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검은 벽 안에 있는 것은 벽돌집이다. 마루에 놓인 토분의 꽃나무에 물을 주는 이는 계단을 밟고 내려온 사람이고 마당에 흩어진 달걀을 줍는 이는 현관문을 열고 나온 사람이다. 거실의 전축에 레코드판을 올려놓는 이는 머리에 뿔 달린 사람이고 회오리를 치며 벽돌집 마당을 빙글빙글 돌아다니는 것은 스피커에서 불어나온 바람이다.
지나가던 행인들이 걸음을 멈추고 뚫린 구멍을 통해 보는 것은 벽돌집에 사는 낯선 사람들이다. 참 이상하죠. 어제는 없던 집이 오늘 갑자기 생기다니요. 그러게요 정말 별일이네요. 저기 마루에 서있는 사람 좀 보세요. 온 몸에 크고 작은 시계들이 잔뜩 붙어 있어요. 저것 좀 보세요. 검은 털의 커다란 소들이 구멍 뚫린 침대에 누워 신문을 읽고 있잖아요.
창고에서 망치를 들고 나와 검은 벽에 구멍을 뚫는 이는 토분에 물을 주던 사람이고 뚫린 구멍을 통해 벽돌집을 빠져나온 것은 벽돌집을 돌아다니던 바람이다. 뚫린 구멍을 통해 벽돌집 괴상한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머리 위를 맴도는 것은 마당을 돌아다니던 회오리바람이고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입을 다물지 못하는 사람들의 머리 위에 뾰족하게 돋아나는 것은 소용돌이치며 빠르게 돌아가는 뿔이다.