하지 못한다.
관중은 환공을 도와서 최초의 패자로 등장하게 합니다. 황하의 물을 전쟁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맹약을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패도는 성공하고 왕도는 실패했습니다.
연암은 실학파 중에서 북학파로 분류됩니다. 북학의 반대는 남학이 아니라 북벌입니다. 효종의 국시가 북벌이었습니다. 북벌이란 청나라 오랑캐를 정벌하자는 것입니다. 이후 조선은 북벌을 국시로 하는 소중화의 나라로 교조화됩니다. 조선 시대의 이러한 상황에서 북학은 엄청난 이단이었습니다. 통일이야말로 진정한 해9방이고 지연된 독립이다.
618년 당나라가 중국을 통일하면서 고구려와 백제가 멸망합니다. 통일신라는 개방화되고 속국화됩니다. 2천여 년 동안 우리가 경영해 온 세계와의 관계형식이 바로 자주와 개방이라는 두 개의 축입니다.
조선 후기 개화 정책은 망국과 식민지로 귀결됩니다. 불과 100년 전의 역사입니다. 불행하게도 지금은 두 개의 경영 축을 지혜롭게 구사하기는커녕 그 주도권을 다른 나라들에게 빼앗겨 그들에게 역용당하고 있습니다.
톨레랑스를 넘어 탈주하는 노마디즘이며 그리고 오늘날의 패권적 질서 이후를 고민하는 탈근대 담론이기도 합니다.
6 군자는 본래 궁한 법이라네
비읍은 공동체 문화가 온존해 있는 자유로운 영역이었습니다. 이 비읍에서 공자가 무당의 사생아로 태어납니다. 야합으로 태어났다고 사기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당시는 양가의 합의를 거치지 않은 혼레를 야합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또 글자 그대로 중국에는 춘절에 야외에서 혼교가 허용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기록에선 칠십 노인 숙량홀과 16세의 안징재 사이에서 공자가 태어납니다. 세 살 때 아버지가 별세하고 스물 네 살 때 어머니도 사망합니다. 공자에겟는 스승도 없습니다. 비읍에 유라는 직업이 있었습니다. 장례를 대행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참주세를 반대하다 망명한 14년의 유랑이 공자를 광견과 혁명가로부터 만세의 목탁으로 바꾸어놓은 일대 사변이라고 봅니다.
논어는 공자의 대화록입니다만 대체로 만년의 유가 담론을 정리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용도 당시의 패도와 준별되는 왕도론입니다.
무신불립_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고 합니다.
공자는 인을 가까이 있는 사람이 기뻐하고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오는 것이라 했습니다.
지배-피지배라는 2항 대립 구조에서 제3항이 추가된다는 것은 혁명적 변화입니다. 가위와 바위로만 승패를 가르는 게임에 보가 등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가위-바위-보가 되면 사회의 역동성이 증폭됩니다. 그 일환으로 나타난 것이 인간에 대한 주목이었고 인간관계의 발견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논어는 인간에 대한 담론이고, 자본론은 자본주의 사회 구조에 관한 이론이고, 노자는 자연에 대한 최대 담론이라고 했습니다.
7 점은 선이 되지 못하고
주역의 관계론 독법, 논어의 화동 담론, 그리고 맹자의 만남입니다.
흔종이란 종을 새로 주조하면 소를 죽여서 목에서 나오는 피를 종에 바르는 의식입니다.
소를 양으로 바꾼 이유는 양은 보지 못했고 소는 보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맹자의 해석입니다.(이양역지)
얼굴 없는 생산과 얼굴 없는 소비가 상품교환이라는 형식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관계입니다.
진정한 즐거움이란 독락이 아니라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맹자의 여민락입니다. 민본사상의 문화적 비전이라 할 만합니다.
순자의 성악설은 예론 그리고 법가의 이론으로 발전해 갑니다. 법가 이론을 집대성한 한비자와 진시황을 도와 법가 이론으로 천하를 통일한 이사가 순자 문하에서 나옵니다.
