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다 중동지역 갈등이 확대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최고 157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세계은행이 예상했다. 에너지 시장 혼란에서 심지어 식량 불안까지 심화되는 이중 쇼크가 올 수 있다는 경고다.
세계은행이 30일 내놓은 '원자재 시장 전망'에서 현재의 국제적 갈등이 확대되지 않으면 원자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분쟁이 시작된 이후 국제유가는 약 6% 상승한 상황이다. 농산물과 많은 금속, 기타 원자재 가격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앞서 세계은행은 국제유가가 현재 배럴당 평균 90달러에서 내년에는 81달러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원자재 가격도 4.1%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제분쟁이 확대될 경우 원자재 가격 전망은 빠르게 어두워질 것이라는 게 세계은행의 관측이다. 세계은행은 과거 역사적 사례를 바탕으로 석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는 수준에 따라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우선 2011년 리비아 내전 당시처럼 세계 석유 공급이 하루 50만~200만 배럴 감소하는 '작은 혼란' 시나리오의 경우 유가는 3%에서 13%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배럴=93달러에서 102달러 수준이다.
중간 수준의 혼란 시나리오는 2003년 이라크전쟁 당시처럼 세계 석유 공급량이 하루 300만~500만 배럴 감소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이렇게 되면 유가는 21~35% 올라 배럴=109~121달러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큰 혼란 시나리오는 1973년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했던 미국 등으로의 석유 수출을 금지한 1차 석유위기 때처럼 석유 공급량이 하루 600만~800만 배럴 감소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유가는 56~75% 급등해 배럴=140~157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인더밋 길 세계은행 선임부총재는 "최근 중동지역 갈등은 1970년대 이후 원자재 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일어났다.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의 분쟁이 확산되면 세계 경제는 수십 년 만에 이중의 에너지 쇼크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한 코제 세계은행 부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계속되는 유가 상승은 필연적으로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심각한 유가 충격이 현실화될 경우 이미 많은 개발도상국이 빠져 있는 것처럼 식량 가격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022년 말에는 세계 인구의 10분의 1에 가까운 7억 명 이상이 영양 부족에 시달렸다. 분쟁이 심해지면 그 지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식량 불안이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은행은 다만 현재까지 원자재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은 것은 각국이 석유에 대한 의존을 낮추고 재생에너지 등을 개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만약 분쟁 장기화로 식량 불안이 커지더라도 각국 정부는 식품과 비료 수출 금지와 같은 무역 제한, 가격 통제나 보조금 지급 등의 조치는 오히려 가격 변동성을 심화시키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