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이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해 왔으니,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Three passions, simple but overwhelmingly strong, have governed my life: the longing for love, the search for knowledge and unbearable pity for the suffering of mankind.
1.
비 온다더니 날만 좋습니다. 컬러풀하게 차려입고 광릉으로 밥 먹으러 나갔어요. 이 집을 찾는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무엇보다 50대 마담 두 명이서 나를 반겨주기 때문입니다. 남자들이 술집은 찾는 이유랑 똑같아요. 대부분의 남자들이 외로워서 술집에 가지 않나요? 고깃집에 들어섰더니 "이게 누구십니까?(하이 톤) 뜸 한 것이 외박 한 것 아니냐"라며 농을 건넵니다.
-
메뉴에도 없는 싱건지(물김치)을 퍼다 줘서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어요. 필시 밥도 추억을 소환시키는 기능이 있을 것입니다. 백호 형이 부르는 '낭만에 대하여' 가사 말 속에 "~실없이 던지는 농담 사이로 짙은 색소폰 소리 들어보렴"을 듣다가 울어버린 남자가 있습니다. 이제 고깃집도 그만 가야겠어요.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스에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
낭만에 대하여 - 03:21
궂은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잔에다
짙은 섹스폰 소릴 들어보렴
샛빨간 립스틱에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에게
실없이 던지는 농담사이로
짙은 섹스폰 소릴 들어보렴
이제와 새삼 이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밤늦은 항구에서
그야말로 연락선 선 창가에서
돌아올 사람은 없을지라도
슬픈 뱃고동 소리를 들어보렴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가버린 세월이 서글퍼지는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보렴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에
다시 못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2.
러셀은 나이 70이 넘어 마지막 연인으로 만난 이디스(Edith)에게 90에 쓴 자서전 첫 장에서 감동적인 시로 사랑을 표현했어요. "사랑의 희열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 기쁨의 몇 시간을 위해서라면 남은 여생을 모두 바쳐도 좋으리라 ... 생각했다."(러셀 자서전, 상 서문)
이디스(Edith)에게
오랜 세월
평온을 찾아 헤맸소
인생의 환희도, 고통도 만났다오
인간의 광기를 목도하였고
고독함이 무엇인지도 알았소
내 심장을 갉아 먹던 그 외로움의 고통도 느꼈다오
그러나 나는 결코 평온을 발견하지는 못하였소
이제, 나, 늙고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당신을 알아
인생의 환희와 평온을 찾았다오
그리고 쉼을 얻었소
그토록 외로운 세월 끝에
인생이, 사랑이 무엇인지 드디어 알았다오
나, 이제 잠든다 해도
여한은 없을 것이오.
2024.6.1.mon.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