하늘이 내린 재앙은 피할 수 있어도 자기가 먼저 불러들인 재앙은 결코 피하지 못하는 법이다.
8 잠들지 않는 강물
유가 이로움이 되는 것은 무가 쓰임이 되기 때문이다.
무위는 노자 실천론의 핵심입니다. 노자의 자연은 제자백가의 교조적이고 주관적인 인식을 비판하는 반패권 담론입니다.
가장 약하고 가장 낮은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민초입니다. 노자의 물은 이처럼 민초의 얼굴입니다. 연대는 물처럼 낮은 곳과 하는 것입니다. 잠들지 않는 강물이 되어 바다에 이르는 것입니다. 바다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대국은 암컷처럼 생명을 기르고 야욕이 없는 허정한 모습으로 가장 낮은 곳에 처해야 한다. 패권 추구가 아니라 생명을 키우고 평화를 완성하는 세계상을 그려 보이고 있습니다.
9 양복과 재봉틀
기계보다는 인간을 중시하는 장자의 인간학
기계,기술,속도,효율성에 대한 우리 시대의 신화를 반성하자는 것입니다.
장자는 기심이 생기고 순백하지 않고 생명력이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기계를 반대합니다.
가치 생산이란 노동과 자연이 결합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기계는 과거 노동이 응고되어 있는 것입니다. 과거의 노동이 여기에 투입됨으로써 현재의 노동을 줄여 주는 것입니다.
노동은 생명이 세상에 존재하는 형식입니다. 그것을 기계에 맡겨 놓고 그것으로부터 내가 면제된다고 해서 행복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기계의 효율을 통하여 더 많은 소비와 더 많은 여가를 즐기게 된다면 그것으로써 사람다움이 완성된다고 할 수 있을까요? 노동 경감과 소비 증대가 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화장, 성형, 의상으로 실현할 수 없는 것이 자기 정체성입니다. 그것은 노동과 삶, 고뇌와 방황에 의해서 경작되는 것이라고 해야 합니다. 장자의 반기계론은 우리의 삶에 대한 반성입니다. 속도와 효율, 더 많은 소유와 소비라는 우리시대의 집단적 허위의식에 대한 고발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 시대를 역사적으로 바라보면 그 시대가 갇혀 있던 문맥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그러나 당대 사회를 성찰한다는 것, 그리고 자기 자신을 성찰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불구의 산모 여지인의 몸짓은 그 통절함이 과연 자기 성찰의 정점입니다. 우리의 장자 독법이 바로 이러한 성찰이어야 할 것입니다.
노자의 무위와 장자의 탈정은 여러분이 두고두고 그 내용을 채워 가시기 바랍니다.
10 이웃을 내 몸같이
거울에 비추어 보면 외모만 보게 되지만, 자기를 다른 사람에게 비추어 보면 자기의 인간적 품성이 드러납니다. 인문학적인 메시지이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금언입니다.
이 무감어수의 원전이 묵자입니다. 교재에 불경어수로 되어 있습니만만 경과 감은 통용됩니다.
부차와 지백처럼 공격 전쟁을 계속하다가 패망한 역사적 교훈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이 사람들에 비추어 보면, 공전이 바로 패망의 길임을 잘 알 수 있다는 것이 무감어수입니다.
1919년 5·4운동이 일어나고 중국에 마르크스 사상이 소개되면서 신청년운동이 묵자를 주목하게 됩니다. 우리에게도 이런 좌파 사상이 있었구나 하면서 주목했다가 금방 패기됩니다. 두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하나는 천지사상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존재를 수긍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비폭력 사상 때문입니다. 프롤레타리아 혁명 전략과 배치된다는 이유였습니다. 이 두가지 이유로 중국공산당에서도 배척됩니다. 2천년 만에 잠시 복권되었다가 금방 폐기되는 대단히 불우한 운명입니다.
상현은 신분에 관계없이 현자를 천자로 모신다는 사상입니다.
상동은 모든 사람들을 평등하게 대하는 것이빈다.
겸애는 똑같이 사랑하는 것입니다
비공은 공격 전쟁 반대, 절용은 물건을 아껴 쓰는 것, 절장은 장례를 간소하게 하는 것, 천지는 중국공산당에서 비판한 하느님의 뜻입니다만 사실 묵자의 하느님 사상은 절대 신이 아니라 일종의 도구 신 개념입니다. 하느님이 겸애다. 그러니 겸애하지 않으면 하느님의 진노를 받을 것이다.
천명이라는 것은 폭군들이 자기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만든 것일 뿐 결코 하늘의 뜻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비유는 유가에 대한 비판입니다. 유가는 본질적으로 왕이나 지배 계층에 기생하며, 괜히 오르내림의 절차를 번잡하게 하고, 슬픔을 강조하는 등 불필요한 예를 만들어내는 무리라고 비판합니다.
겸애는 기본적으로 계급 철폐의 평등사상입니다. 묵자 사상의 핵심은 겸애입니다.
묵자는 전쟁과 전쟁 문화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전쟁 방식을 통한 부국강병 정책 그 자체의 불가함을 역설합니다.
묵자학파는 반전 평화론을 전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대거 방어 전쟁에 투신하는 실천적 면모를 보입니다.
11 어제의 토끼를 기다리며
한비자는 10만 자의 방대한 책입니다. 노자가 5천자, 논어가 1만2천자, 맹자가 3만5천자, 장자가 6만5천자입니다.
법가는 실제로 전국시대를 통일했습니다. 그 사상의 현실 적합성이 검증된 학파입니다. 이 법 가사상을 집대성한 학자가 한비자입니다. 그가 집대성한 책 이름도 한비자입니다. 진왕을 도와 천하를 통일한 이사와 함께 순자 문하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법가사상은 전국시대의 사상입니다. 전국시대는 춘추시대와 달리 주나라 천자의 존재감이 거의 사라진 시기입니다. 그만큼 제후국의 정치적 운신의 훨씬 더 자유로워진 시기였습니다. 법가사상은 제왕학이고 군주론입니다.
진시황은 자초의 아들이 아니라 여불위의 아들이라는 주장입니다.
진시황 집권 10년에 여불위는 하남 땅으로 추방당하자 자결합니다. 여불위는 장양왕 때부터 진시황 10년까지 상국으로서 천하통일의 기틀을 만들었습니다.
구릉처럼 완만하고 천천히 죽게 하는 집행 방법이 능지처참입니다. 칼로 찔러 처형하는 경우도 3,600도의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분서갱유는 통일 국가의 기틀을 공고히 하고 지방분권의 봉건적 질서를 복귀하려는 반혁명의 소지를 없애는 정책이었습니다.
간디가 열거하는 나라를 망치는 7가지 사회악_원칙없는 정치, 노동없는 부, 양심없는 쾌락, 인격 없는 교육, 도덕 없는 경제,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신앙
한비자의 망국론
1 법을 소홀히 하고 음모와 계략에만 힘쓰며, 국내 정치는 어렵게 두면서 나라 밖 외세만을 의지한다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2 신하들은 쓸데없는 학문만을 배우려 하고, 귀족의 자제들은 논쟁만 즐기며, 상 상인들은 재물을 나라 밖에 쌓아 두고, 백성들은 개인적인 기권만을 취한다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3 군주가 누각이나 연못을 좋아하며, 수레나 옷 등에 관심을 기울여 국고를 탕진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4 군주가 간언하는 자의 벼슬 높고 낮은 것에 근거해서 의견을 듣고, 여러 사람 말을 견주어 판단하지 않으며, 어느 특정한 사람만 의견을 받아들이는 창구로 삼으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5 군주가 고집이 세서 화합할 줄 모르고, 간언을 듣지 않고 승부에 집착하며, 사직은 돌보지 않고 제 멋대로 자신만을 위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6 다른 나라와의 동맹이나 원조를 믿고 이웃 나라를 가볍게 보며, 강대한 나라의 도움만 믿고 가까운 이웃 나라를 핍박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7 나라 안의 인재는 쓰지 않고 나라 밖에서 사람을 구하며, 공적에 따라 임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평판에 근거해서 뽑고, 나라 밖의 국적을 가진 이를 높은 벼슬자리에 등용해 오랫동안 낮은 벼슬을 참고 봉사한 사람보다 위에 세우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8 군주가 대범하나 뉘우침이 없고, 나라가 혼란해도 자신은 재능이 많다고 여기며, 나라 안 상황에 어둡고 이웃 적국을 경계하지 않으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9 세도가의 천거를 받은 사람은 등용되면서 나라에 공을 세운 장수의 후손은 내쫓기고, 시골에서의 선생은 발탁되면서 벼슬자리에서의 공적은 무시되며, 개인적인 행동은 중시되면서 국가에 대한 공헌이 무시된다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10 나라의 창고는 텅 비어 있는데 대신들의 창고는 가득 차 있고, 나라 안의 백성들은 가난한데 나라 밖에서 들어온 이주자들은 부유하며, 농민과 병사들은 곤궁한데 상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득을 얻으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중간 정리-대비와 관계의 조직
사물이나 사건은 그것이 맺고 있는 관계망 속에 놓일 때 비로소 온전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대비는 그중에서서도 가장 간단한 관계망 속에 놓는 것입니다.
시에서는 사실과 진실을 대비할 수 있습니다. 주역은 음과 양, 화동 담론에서는 화와 동, 이양역지에서는 소와 양을 대비할 수 있습니다. 한비자의 차치리에서는 단연 탁과 발입니다. 이론과 실천, 청과 탁, 추상과 상상, 좌와 우, 이상과 현실, 도와 수, 천과 인 등입니다.
우리의 삶은 씨앗과 꽃과 열매의 인연 속 어디쯤 놓여 있는 것이지요.
2부 인간 이해와 자기 성찰
12 푸른 보리밭
적어도 인간 이해에 있어서 감옥은 대학이었습니다. 20년 새월의 출발 지점입니다.
하루에 두 장씩 지급되는 재생휴지에 적기 시작했습니다. 필기구는 항소이유서 대필을 위해서 교도과에서 빌린 볼펜이었습니다.
남한산성에서 만난 것은 죽음이었습니다. 함께 생활하던 사형수 중 다섯 명이 사형 집행되었고 한 사람은 그곳에서 타살되었습니다. 나도 물론 사형수였습니다. 나는 사형이 집행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혹시 알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또 스스로 비극을 극대화하는 심리적 충동도 없지 않았기 때문에 죽음은 늘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우리가 추억을 불러오는 이유는 아름다운 추억 하나가 안겨 주는 위로와 정화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3 사일이와 공일이
징역살이는 하루하루가 충격의 연속이었습니다. 만나는 상념은 끝이 없었습니다. 그 상념들을 그냥 흘려보내기가 아까웠습니다. 어디다 적어 두고 싶었습니다. 유일하게 허용된 공간이 집으로 보내는 엽서였습니다. 엽서에 적어서 집으로 띄우기 시작했습니다. 편지는 한 달에 한 번 허용됩니다.
사기 연구자들은 사마천은 궁형을 당하고 갇혀 있던 3년 동안 52만6천500자의 사기를 아마 거의 암기한 상태에서 출소했으리라고 추측하기도 합니다.
감옥 속의 독서가 바로 한 발 걸음이었습니다.
한 발 걸음과 목발의 이야기는 한 사람의 변화에 관한 자기 개조의 담론입니다.
내가 변화한다는 것이 바로 동료 재소자들의 경험을 목발로 삼아 서툰 걸음을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승인하고 존중하는 정서를 키워 가게 됩니다. 이 과정이 서서히 왕따를 벗어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었습니다.
톨레랑스는 은폐된 패권 논리입니다. 관용과 톨레랑스는 결국 타자를 바깥에 세워 두는 것입니다. 타자가 언젠가 동화되어 오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강자의 여유이기는 하지만 자기 변화로 이어지는 탈주와 노마디즘은 아닙니다.
자기 개조는 자기 라는 개인 단위의 변화가 아닙니다. 개인의 변화도 여러 가지 중의 하나에 불과합니다. 최종적으로는 인간관계로서 완성되는 것입니다. 인간적 신뢰로서 완성되는 것입니다.
이동문고 네트워크가 바로 인간적 신뢰입니다. 나는 이것이 자기 개조의 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떡신자란 모든 위문품이 있는 종교 집회에 빠짐없이 나타나는 사람입니다. 기천불 종합 신자라고도 합니다. 화요일 기독교 집회, 수요일 천주교 집회, 목요일 불교 집회 등 교도소에는 종교 집회가 열리고 그 종교 집회에는 가끔씩 바깥의 신도들이 위문품 가지고 방문한다는 소문이 돌면 위문품 때문에 너도 나도 참석하려고 기를 씁니다.
자기 변화는 최종적으로 인간관계로서 완성되는 것입니다. 기술을 익히고 언어와 사고를 바꾼다고 해서 변화가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14 비극미
재소자들의 인생 행로가 나름대로 한결같지 않기도 합니다만 한마디로 비극의 주인공이란 점에서는 같습니다. 주인공이되 비극의 주인공.
비극이 미가 된다는 것은 비극이야말로 우리를 통절하게 깨닫게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비극에 공감하는 것은 그것을 통하여 인간을, 세상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어느 교도소든 그 도시의 조직폭력배들이 교도소를 장악합니다.
공산주의 ABC는 참으로 역사적인 책입니다. 역사학의 생명은 사람이라고 합니다.
사람을 그 처지와 떼어서 어떤 순수한 개인으로 보는 법이 없습니다.
한 사람과 일곱 번 만기 인사를 나눈 것이 기록입니다.
교도소라는 협소한 공간에서는 거짓말의 수명이 짧을 수 밖에 없습니다.
심청이_물 재떨이에 빠졌던 심심한 꽁초
감옥은 최고의 변방입니다. 그리고 최고의 교실입니다.
15 위악과 위선
위악이 약자의 의상이라고 한다면 위선은 강자의 의상입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쫓겨 들어온 산이 교소도입니다.
감옥 역시 북악산과 마찬가지로 뛰어난 조망대입니다. 감옥은 형벌의 현장이면서 사회의 축소 모델입니다. 춘하추동이 함께 뒤섞여 있습니다.
그러나 강자가 모두 위선이지도 않고 약자가 모두 위악적이지도 않습니다.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위선과 위악의 베일을 걷어내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곤히 잠들어 있는 가슴에서 눈 부릅뜨고 있는 문신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슬픈 그림입니다.
16 관계와 인식
A가 B를 잘 알기 위해서는 B가 A를 잘 알아야 합니다. 관계가 애정의 수준일 때 비로소 최고의 인식이 가능해집니다.
멜컴 엑스의 블랙파워운동은 감옥에서 만난 블랙이라는 단어에서 흑인과 자기가 맺고 있는 운명적 관계를 자각하면서 시작됩니다.
나를 보다 좋은 사람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관계야말로 최고의 관계입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라 하더라도 특정 계급에 갇히지 않는 장기적이고 독립적인 사유 공간이 필요합니다. 대학의 존재이유입니다. 오늘로부터 독립한 사유공간, 비판 담론 대안 담론을 만드는 공간이 바로 대학입니다.
모든 사회운동은 예술적이어야 합니다. 수많은 악기가 함께하는 오케스트라와 같아야 합니다.
17 비와 우산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
KBS노조에서 기념품으로 우산을 만들었는데 우산에 함께 맞는 비라고 글씨를 넣었습니다. 우산을 접고 함께 비 맞아야 된다는 글씨가 우산에 들어가다니요.
18 증오의 대상
무더운 여름에 옆 사람과 살을 맞대고 붙어서 잔다는 것은 고역입니다.
겨울 징역살이가 그 혹독한 추위에도 불구하고 옆 사람의 체온과 이처럼 잔잔한 인정이 느껴지는 것임에 비하여 여름철은 무더위와 증오에 시달립니다.
우리가 처한 혹독한 상황이 그런 공공의 적을 필요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실을 여러 사람을 보내고 나서 뒤늦게 깨달았던 것입니다.
우리를 가두고 있는 보이지 않는 감옥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명상은 현재의 공간을 벗어나는 정신적 탈옥입니다.
나의 겨울 독방은 무한한 시공으로 열려 있는 정신적 비상이었습니다. 내가 만난 수많은 사실은 사회와 역사의 한 조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19 글씨와 사람
杏林回春(행림회춘): 오나라에 동봉이라는 의사가 살았는데, 이분은 어려운 사람들을 치료해 주고 치료비 대신 살구 씨 하나를 뒷산에 심고 가게 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구 씨를 심었으면 세월이 지나 뒷산이 살구나무 숲이 되었습니다. 그 살구나무 숲에 봄이 돌아왔다는 뜻입니다.
이미 정향 선생님께 배운 전예해행초의 풍부한 필법을 한글에 도입합니다. 한문 서예의 획과 필법은 한글 글씨와는 판이합니다.
서도의 관계론은 서도의 미학이 관계를 중시한다는 뜻입니다.
최고의 기교란 졸렬한 듯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뜻입니다.
20 우엘바와 바라나시
여행은 떠나고 만나고 돌아오는 것입니다. 종착지는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 변화된 자기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소통과 변화는 모든 살아 있는 생명의 존재 형식입니다.
콜럼버스가 출항한 우엘바 항구_지브롤터 해협 가까이에 있는 작은 항구
유럽의 등장, 이것은 역사학자들도 1천 년 이래의 기적이라고 합니다.
정화 함대를 파견한 사람들은 환관이었습니다. 해외 원정파인 환관 세력이 몰락하고 유교적인 관료들이 집권하면서 자체 충족의 국가시스템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추측합니다.
우엘바와 콜럼버스를 제일 먼저 찾아간 이유가 이곳이 바로 근대의 출발 지점이고, 유럽의 출발 지점이고, 세계화의 출발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페루여행은 피사로가 잉카를 정복해 나갔던 코스를 따라 가는 것이었습니다.
대상을 올바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반대의 것과 대비해야 합니다.
21 상품과 자본
등가물은 그 물건의 속성이 모두 사라지고 오로지 교환가치만 남아 있는 것입니다. 쌀은 밥과 관계가 없고 구두는 발과 관계가 없습니다. 가치란 그런 것입니다. 상품은 그런 것입니다.
화폐구조는 권력이며 그 자체가 허구입니다.
상품미학은 소비자의 구매를 이끌어 내기 위한 것입니다.
자신의 인간적 정체성은 소비보다는 생산을 통하여 형성됩니다.
가장 뜨거운 기쁨도 가장 통절한 아픔도 사람으로부터 옵니다. 물건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닙니다.
22 피라미드의 해체
출소 7년째 되는 해에 어머님에 이어 아버님께서도 별세하셨습니다. 반구정은 황희 정승이 퇴은하고 노후를 즐기던 정자입니다.
조선조 초기 의정부 중심제를 주장하던 개혁 사림파가 나중에는 절대군주제를 지지하고, 절대군주제를 지지하던 훈구 척신 세력이 나중에는 의정부 중심제를 고수합니다.
토지제도는 봉건제의 기본 모순이란 점에서 전론은 조선 초기는 물론 조선시대를 일관한 사회의 기본 문제였습니다.
중국이 천하의 중심이 아니라 많은 국가 중의 하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유연한 사고가 조선 건국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선 건국은 건국의 주체들이 열린 사고를 가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1394년에 조선경국전이 만들어졌는데 그것의 기본정신이 입헌군주제였습니다. 조선건국의 이러한 사상적 문화적 토대는 오래 지속되지 못합니다. 건국 초에 정도전이 이방원에게 척살당합니다. 고려 말의 2대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개혁이 좌절됩니다.
정도전의 죽음도 드라마입니다. 이성계는 병으로 경복궁에서 와병 중이었고 왕자들은 별실에서 밤을 새고 있었습니다. 그 시각에 이방원의 경처로 나중에 원경왕후가 되는 민씨가 경복궁으로 사람을 보내 남은의 첩실 집에서 정도전 등 몇 사람이 술을 먹고 있다는 정보를 알립니다. 몰래 궁을 빠져나온 이방원이 서울에 올라온 이숙번의 군사를 동원하여 급습해서 척살합니다.
정도전의 죽음과 함께 조선 건국의 구상이었던 의정부 중심제가 무너집니다. 절대군주제로 바뀝니다.
이방원의 절대군주제는 세종조를 거치는 동안 다시 집현전을 중심으로 신권의 강화로 기울게 됩니다. 1392년 조선건국후 100년 후가 되면 절대군주제는 자취가 거의 없어지고 훈구척신들이 토지와 정치권력을 장악합니다. 이때부터 사림이 개혁 주체로 등장합니다. 고려 말의 데자뷰입니다. 그러나 개혁 세력은 훈구 보수 세력과의 싸움에서 판판이 깨집니다. 사림과 훈구 세력이 싸워서 사림이 화를 당하는 걸 사화라고 합니다. 무오사화, 갑자사화, 기묘사화로 개혁 사림이 몰락합니다. 개혁 세력이 결정적으로 좌절하게 되는 사화가 기묘사화합니다. 조광조로 대표되는 기묘사림의 몰락입니다.
기묘사림의 경우도 군주 권력에 과도하게 의존하다 실패합니다. 그래서 서울 중심, 왕권 중심, 중앙정치 중심으로 추진해오던 개혁을 반성하게 됩니다.
기묘사화 때 훈구파들이 잎사귀에다 꿀물로 주초위왕이라 쓰고 벌레가 파먹게 해서 그걸 임금한테 갖다 보이게 했다고 합니다. 개혁 사람의 가치가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 내자 훈구 척신들은 재빨리 개혁 이미지 속으로 피신합니다. 변신에 능합니다. 그 공간을 제공한 것이 율곡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23 떨리는 지남철
숙종은 재위 기간이 46년입니다.
24 사람의 얼굴
사람의 얼굴은 자기의 사상을 어떻게 키워 가야 할 것인가에 관한 고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무엇이 그 사람의 사상이라고 할 수 있는가에 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25 희망의 언어 석과불식
석과불식은 주역 산지박괘의 효사에 나오는 말입니다. 산지박괘는 산이 위에 있고 땅이 아래에 있는 괘입니다. _씨 과일을 먹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첫 번째는 엽락입니다. 잎사귀는 환상과 거품입니다. 엽락이란 이 환상과 거품을 청산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체로입니다. 칼바람에 뼈대가 드러납니다. 나무를 지탱하는 구조가 드러납니다. 뼈대는 정치적 자주성, 경제적 자립성, 문화적 자부심입니다.
마지막으로 본분입니다. 본분이란 뿌리를 거름하는 것입니다.
사람을 키우는 일이야말로 그 사회를 인간적인 사회로 만드는 일입니다.
매년 1만5천명이 자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